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혁신은 시대의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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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혁신은 시대의 요청이다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4.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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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재외공관장을 외부 개방 대상으로 하여 민간인이나 일반 공무원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며, 공관장 이외 직원 선발 역시 충원 경로를 다양화하여 언어별, 지역별 전문가를 수시로 채용한다는 내용의 외교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공관장과 주재관의 외교성과를 계량화하여 직무수행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라든가, 그밖에도 외교부 고위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보호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온 몇 가지 제도와 외무고시의 중장기적인 폐지 계획도 눈길을 끈다. 


비록 자체 개혁노력으로 보긴 힘들지만, 다양화.전문화, 경쟁원리의 도입을 앞으로 외교부가 지향해야 할 변화의 방향으로 잡았다는 데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금까지는 일단 외무고시에 합격해서 외교관이 되면 언젠가는 공관장이 될 수 있고, 외교부 출신이 사실상 공관장을 독점해온 관행 속에서, 공관장의 리더십이나 전문성을 검증하고 경쟁을 유도할 장치가 거의 없었다. 엘리트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고수해온 외교부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조직 이기주의’와 ‘개혁 무풍지대’라는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던 것이다.

현대 외교는 안보, 군사 영역뿐만 아니라 통상, 경제, 지역 문제의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외교의 선진국들은 임시채용이나 조건부채용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 통상 전문가를 외교관으로 임명하거나, 외교관을 상당한 비율로 개방형으로 임명함으로써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금 그 역량을 혹독하게 시험받고 있는 우리 외교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유능한 민간 전문가와 같은 외부 인사의 과감한 채용이 필수적이다.

최근 해외여행객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더욱이 해외에는 재외국민을 포함 7백만의 우리 동포가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외공관의 영사기능이 지금보다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은 특히 거듭 지적되어왔다. 가령 고 김선일씨 피랍 시 이라크 대사관의 미숙한 대처 의혹이나 심양영사관의 비자발급 업무를 둘러싼 끊임없는 비리 의혹의 제기는 단순한 외교인력 충원을 넘어서 현지 사정에 밝은 지역 전문가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문제는 개혁방안의 청사진이 아니라, 실천 여부이다.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쳐있고 ‘제식구 챙기기’에 집착해온 지금까지의 외교부의 행태를 감안하면, 어떻게 외교부의 반발을 극복하고 개혁의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단적으로, 애초에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제시했던 공관장 30% 개방 방안이 ‘대사 1명을 외부에서 영입하면 20명의 외교부 인사가 적체된다’는 외교부 반대논리에 밀려 ‘개방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선에서 어정쩡하게 매듭지어진 것만 보더라도 무엇이 개혁의 걸림돌인지 알 수 있다.

이번에 확정된 외교부 혁신방안은 외교부가 부응해야 하는 최소한도의 시대적 요청이다. 50년 만에 처음 시도되는 외교부의 개혁 시도가 좌절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변혁의 시대에는 아픔을 감수할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결의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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