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할 유산들>한국병원의 고매하신 사모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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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할 유산들>한국병원의 고매하신 사모님-6
  • 임용위
  • 승인 2004.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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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뭐 의술에 대해서 아나"
"왜? 이제 속이 다 시원하냐? 이렇게 만신창이 만들어 놓는 게 니 놈 목적이었냐?"
속이 시원할 것도 없는 필자에게 과연 어떤 목적이 있었겠는가? 만신창이를 만들어놓았다고 치면, 그럼, 두 부부가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산모의 배를 갈라 죽어있는 태아는 꺼내지도 않고 뱃속에 3개월을 시신상태로 방치시켜 두었거나, 골수염으로 비명을 질러대는 21개월 된 아기에게 마약주사로 고통을 잠 재웠던 행위는 '만신창이'의 결과를 저지른 행위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그 이전, 이후로 단 한번도 사석에서 말 한마디 나눠본 적이 없었던 김종택씨의 고매하신 사모님과의 대화는 뭐라 답변으로 대치할 만한 말을 찾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어야만 했던 필자에게 기가 막히고도 황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도록 했다. "우리가 이대로 이곳(멕시코)을 떠나고 난 후, 너는 온전할 곳 같으냐?"... 등등의 발악에 가까운 악다구니는 이판사판 더는 막다른 골목에서 물러설 길을 못 찾고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물귀신이나 되었어야 나올 수 있는 '생각 없는 지껄임'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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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의 기사는 완전한 만족은 못되었을지라도 편집장과의 '사전 협상'이 얼마간은 지켜져 지면을 채워 내 보냈다. 밤새 준비한 분량의 기사가 비교적 상세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됐고 신문이 배포된 즉시 반응은 전해져 왔다. 그 상세함의 내용들이 당시 신문 발행인에게 어떤 비위를 건들이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 날 이후로 더 이상은 책상에 앉아 자판기를 두드리는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독자의 반이 필자의 본무(本務)에 격려를 보냈다면, 나머지 반이 던지는 냉대와 멸시는 한 치의 순간도 온전하게 감당하지 못하게끔 필자를 힘들게 했다. 그 날 저녁 필자는 멕시코 시티를 탈출해 나갔다. 7박 8일을 혼다 승용차에 몸을 싣고 멕시코 전역을 핸들이 움직여주는 대로 떠돌아다녔다. 과달라하라, 아까뿔꼬, 만사니요, 베라크루스 등지 외에 지방 구석구석을 돌며 몸 닿는 곳에서 먹고 자는 시간 동안 틈틈이 '김종택 사건의 악령'이 필자의 곤두 선 압박감에서 쉽게 빠져나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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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Km를 주행하고 돌아온 시티의 멕시코 한인사회에서 나는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김종택씨 그 후의 일각들은 한인신문 어느 한 귀퉁이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었고 피해자 A씨와의 합의과정에서 귀신도 모르게 멕시코를 도망치듯 빠져나간 김종택 부부의 뒷 소식만 정화위원들에게 들어 알뿐이었다.
김종택씨가 떠난 한국병원의 세간은 이미 필자와 동료가 되지 못하고 만 김씨의 조카 H양에 의해 숟가락 하나까지 제 값에 팔려졌다. 돈으로 바꿔 진 세간품들이 김씨 부부에게 전해졌는지, 아니면 A씨에게 합의금 일부로 조달되었는지는 알 바가 없지만, A씨에게 합의명목으로 남겨졌던 김씨 소유의 승용차가 1년 넘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H양이 몰래 팔아먹은 사실이 세인들의 입으로 전해지기까지, 나는 '인척의 그릇된 행위 덕에 같은 피해자가 되고만 희생양'으로서의 H양을 가엾고도 측은한 심정으로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하곤 했다.
비좁은 멕시코 한인사회에서 피해갈 수 없는 우연의 만남 자리는 늘 생기는 법이다. 6개월은 족히 넘어선 어느 날 한인이 운영하는 소나로사의 한 주점에서 필자는 H양과 우연히 조우했다.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잔뜩 취해가고 있는 민속촌 주점의 테이블 가까이 H양이 출입구를 통과해 다가서고 있었다. 한인매일 광고부장으로서의 왕성한 소임을 위해 민속촌 주인을 만나러 온 그녀는 필자가 앉은 테이블을 지나쳐 주방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30분 가량이 지난 후 한바탕 소동이 민속촌 주점 안에서 벌어지리라고는 날렵한 솜씨의 태권 자세(H양은 태권도 공인 유단자)로 필자를 가격하고 달아난 그녀나, 취중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몰매를 맞아야 했던 필자도 그 소동을 전혀 예상치는 못하고 있었을 상황이었다.
<계속 designtimesp=2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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