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청소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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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청소의 위로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9.09.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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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제일 귀찮은 일이 청소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안일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청소는 선뜻 하고 싶은 일은 아닐 겁니다. 모두 깨끗한 주변을 원하지만 깨끗하게 만드는 일에는 주저하게 됨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청소만 잘해도 칭찬을 받습니다. 소학(小學)에서는 물 뿌리고 쓸고 윗사람을 잘 응대하는 것 즉 쇄소응대(灑掃應對)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의미로 보았습니다만 생각할수록 결코 작은 일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쇄소응대(灑掃應對)’만 잘해도 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에 류시화 선생님이 번역한 책에 ‘성자가 된 청소부’라는 책이 있습니다.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던 책입니다. 깨달음에 대한 열풍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저도 즐겁게 이 책을 읽었습니다. 청소부가 성자가 되는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꾸 제목을 혼동한다는 겁니다. 청소부가 된 성자로 잘못 기억하는 겁니다. 저는 이 말을 들으면서 이 제목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자는 청소부가 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성자는 그대로 청소부이기도 합니다. 청소부와 성자와 많은 점에서 닮았습니다. 세상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일입니다.
 
전에 박성배 선생님의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선생님이 처음 출가를 하였을 때 전국의 선지식(善知識)을 만나러 순례를 떠난 적이 있으셨습니다. 불교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적었던 선생님은 다른 절에 갔을 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스승께 여쭈었더니 먼저 인사하고 먼저 청소하라는 말씀이셨다고 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가는 곳마다 환영하고, 가는 곳마다 떠남을 아쉬워하고, 성자라고 칭송을 하였다고 합니다. 청소를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먼저 기쁘게 한다면 그 순간 성자가 됩니다. 사람을 만날 때 그가 누구든 기쁘게 먼저 인사를 한다면 그 순간 성자가 되는 겁니다. 쉬워 보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쇄소응대도, 성자가 된 청소부도 모두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청소가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대걸레질은 신이 나기까지 했습니다. 톰 소여의 모험을 보면 톰이 펜스를 페인트로 칠하는 일을 맡았을 때 동네 아이들에게 돈이나 물건을 받고 페인트를 칠하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페인트를 너무 즐겁게 칠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아이들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저에게는 대걸레 청소가 그랬습니다. 주번(週番)을 하거나 당번(當番)을 할 때 대걸레 청소가 재미있어서 다른 친구의 당번을 대신 서 주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대학원을 다닐 때 저는 가족이 전부 미국 이민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민을 간 보통의 가족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합니다. 거칠고 힘든 일을 하게 되죠. 저희 가족도 빌딩을 맡아서 청소를 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도 1년 반 정도 청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그렇게까지는 힘들지 않았습니다. 대걸레질은 물론이고 새로 시도한 진공청소기도 재미있었습니다. 화장실 청소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어떨 때는 7시간 정도를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청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일이 끝나면 집에 갈 수 있었기에 굳이 쉬려고 하지 않았던 겁니다. 청소는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지금 제 삶의 가장 깊은 뿌리에서 나오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청소를 멀리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청소는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청소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는 나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저는 청소를 좋아하던 제 모습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청소를 더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화장실 청소를 할 때, 설거지를 할 때 저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떨 때는 힘들면 더 청소를 하려고 합니다. 흩어진 기분마저 깨끗해지기 때문입니다. 청소를 좋아하면, 깨끗해진 주변을 좋아하면 성자가 된 청소부가 그대로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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