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일-프랑스는 독립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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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일-프랑스는 독립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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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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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05 오후 2:13:35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비되는 '독립의 축'이라는 신조어가 국제사회에서 새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하는 한국, 독일, 프랑스 3개국을 일컫는 말이다.
  
  이같은 신조어는 <충격파: 혁명후 동유럽>의 저자이자 국제문제전문가인 존 페퍼가 미 대외정책에 관한 민간 싱크탱크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OREIGN POLICY IN FOCUS)'에 기고한 ‘한국, ‘독립의 축’에 합류해(South Korea Joins the Axis of Independence)’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생성됐다.
  
  페퍼는 이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슈뢰더 독일 총리와 함께 ‘독립의 축’을 이룬다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책을 고수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한반도) 전쟁을 피하기 위한 세계최고의 희망의 상징”이라고 칭했다.
  
  페퍼는 경제개혁과 부패청산도 중요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진짜 성과를 올려야 할 분야는 외교정책이라고 지적하며, 그가 해결해야 할 외교 문제의 핵심에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평등한 한미관계의 구축이라고 말했다.
  
  페퍼는 특히 노 대통령의 평화주의 기조를 높게 평가하며 "미국이 한반도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과속방지턱(speed bump)보다 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외교 같은 '불리한 전투'에서도 익숙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평화정착과 평등한 한미관계라는 위업을 달성하면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노벨상보다 더 뜻깊은 '평화롭고 통일된 한반도'라는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퍼는 끝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비판하며 한국인들과 노무현 대통령은 반미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인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이 미국에 반대하는 것은 미국의 특정한 정책에 대한 반대이지 미국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라며,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거두지 않을 경우 모든 국가들이 ‘독립의 축’에 가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페퍼의 칼럼 전문이다.  




  한국, ‘독립의 축’에 합류해/FOREIGN POLICY IN FOCUS, 2월24일
  
  한국 신임 대통령 노무현은 부시 행정부를 화나게 하는 양상의 일부에 속한다. 미국은 거침없이 말하며 길들여지지 않은 또하나의 ‘동맹’을 갖게 되었다. 노 대통령은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과 독일 슈뢰더 총리가 속한 ‘독립의 축’에 합류했다. 이런 우방국들 때문에 부시 측은 "악의 축을 누구때문에 만든 건데?"라며 한탄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에 악재가 되는 것은 세계, 특히 한반도에 득이 된다. 노무현은 (한반도) 전쟁을 피하기 위한 세계 최고의 희망의 상징이다.
  
  노무현은 진정한 아웃사이더다. 그는 대학이나 로스쿨에 발도 들여놓지 않고 그 어렵다는 한국의 사법시험을 독학으로 통과한 변호사였다. 그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핵심 동력이었던 학생과 노동자들을 변호했고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상당히 젊은 노 대통령은, 80년대 대학을 다닌 (한국사회에) 영향력 있는 세대의 대변인이다. 그는 한반도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냉전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사람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노무현의 독립 의지로 한국의 고질적 부패문제가 일소되고 경제개혁이 반석위에 올려지길 바라고 있다. 대기업들은 금융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고도의 투명성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거둬들이며 이미 조기 항복 의사를 보여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성과를 올려야 할 곳은 외교정책 분야다. 북한에 대한 개입 정책에 있어 그는 이전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다. 그는 핵 위기가 해소되기 전에도 남북한이 화해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취임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해오고 있고, 북한 체제 교체를 목표로 하는 군사 계획을 세워 왔으나 위기를 악의적으로 방치해 체제 교체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고수하고 있으면서도 북한이 공격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말해왔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에 돌입하면서 정전협정 탈퇴 시사 등을 포함한 여러 위협을 가해왔다.
  
  방아쇠에 걸려 있는 손가락이 근질거리고 있다. 노무현만이 평화적 해결안(olive branch)을 강고히 고수하고 있다. 그는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은 한반도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나는 그 계획에 대한 검토조차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가져올 예기치 못한 죽음과 한국의 파괴를 알고 있다. 북한이 붕괴하면 한국은 난민과 정치경제적 도전이라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다. 이는 10년전 서독이 겪은 어려움이었다.
  
  미국의 전쟁계획은 전통적으로 한국이 군사 지원과 북한 붕괴시 정치적 통제를 해야 한다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평화주의적 성향은 그것만으로도 미국이 한반도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과속방지턱(speed bump)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노무현은 미국이 자기 나라를 좌충우돌의 사춘기 아이로 다루지 않길 바라고 있다. 한미간 소파(SOFA)협정은 미국이 독일 등의 나라들과 맺은 유사한 협정에 비해 심각하게 균형을 잃은 것이다.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서 촉발한 반미시위에서 수십만의 한국인들은 수년간 쌓여왔던 울분과 분노를 터뜨렸다.
  
  노무현도, 시위군중의 대다수도 반미주의자가 아니다. 뉴욕과 런던에서의 반전 시위대처럼 그들은 미국의 특정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들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대한 전세계적 대응의 일부를 차지할 뿐이다. 부시 행정부가 기존의 노선을 고수한다면 미국의 모든 동맹국들은 ‘독립의 축’에 가담할 것이다.
  
  노무현은 불리한 전투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12월의 선거에서 기막힌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국제무대에서 강적과 맞닥뜨린 그는 북한과의 평화구축과 평등한 관계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을 동시에 진행시키고 있다. 김대중의 노벨 평화상은 그가 추구할 훌륭한 길이다. 노무현이 이 두가지 외교 정책에서 위업을 달성한다면 그는 더욱 뜻깊은 상(賞)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평화롭고 통일된 한반도'라는 상 말이다.  
관련 링크 ( http://www.fpif.org )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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