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할 유산들> 한국병원의 고매하신 사모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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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할 유산들> 한국병원의 고매하신 사모님-2
  • 임용위
  • 승인 2004.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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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의술에 대해서 뭘 아나?"
한국병원으로 수 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정화위원장과 번갈아 가며 전화를 하는 사이에 정화위원 서너 명이 사무실을 다녀갔다. 어슴프레하게 날이 어두워지자 내일로 미룰 수 없는 고발의뢰인의 사건에 돌입은 해야해서 정회위원장은 한국병원으로 직접 찾아가기로 결단을 내린다.
필자와 정화위원장, 그리고 두 명의 정화위원들과 함께 도착한 한국병원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코리아타운을 지척에 둔 가까운 거리였다. 굳게 닫힌 철문 모퉁이에 부착된 초인종을 10번을 눌러대도 인기척이 없는 병원이, 자꾸만 벼라 별 미심쩍은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언제 어느 시각이고 환자들에게 24시간을 개방해 온 한국병원이 별안간 방문객들로부터 차단되어 소재가 불투명하게 되 버린 상황을 이해할 방도가 없었다.
1시간가까이 밖에서 벨만 눌러대다가 돌아가기로 맘먹고 돌아서는 순간, 김명기 정화위원장이 발견한 한국병원 2층 창의 버티칼이 움직이는 모습으로 인해 내부에 있던 사람은 결국 은거 사실을 들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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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택씨의 아내인 김 모씨. 병원 내에서는 병원장의 간호사 역할로, 외부에서는 싱글을 자랑하는 동포 골퍼로서, 내조도 잘하고 운동도 잘해 동포사회에서 그녀를 따르는 지인들이 많기로 소문났던 그녀는, 별안간의 방문객들을 마지못해 병원 2층의 환자대기실까지 응접하기는 했지만 심사가 뒤틀리고 화가 잔뜩 나 있다는 표시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드러내고 있었다.
'정화위원이 왜 남의 사생활까지 침범하느냐?'는 볼멘소리는 날카로운 음성으로 따지는 원성이 잔뜩 베어있었다. 그녀는 남편(김종택)의 소재도 모르고, 골프 치고 와서 온 몸이 노곤하니 방해하지 말고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입을 굳게 닫아버리고 만다. '오죽하면 저렇게 방문객들을 대할까'싶었던 필자의 생각은, A라는 고발의뢰자가 막무가내로 협박을 해 댔거나, 가당찮은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일단은 피하고만 싶었던 병원 측의 입장에서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무가내는 A가 아닌 병원장의 아내 김씨라는 사실이 몇 분 지나지 않아 금방 들통나고 말았다. 곧 찾아온 아기의 아버지 A씨는 사색이 되어 울분을 참치 못하는 가운데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고, '무식한 것들이 의술 상식도 모르면서 개X랄 떤다.'고 맞대응하는 김 여사의 흥분 섞인 호들갑에서 이미 1차전(?)의 담판은 피해자쪽으로 대세가 기울어 가는 조짐을 그녀 스스로 방문객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 조짐은 금방 그녀의 새빨간 거짓말 하나가 들통나면서 1차전의 승패를 판가름 지었다. 김종택씨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정화위원장에게 '휴대폰을 잃어버린 뒤로 번호도 끊겨 연결이 안 된다.'고 답하는 김 여사의 말을 믿지 못했던 A씨는 수첩에 적힌 번호를 확인하며 그의 휴대폰으로 전화 다이얼을 눌러댔다.
A씨가 김종택씨의 번호로 눌렀던 휴대폰은 바로 응접실 한 구석에 숨어있던 또 다른 휴대폰에서 벨소리를 울려대게 했다. 방문객 모두의 귀로 확인되는 그 소리가 병원장과 그의 아내, 그리고 곧 나타난 그녀의 친지와 두둔 세력들에게 적잖이 약세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의뢰 사건을 단 시일 내에 종결짓게 만드는 작용을 톡톡히 했다. 병원 어딘가에 숨어있었던 병원장이 바로 모습을 드러내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간 일을 마무리했던들, 온갖 수모의 꼬리를 이어가며 그렇게까지 구겨져서 멕시코 땅을 쫓겨나가는 일까지는 없었을 것이란 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생각나는 아쉬움이다.
그러나 그 '아쉬움'이란 것도 보통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병원장 가족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당당함과 '결백'으로 맞서 싸웠고 수도 없이 드러나는 거짓말들은 깜짝 놀랄 순발력과 임기응변으로 탄생하는 또 다른 거짓말들을 양산해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를 병원장 부부가 내 뱉는 말들을 확인해 가는 일로 그 지리멸렬한 시간들을 보내는 동안, 멕시코의 그 작은 한인사회는 '병원장을 확실하게 처단해야 한다'는 민심의 여론과, 끝까지 그들을 비호하고 감싸고자 하는 세력의 양 갈래를 이루면서 극도의 혼란과 이중성의 동포사회로 치달아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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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후에 갤러리아 호텔의 커피숍에 김종택씨는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옆 좌석의 그의 아내 김 여사와 마주한 그녀의 조카는 불행하게도 필자의 동료직원이었다. 아마도 갤러리아 호텔 커피숍에 그 많은 한국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기도 전무후무한 일이었을 것이다. 김명기 위원장은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고 한인회와 관련되어 일하는 사람들을 호출해 불러모았다. 최영범 한인회장과 그 전 회장이 나왔고 정화위원회의 대부분 위원들이 참석했다. 피해자측으로 A씨가 혼자였으며, 아직은 아무것도 확실하게 피의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병원측에서 김씨 부부 외에 너댓 명의 친지와 보호자 성격의 이웃들이 동석했다.
동료 직원인 김 여사의 조카 H양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필자는 선뜻 김 원장에게 뭔가를 묻는 것 조차에서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절친하게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의 동료 직원 앞에서 당당하게 직업의식(취재기자로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순간의 고충을 일거에 깨버린 사람이 다름 아닌 병원장 아내 김씨였다.
김명기 위원장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의 명분을 발휘하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에, 앞세워서 말을 던진 김 여사의 그 한마디는 한인사회에 실로 '명언 중의 명언'으로 기억되고도 남을 한 마디였다.
"예 있는 사람들이 뭐 의술에 대해서 알기나 하나?"
<계속 designtimesp=28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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