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금 실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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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지금 실험중!
  • 이민호
  • 승인 200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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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정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지난달 25일 스타트한 盧武鉉 정부가 청와대의 권위와 격식을 파괴하는 작업에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참여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이 국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새 정부의 격식파괴는 언론과의 관계 재설정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메이저언론의 정보독점 기구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청와대 기자실이 전면 개방형 체제로 바뀌었고, 정부기관들의 초판 구독을 금지했고, 대변인 브리핑 생중계 등의 조치를 취했다. 새 정부는 또 신임 장-차관들의 언론사 인사방문 관행을 폐지하고, 국무회의와 부처 업무보고를 토론방식으로 혁신했다.
과거 청와대에서의 국정회의와 부처 업무보고 회의는 대통령의 訓示場으로 알려질만큼 권위적이었다. 장관들은 노트에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기록하는 데 치우친 나머지, 반론이나 타 부처의 보고에 대해선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이같은 조치들은 과거 정권의 폐단으로 지적돼왔던 勸言癒着 관계 청산, 자유토론을 통한 탈권위, 정보공개를 통한 밀실정치 폐지 등 궁극적으로는 국정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와 관련 盧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옛날에는 정권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소주파티 등 향응을 제공해가며 빼달라 고쳐달라는 로비를 썼는 데, (가판 초판보도를 보고) 비정상적으로 협상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정정 반론보도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신문들은 매일 저녁 7시경 초판을 발행 배포한다. 정부와 주요 기업은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게재될 경우 해당신문사에 삭제 또는 수정을 요구하고, 이 때 광고게재 등의 선물 로비를 하는 관행이 있다)
청와대의 격식파괴중 가장 피부로 와닫는 변화는 3일 창간된 청와대 소식지 <청와대 브리핑>. 대통령의 동정과 각종 회의 결과를 정리해 매일 오후 e-mail(이메일)로 출입기자뿐아니라 한국주재 外信社에까지 보내고 있다. 1일 국정활동 보고서를 한국의 모든 언론에 알리는 조치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의 토론식 회의는 3일부터 본격 가동됐다. 이날 오전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국무회의 운영과 배석자 범위, 부처별 업부보고 양식과 공개여부, 대북송금 특별검사법 처리 방향 등 여러 안건을 둘러싸고 盧대통령과 참석자간에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盧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무회의 내용을 공개하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내놨다고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달 10일부터 28일까지 이뤄지는 부처별 청와대 보고방식도 대통령과 장관, 부처 직원 3자 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편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노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비서진들이 근무하는 청와대 東別館과 新館을 예고없이 방문했다. 1시간30분동안 이뤄진 이날 기습방문에서 노대통령은 비서진은 물론 사무원과 최말단인 청소원들까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국민참여수석실에 들러서는 국민들의 민원처리 방식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제도개선비서관이 "규정 불신에 따른 국민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령을 점검하겠다"고 말하자, 노대통령은 "개선대상을 유형별로 점검하되 구체적 작업은 '시민사회 옴부즈만팀'과 같이 민원을 경험했던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과연 과거 밀실정치의 본산으로 비판받아왔던 청와대 내부의 모습들이 제대로 공개될 것인가. 盧정권의 국민참여 지향이 실험이나 공언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국민들의 기대는 높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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