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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체르노빌 원전과 일본 침몰
이신욱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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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9  17: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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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욱 교수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지록위마’는 진나라 환관 조고가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시험하고자 제2대 황제 '호해' 앞에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해 반대파를 제거했다는 역사를 교훈으로 알려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사성어다. 강력한 권력으로 거짓말을 일삼는 권력자들을 경계하는 말로 실제로 환관 조고는 자신의 망동으로 불과 수년 후 후임 황제에게 죽임을 당하고 진나라도 쇠퇴했다. 

체르노빌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은 세계 최대의 원자력 참사로 20세기와 21세기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1986년 4월 26일 소련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는 이른 아침 원전가동 실험을 위해 출력을 높이던 중 ‘원자로 폭발’이라는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대응

그러나 소련의 서기장 고르바초프는 프리피아트 근교 발전소에서의 대수롭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받았다. 몇 주가 지나 방사능 수치의 급상승을 이상하게 여긴 스웨덴을 비롯한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소련정부에 문의가 들어오면서 체르노빌 사건을 은폐하려는 관리들과 군부의 보고를 수상히 여긴 고르바초프가 전격적인 조사를 명령함으로서 엄청난 원자로 참사는 만천하에 공개됐다.

당시 체르노빌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만약 제2차 폭발이 벌어진다면 유럽전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돼 생태계의 블랙홀이 생길 것이고 소련의 멸망은 분명해 보였다. 고르바초프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 솔직해지기로 했다. 소련 군부의 비밀주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정보공개와 함께 수많은 인력을 투입했고 제2차 폭발과 화재를 진압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피해액만 1천 3백억 달러 이상이며 투입된 수십만 군인과 노동자들은 방사능에 노출되어 죽어갔고 주변 주민들은 각종 암으로 인해 고통 받았다. 소련의 개혁개방은 체르노빌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일본 침몰'이라는 영화

몇 해 전 '일본 침몰'이라는 영화가 상영되면서 20세기 유명 예언가 에드가 케이시의 일본 침몰 예언과 더불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침몰하는 일본과 각국의 외면 그리고 일본국민들의 끝없는 피난과 국가부도는 시나리오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더구나 다가오는 거대 지진과 일본 침몰이라는 공포는 현대 일본에서도 여러 지진을 겪으면서 더욱 더 증폭돼 왔다. 

2011년 3.11 대지진과 거대한 쓰나미로 비롯된 처참한 경험들과 1만 8천명의 실종자와 사망자 그리고 수십만의 이재민들은 일본 국민과 일본정치에 큰 시련이 됐고, 제2의 경제대국 일본이 중국에 추월당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어서 터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는 전대미문의 재앙으로 해결책이 없어 지금도 거대한 오염과 함께 일본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먹으라는 아베 총리

지난 2012년 9월 재집권에 성공한 일본 아베 총리는 현재 경제적으로는 아베 노믹스, 정치적으로는 부흥을 기치로 내세워 2020년 도쿄 올림픽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악몽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의 보도와는 다르게 방사능 오염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후쿠시마 산 농수산물을 한국과 전 세계 판매를 시도했고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먹임으로서 방사능 피폭 만행을 저지르고 있어 몹시 우려스럽다. 방사능 수치는 은폐 축소, 조작되고 있고 지독한 비밀주의는 후쿠시마 원전상태에 대한 의문을 일으키고 있으며 무분별한 ‘부흥’ 캠페인과 2020 도쿄올림픽은 일본에 대한 신뢰도를 심각히 저해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에 대한 경제도발은 일본부흥 프로젝트에 대해 거부하는 한국에 대한 보복에 가깝다. 이러한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아베 총리와 일본정부의 태도에 결코 동의할 수 없고 해결방식도 올림픽정신과 인류애 그리고 인권은 찾아볼 수 없는 전체주의적이라 할 것이다.

체르노빌의 교훈과 일본이 나갈 길

체르노빌 원전폭발 사태 해결을 위해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거대한 비밀주의의 빗장을 벗겨내도록 결단했다. 그리하여 소련은 붕괴되고 냉전도 종식되는 댓가를 치렀으나, 러시아는 새생명을 얻었고 유럽은 더 큰 재앙을 모면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폭발 이후, 비밀과 은폐 그리고 거짓으로 진상을 덮고 일본의 부흥을 외치는 아베는 일본을 더 큰 재앙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동북아시아와 태평양 국가들도 이 재앙의 여파를 피할 길이 없다.

지금이라도 아베 총리와 일본정부는 국제사회 앞에 후쿠시마의 진실을 공개하고 힘을 합쳐 후쿠시마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것만이 일본침몰을 막는 유일한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방사능은 무색무취하고 말이 없다. 그러나 수십 년 후 일본 열도 어느 곳에선가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적절한 대응없이 막연히 그때를 기다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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