[기고]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한글날이 제정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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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한글날이 제정되기까지
  • 박동우 (섀런 쿼크-실바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보좌관)
  • 승인 2019.10.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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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원은 10월 9일을 ‘한글날(Hangul Day)’로 제정하는 결의안(ACR 109)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데 이어, 9월 9일 상원도 이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러한 성과를 이뤄내는 데 산파역을 한 인물이 있다. 바로 박동우 보좌관이다. 섀런 쿼크-실바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의 보좌관인 그는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한글의 중요성을 심어주기 위해 한글날을 제정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쿼크-실바 의원을 설득해 결실을 맺었다.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캘리포니아주에서 한글날이 제정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박동우 보좌관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주

박동우 보좌관
박동우 보좌관

대한민국을 벗어난 해외 최초의 한글날을 캘리포니아주 의회를 통해 10월 9일을 기해 한글날을 선포하게 됐다. 참으로 뜻 깊고 가슴 뿌듯한, 나의 모국 대한민국을 사랑한 애국자가 된듯한 벅찬 마음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막상 해외에서 최초로 한글날이 제정된 이 역사적인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겐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긴 여정이었다.

한인 동포들의 힘이 커지고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으니 당연한 결과이지 않겠는가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나는 2018년 11월 6일 부에나 파크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92표 차이로 안타깝게 낙선했다. 이중언어(영어와 한국어) 집중 몰입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자 하는 나의 바람이 교육위원으로 출마했던 목적이었다. 그러나 교육위원 선거에서 낙선하고 난 후에도 무언가 한글교육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은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인사회 일원으로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매 맞는 여성을 구조하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1978년 전화회사에 최초로 설립되는 이중언어 한국어 서비스 담당자로 취직했고, 10년 후 1988년에는 한국어 서비스 센터를 개설하고 책임 간부로서 직접 한국어 직원들을 채용, 훈련시키며 운영을 했기에 한글과는 인연이 많은 편이다.

근래에 한국영화 <말모이> 그리고 <나랏말싸미>도 빠지지 않고 관람했다. 말모이를 관람하며 휼륭한 우리말 한글이 겪었던 아픔과 서러움을 통감했다.

매년 5월 말 그리고 6월 초에는 토요일 한글학교 졸업식이 거행된다. 올해도 2013년부터 매년 해오듯, 섀런 쿼크-실바 주 하원의원을 대신해 참석해 한글학교 졸업생들, 봉사하시는 부모님들 그리고 우수교사들에게 주 하원의원님의 표창장을 전달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한글을 발명하신 세종대왕, 한글을 앎으로써 이중언어의 중요성과 한국 이민 역사를 아는 것 또한 한인으로서 정체성과 자긍심 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어가 대학 입학에도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서 사회에서 취직을 할 때도 이중언어 구사능력은 큰 역할을 함을 강조했다.

졸업식 행사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것이 바로 한글날 제정 아이디어였다. 아마 교육위원 선거에 떨어졌지만 출마의 목적이 아이디어로 연결된 듯 싶었다.

나는 곧바로 한글날 제정 결의안 작성을 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 스스로도 몰랐던 한글의 우수함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다. 

한글날 제정 아이디어를 결의안으로 작성하는 것을 완료하고 나서 첫 번째 어려움에 부딪쳤다. 2017년에 아리랑의 날을 제정했고, 2018년에는 김영옥 대령 기념 고속도로 표지판도 설치했으며, 오렌지카운티 40년 역사상 최초로 주 정부 예산 10만 불을 오렌지카운티한인회에 배정받게도 해주셨던 섀런 쿼크-실바 주하원의원께서 발의를 주저하신 것이다.

2013년부터 보좌관으로 함께 일하면서, 쿼크-실바 주하원의원은 이렇게 통과된 법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의 무역관을 한국에 설치하자는 법안, 캘리포니아주와 한국의 운전면허 상호인정 법안 등 주 의회를 통과 못한 여러 법안을 발의해 주셨다.

뿐만 아니라 2017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미사일 도발, 핵무기 등으로 일촉즉발 전운이 감돌 정도로 위험할 때 8월 15일에 백악관에 편지도 보내주셨다. 한인 동포 정치인들도 무관심할 때, 평화로운 외교방법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 그리고 핵무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였다.

