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판 표준안 제정 50주년,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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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판 표준안 제정 50주년,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 전시
  • 이현수 기자
  • 승인 2019.07.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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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개관 5주년 기념 ‘한글의 기계화’ 전시…2020년 2월까지 상설전시
▲ 제1회 공무원 및 제2회 전국 한글타자경기대회 모습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낙중)은 개관 5주년 및 한글 자판 표준안 제정 50주년을 맞아 7월 2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상설 전시실에서 테마전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를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한글박물관이 두 번째로 마련하는 상설전시실 테마전으로, 한글의 글쓰기 도구로 타자기가 널리 활용된 1970~80년대를 소개한다.

한글, 손 글씨 시대에서 기계 글씨 시대로

오늘날 흔히 쓰는 컴퓨터 한글 표준 자판의 원형은 1969년 과학기술처에서 정한 ‘한글 기계화 표준 자판안’에서 시작됐다. 당시 ‘한글 전용 법률안’(1948)을 제정한지 20여 년이 지났으나, 공문서 등에서 여전히 한자와 한글이 혼용됐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타자기를 개발 보급해 한글 전용을 가속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한글 타자기는 제품별로 자판이 달랐기 때문에, 타자기 보급, 확산을 위해서 자판을 통일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과학기술처에서는 당시 통용되던 3벌식과 5벌식 타자기의 장점을 절충해 4벌식으로 타자기 자판을 표준화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아 1969년 ‘한글 기계화 표준 자판안’을 제정해 한글 타자기의 확산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연필과 펜 등으로 적던 한글은 타자기를 만나면서 기계로 입출력되기 시작했으며, 표준 자판의 보급 이후 타자기는 한글 글쓰기 도구로 널리 쓰였다. 타자기로 시작된 새로운 글자 쓰기 방식은 오늘날 컴퓨터 및 스마트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 송기주 타자기 광고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스피드 시대의 필수품 한글 타자기

자판 표준화 이후 정부에서는 한글타자 경기대회를 개최하고 공문서를 타자기로 작성하게 하는 등 타자기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 타자기가 확산되면서 타자수는 인기 직종으로 떠올랐다. 1973년에는 전국 타자수가 7만여 명, 타자 학원이 서울 시내에 51곳에 이르렀으며 타자 기능 검정 시험에 2만 5천여 명이 몰렸다. 

한글 타자 배우기 열풍 속에서 1978년 무렵 국산 표준 타자기가 개발되면서 타자기는 더욱더 확산됐다. 한편, 4벌식 표준 타자기를 주로 사용한 공공기관과는 달리, 민간에서는 3벌식 타자기 등 다른 타자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80년대를 대표하는 타자기들과 함께, 타자기로 작성된 공문서, 타자기 교재 등이 전시되고 타자기 열풍을 담아낸 뉴스와 신문기사 등도 소개돼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제공한다.

작가 한강에게 운명의 울림이 된 한글 타자기 최초 공개

테마전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에서는 타자기로 원고를 작성한 1세대 작가 한승원의 타자기와 타자기 원고도 만나볼 수 있다. 한승원은 1970년대 초부터 타자기로 글을 쓰기 시작해 소설 <누이와 늑대>를 비롯한 여러 문학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전시실에서는 한승원이 1972년부터 10여 년간 사용한 공병우 3벌식 문장용 타자기가 소개된다. 이 타자기는 개발자 공병우(1906~1995)가 작가 정을병(1934~2009)의 제안으로 만들었으며 겹받침 ‘ㄶ, ㄳ, ㅄ’ 과 「 」 〈 〉 같은 인용 부호, 가운뎃점(·) 같은 기호들이 있어 문장을 쓰기에 편리하다.

▲ 작가 한승원이 소설 「누이와 늑대」를 작성한 공병우 3벌식 문장용 타자기 (사진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 ‘한글의 기계화’ 코너 개선

박물관은 상설전시실 2부의 ‘한글의 기계화’ 코너를 개선해 관람객들이 좀 더 쉽게 한글 타자기의 역사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한글의 기계화’ 코너에서는 한글 타자기의 역사를 시대별로 제시하고 주요 타자기를 배치했다. 

또한 타자기별로 출력한 단어와 문장을 함께 제시해 타자기마다 다른 자판 글쇠의 분류 체계와 글자 모양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한글 타자기의 상세 설명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면, 여러 개발자들의 고민과 노력이 모여 오늘날 사용되는 한글 2벌식 표준 자판이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40~50대 이상의 어른들은 타자기를 통해 옛 추억을 떠올리고 향수를 느낄 수 있으며, 10~30대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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