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다문화’라는 용어의 그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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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다문화’라는 용어의 그늘 (1)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19.09.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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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몇 달 전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다문화가족 운동회’에서 ‘잡종강세’라는 말을 하여 구설에 올랐다.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을 ‘잡종’에 비유했던 것인데,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으며, 본인은 물론이고 소속 정당 차원에서도 사과와 유감표시를 한 후 본인은 인권교육을 따로 받겠다고도 약속하였지만 그 후로도 논란은 상당기간 계속되었다.

본인은 발언이 문제가 되자 “다문화가정 자녀의 우월성을 칭찬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라고 해명하였지만, 대단히 부적절한 용어 사용으로 인해 발언 의도는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이와 같이 용어의 선택과 사용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와 같은 측면에서,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최초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였고, 어떠한 차별적 의미도 없는 긍정적인 용어였다. 주로 이민국가인 미국이나 호주 등의 사회를 설명할 때 쓰이던 이 용어는, 2000년대 초반 이민자 가정이 급증한 우리 사회에서도 점차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사회 일각에서는, ‘다문화’라는 용어 자체도 차별적・비하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하여 쓰지 말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반영하여 실제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다문화’ 도시인 안산시는,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던 ‘다문화지원본부’를 ‘외국인지원본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그 아래 소속된 부서들인 ‘다문화정책과’와 ‘다문화지원과’는 각각 ‘외국인주민정책과’와 ‘외국인주민지원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왜 ‘다문화’라는 용어가 차별적・비하적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일까? 그 용어를 다른 용어로 바꾸게 되면 차별・비하가 줄어들 수 있을까?

기존에는 긍정적인 용어였던 ‘다문화’가 차별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에 ‘다문화가족지원법’이라는 법률이 제정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법의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이며, 이는 다문화가족이 지원이 필요한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사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될 당시만 해도, 결혼이민자들과 한국인 배우자, 그리고 그들 사이의 자녀들이 이루던 상당수의 가정들이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열악하거나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사회적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었고, ‘다문화가족지원법’이라는 법률의 명칭은 당시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점차 결혼이민의 요건을 강화하여 열악한 환경에 처하는 다문화가족이 형성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미 형성된 다문화가족들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었던 다문화가족들도 차츰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경제적・사회적 기반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현재는 다문화가족 중에 국가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있는 가정들은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법무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에는 결혼이민자의 국적이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인 경우가 전체 결혼이민자 중 약 5%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전체 결혼이민자 중 약 11%로 2배 이상 늘었다. 선진국 국민이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형태의 다문화가족이 국가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해당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위와 같이 국가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이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문화가족에만 해당되면 모두 지원대상자에 포함시키고 있다. 별도로 소득・재산・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고학력・고소득 계층 등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지원대상자에 포함되는 문제가 있다. (다음호에 계속)

* ‘법률칼럼’에서는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재외동포로서 한국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dongponews@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주제를 선별하여 법률칼럼 코너를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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