섀런 쿼크-실바 주 하원의원님께서 주저하신 이유는 어느 한인 단체장의 어처구니없는 불평 편지 때문이었다. 한국인이 아니면서 왜 한국 관련 법안을 발의하느냐는 어처구니없는 편지에 의원님께서 주저하신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발의해 주시길 요청하는 나에게 한 가지 방법을 말씀해 주셨다. 바로 한인 단체장 10명으로부터 한글날 제정 결의안을 지지하며 발의해 달라는 편지를 받아오면 고려하시겠다는 조건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비밀리에 10명의 한인 단체장들에게 연락해 한글날 지지 및 발의 요청 편지를 받아 제출했고 의원님께 발의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주 의회 하원 상원 공동 발의안(Assembly Concurrent Resolution)의 순번이 당시 105번이었다. 즉, 바로 접수를 시키면 ACR106 번호를 받게 되는 순서였다. 한글날이 10월 9일이니 ACR 109을 받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조심스럽게 순번을 기다렸다가 6월 27일 접수시켜 ACR 109을 결의안 번호로 배정 받았다.

바로 다음 날, 6월 28일에 법안 등록 사이트에 접속해 ACR 109을 점검, 확인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발의하신 섀런 쿼크-실바 주 하원의원님께서 본인 혼자가 아닌 한인인 최석호 주하원의원과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LA지역의 미구엘 산티아고 주하원의원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함께 올리신 것이다. 의원님께서는 항상 모든 법안을 당을 따지지 않고 함께 하시는 분이니 사실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7월 23일에는 LA한인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월 9일을 캘리포니아주 한글날로 제정하는 서명 운동에 한인들이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글날 제정 지지 편지가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 자리에는 LA한인회, LA한국총영사관, LA한국문화원, LA한국교육원 등 3개 한국 기관장과 비영리단체 파바월드, 3·1여성동지회장,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LA, 오렌지카운티 지부장, 미 재향군인회 한인 829지부 등이 참가하며 한글날 제정에 민관이 손을 잡았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 한글날 제정 결의안(ACR 109)을 발의하고 통과에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노심초사 마음을 졸였다. 그래서 한국 방문 때 광화문에 계시는 세종대왕님께 통과를 도와주십사 기원하며 큰 절도 올리고 왔다.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한 박동우 보좌관이 광화문 세종대왕상에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 박동우 보좌관)

한글날 제정 결의안 통과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인사를 드린다. 모두 2,713장의 지지 서한을 80명 주 하원의원들께, 그리고 40명 주 상원의원들께 보내드려 한인 동포들의 한글날 제정 지지를 보여드렸다. 8월 30일에 있었던 주 하원 본회의에서 참석 하원의원 67명 만장일치, 그리고 9월 9일 주 상원 본 회의에서 참석 상원의원 40명 전원 만장일치로 해외 최초 역사적인 한글날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제정됐다.

전례로 봤을 때, 1998년 한미 박물관 주 정부 예산에서 25만 불 종잣돈 유치에 성공할 때 2,500여 장의 지지 서한, 그리고 2018년 김영옥 대령 기념 고속도로 명명 표지판 결의안 때 900여 장의 지지 서한을 받은 것과 비교해 역사적으로 최고의 지지 서한을 동포들로부터 접수 받아 성공할 수 있었다.
 
한인의 얼과 혼이 깃든 한글! 일제 36년 강점기 때 창씨개명과 함께 한글을 못 쓰게 했던 시절을 이겨내고 굳건히 세계로 퍼져가는 자랑스런 한글! 한글 공포 573주년인 2019년 10월 9일 한글날이 캘리포니아 주에서의 한글날 제정으로 더욱 더 빛나리라!


* 박동우 보좌관은...

- 현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 보좌관
- 미 백악관 직속 장애 정책위원 (오바마 행정부 1기)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 자문위원 (9~12기, 14~16기, 18~19기)
- 미 농상은행 대출부장 역임 (2004~2009년)
- SBC 통신회사(현 AT&T 통신회사) 홍보 이사 (1978~2004년)
-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이사장 (2004년)
- 피닉스 대학원 경영학 석사 (MBA)
- 남가주 대학 학사(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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