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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헛구역질을 하다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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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02  12: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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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구역질은 우리의 몸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 들어가면 우리는 구토를 합니다.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고, 들어간 것을 뱉어내는 것이지요. 당연한 현상일 겁니다. 들어가서 머무르게 되면 문제가 되니까요. 혹시 모르는 사이에 들어가 있게 되면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몸속에 나쁜 것을 머무르지 않게 하는 게 관건입니다.

구역질이라는 말은 구역이라는 말에 질이 붙은 겁니다. 좋지 않다는 생각에 ‘질’을 붙인 것이겠죠. 구역(嘔逆)은 메스껍고 토할 것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한자어입니다. 구토(嘔吐)도 비슷한 한자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吐)하다’라는 말도 한자어입니다. 순우리말로는 ‘게우다’가 있습니다. ‘게워 내다’라는 표현도 합니다. 이런 말은 전부 몸속에 잘못 들어간 것을 도로 밖으로 꺼내는 기분 나쁜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역질 중에는 헛구역질이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보통은 헛구역질은 나쁜 것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상상만으로 이루지는 현상입니다. 상상만 해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지요. 우리 몸은 상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기분 나쁜 일이나 걱정이 있으면 위장이 기능을 멈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식이 소화가 되지 않고 체(滯)하게 됩니다. 몸속에 괴로움이 머무릅니다. 그런데 체할 것을 미리 알고 있는 몸이 헛구역질로 아예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겁니다. 

드라마에서 헛구역질이 제일 많이 나오는 장면은 아마 임신으로 입덧을 하는 경우일 겁니다. 임신을 하면 모두 입덧을 하거나, 헛구역질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김치 냄새를 맡고 헛구역질을 하는 장면을 임신의 징표로 보이곤 합니다. 입덧을 할 때 헛구역질을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겠지만 아이의 몸과 엄마의 몸이 맞지 않아서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평상시에 먹지 않던 음식을 먹기도 할 겁니다. 평생 안 먹던 음식을 임신 중에만 먹었다는 경험담도 많습니다. 그 음식이 아가의 아빠가 좋아하던 음식일 수도 있고, 아이가 나중에 좋아할 음식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헛구역질을 하겠지만 아무튼 헛구역질은 무척 괴롭습니다. 위액이 올라와 기분 나쁜 신맛이 입에 한 가득이기도 합니다. 눈이 충혈 되기도 하고 모습도 초췌해 집니다. 저는 매우 민감한 편이어서 걱정이 있으면 식사를 잘 못합니다. 강의나 중요한 모임을 앞두고는 식사를 자제하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증상이 심각해져서 아침부터 헛구역질을 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괴롭습니다. 아침부터 눈이 벌게지기도 하니 부끄럽기도 합니다. 음식뿐 아니라 원하지 않은 일도 내 속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듯합니다. 헛구역질은 내게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는 헛구역질을 하는 저를 위로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헛구역질은 제가 하기 싫은 일이라는 증거이기도 하고, 걱정하는 일이라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기에 몸이 미리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겠죠. 스스로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스스로에게 식사를 하지 말라고 오히려 충고해 줍니다. 괜히 먹어서 탈이 날 수 있으니까요.

내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에 나에게 이롭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모두 나를 위한 일입니다. 내가 잘 살아가게 돕는 일입니다. 내 몸을 살피고 내 마음을 살피는 일에서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현재의 내 상태가 어떻든 귀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아프고 힘들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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