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다문화’라는 용어의 그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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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다문화’라는 용어의 그늘 (2)
  •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 승인 2019.10.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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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호에 이어서) 이 때문에 2018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일본 국적의 결혼이민자가 ‘다문화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대하는 것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차별이자 국민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청원을 올리자 75,051명이 동의한 사례도 있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으로 인해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결혼이민가정들도 생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으로 인해 ‘국민에 대한 역차별’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 규정된 지원내용들을 살펴보면, 생활정보 제공 및 교육지원(제6조),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제8조), 의료 및 건강관리 지원(제9조), 아동‧청소년 보육‧교육(제10조), 다국어 서비스 제공(제11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설치‧운영(제12조) 등이 있고, 그와 같은 지원들을 함에 있어 대상이 되는 다문화가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능력을 고려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만 지원한다는 내용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그 밖에도 국민주택 특별공급, 어린이집 종일반 및 공공어린이집 우선 입소, 농촌출신 대학생 학자금 융자, 취업성공 패키지, 대학 특례입학, 로스쿨 특별전형 등 다수의 공공 및 민간 분야 제도에서도,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취지에 따라 소득‧재산‧사회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다문화가족을 우선적인 지원‧우대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다문화가족들이 일반 국민들보다 제반 여건이 더 나은 경우에도 지원‧우대를 받는, 국민 역차별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보았듯이 이제는 ‘다문화가족 =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무조건적 지원‧우대를 함으로 인해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낙인 찍히고 차별 당한다’라고 느끼게 되고, 국민들이 ‘역차별을 당한다’라고 느끼게 된다면,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된 취지가 결혼이민자 가정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통합되게 하기 위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법으로 인해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통합되는 것이 더 어려워지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나 다문화 가족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국민들이 많아질수록, 결혼이민자 가정 구성원들이나 외국인들을 배척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인데,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외국인 거주민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민들과 외국인들 간의 갈등이 커지게 되면 큰 사회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초기부터 합리적인 정책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라 다문화가족만을 무조건적으로 지원・우대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가족에 대해 동일하게,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따라 지원이 필요한 경우를 선별하여 지원하는 형태로 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모든 가정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로는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되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건강가정기본법에 점차 통합하여, 다문화가족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과 우대를 줄여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지위를 취득한 결혼이민자 가정 구성원들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는 낙인을 점차 떼어버리고,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구성원으로서 보다 긍정적인 사회적 역할들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러한 정책‧제도의 변화 없이 ‘다문화’라는 용어만 바꾼다면, 결국 바뀐 용어도 똑같이 차별적‧비하적 의미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용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동일하고, 상황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또한 더욱 중요한 부분은,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 스스로 적극적인 사회참여 및 기여를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이 ‘지원을 받는 대상’이 아닌, 국내에서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구축하고 ‘다른 국민들을 도와줄 수 있는 주체’로서의 모습들을 많이 보여줄수록, 다른 국민들이 그들을 점차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게 될 수 있을 것이고, ‘다문화’가 더 이상 차별적‧비하적 용어로 쓰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본래의 좋은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법률칼럼’에서는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재외동포로서 한국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dongponews@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주제를 선별하여 법률칼럼 코너를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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