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폭때 한국에 사전통고는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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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폭때 한국에 사전통고는 하겠다"
  • 프레시안
  • 승인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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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견, 황준호/프레시안 기자 (www.pressian.com)

미국 국방부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비밀리에 계획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가 보도했다. 미국은 이같은 계획을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도 통고한 것으로 확인돼,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북폭하면 1시간내 40만개의 대포알 수도권에 쏟아질 수도"
  
  남북한을 모두 방문한 경험이 있으며 평소 북핵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해온 한반도 전문기자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28일자(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무서운 비밀계획(Secret, Scary Plans)' 제하의 칼럼을 통해 "최근 미 국방부에서 진행중인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무서운 작업들 중 하나는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프는 미국 관리들이 이것은 아직까지 비상계획일 뿐이라고 전하나 이 계획에는 국지적인 크루즈미사일 공격에서 대규모 폭격까지 망라돼 있고, 심지어 한국의 수도 서울을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포대진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 공격을 계획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나 부시 행정부내 일부 관리들 중에는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실제적인 군사공격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세력이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는 "백악관이 외교적 시도를 특별히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외교는 아마 실패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제2의 한국전쟁을 감수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올 여름께 이런 공격을 명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의 대화 주장에 대한 부시의 진노를 전하며 부시가 점차 강경한 입장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매파들은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도 최후의 수단으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으며 (그렇다 해도) 김정일이 보복적 자살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미 군부 내 강경파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크리스토프는 그러나 "그들(매파)은 틀릴 수 있고 그들이 틀리게 된다면 이것은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1만3천개의 대포를 가지고 있고 1시간내에 40만개의 포를 쏘아올릴 수 있다. 여기에는 사린가스나 탄저균 탄두가 장착될 수 있고 이는 미군이 한국의 수도권을 표현하듯 '죽음의 상자' 안에 있는 2천 1백만명의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국방부가 예측한 바에 따르면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1백만명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합참의장, "신중한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크리스토프의 칼럼이 보도된 28일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이 NBC방송에 출연 북한 공격과 관련한 발언을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이어스 합창의장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이 고려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군이 세계의 여러 곳에 대한 신중한 계획들을 상당수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런 계획들이 있으며 계속 갱신(update)한다"고 말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 방안이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논의한 것은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 당국자는 2일 마이어스 합창의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미국측에 문의한 결과 `군대는 항상 긴급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일반적인 답변'이라는 해명을 들었다"며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미국측이 해명해 왔다"고 전했다. 위기감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로 해석 가능한 대응이다.
  
  미국, "북폭 전에 한국과 중국에 사전 통고하겠다"
  
  이같은 크리스토프 보도의 진위여부는 아직 공식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자신의 책상위에는 군사적 행동까지 포함하는 모든 카드가 올려져 있다고 말해왔다. 또 미국은 지난 94년 제1차 북핵위기때 북한의 영변 핵개발시설을 폭격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돌입한 바 있어, 이같은 보도가 사실에 가까운 것임을 감지케 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말 대선에서 승리한 뒤에도 미국의 이같은 '북폭 시나리오'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세미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미 부시 정권 및 공화당 고위인사들과 만났던 한 신문사의 국제전문 대기자는 프레시안과 만나 "부시 정부의 강경파들은 유사시 북한의 핵시설을 제한적으로 폭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하며 "이들은 북한 핵시설을 폭격하기 전에 한국과 중국 정부에 폭격 목표지점을 사전통보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요컨대 미국은 유사시 영변 등 북핵시설을 선제공격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럴 경우에도 관련국인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해 폭격 사실을 사전 통보하는 선에서 일방적 공세를 펼치겠다는 메시지의 전달로 해석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식 직전에 북폭은 물론이고 북폭 시나리오 자체에도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미국 정부의 위험한 계획에 대한 공식반응으로 외교가에서는 해석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전쟁이 나면 나에게는 전시작전권이 없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이 나서는 안되며, 미국 주도의 전쟁을 용인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식 참석후 노 대통령과 만났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회담후 북폭 시나리오 자체를 제거해 달라는 노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모든 시나리오는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혀, 한-미 양국간 갈등관계가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 "미국이 전쟁 일으키면 핵전쟁으로 번질 것"
  
  이같은 미국의 북폭 계획과 관련, 북한의 노동신문은 2일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경우 곧 '핵전쟁'으로 번져 아시아를 비롯 세계 여러나라에서 핵재난을 입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핵전쟁의 구름을 몰아오는 무모한 광증'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우리의 핵시설들에 대한 미국의 공격시도는 핵전쟁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외교가에서는 이같은 북한의 경고를 미국이 북폭을 단행할 경우 한국에 18개, 일본에 50개 있는 원자로를 공격해 사실상 핵공격에 버금가는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우회적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부시 정부의 대표적 매파로는 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꼽히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이들과 비교할 때 도리어 중도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체니 등의 호전성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한반도 8천만의 운명이 체니 등 소수 매파의 수중에서 놀아날 성질의 것인지,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민족 생존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다음은 2월 28일 게제된 크리스토프 칼럼의 전문.
  
  무서운 비밀계획/NYT, 28일
  
  최근 미 국방부에서 진행중인 가장 비밀스럽고 무서운 작업들 중 하나는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계획이다.
  
  이는 아직까지 비상계획일 뿐이라고 미국 관리들은 말한다. 이 계획은 국지적인 크루즈 미사일 공격에서 대규모 공격까지 망라되어 있고, 심지어 한국의 수도 서울을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포대진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이야기되고 있다.
  
  계획을 세우는 것과 김정일의 관심을 끌기위해 몽둥이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미 행정부내 일부 세력들은 외교가 실패할 경우 군사적 공격을 하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백악관이 외교적 시도를 특별히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외교는 아마 실패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제2의 한국전쟁을 감수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올 여름께 이런 공격을 명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 칼럼에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것만큼 어리둥절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계획은 공개적으로 토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사 공격의 선택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이들은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그리고 국가안보회의(NSC)에 포진해 있는 맹수들이다-최근까지 부시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아왔다.
  
  부시 대통령의 매파적 기질은 최근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아는 있는 몇 안 되는 고위 관료인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미국은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의회에 보고하는 것을 보고 부시는 진노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자 백악관은 다자간 협상의 틀 내에서 북한과 쌍무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버리고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현재 미 행정부는 쌍무적 대화 입장을 포기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다자간 협상틀 내에서만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쌍무적 협상이라는 과거의 접근법은 가망이 전혀 없었고 지금은 더더욱 없다.
  
  한 고위 관료는 "우리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우리는 외교적 노력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서서히 전쟁으로 나아갔다. 나는 그것이 심하게 부화뇌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가 존경하는 한반도 전문가 제임스 릴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한반도 전문가이자 한국과 중국에서 대사를 지냈던 그는 내 걱정이 "너무 부화뇌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부가 한반도 정책을 통제하고 있으며 "군사적 선택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북한은 도발하고 있고 플루토늄을 추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주 북한은 영변에 있는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 위성이 영변 핵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영변 부근 재처리시설을 가동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영변 시설은 여름까지 5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재가동을 시작한 날은 아마도 이라크에 첫 폭격을 가하는 날이 될 것이다.
  
  딕 체니 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북한이 핫케익을 찍어내듯 핵탄두를 대량생산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는 엉뚱한 생각이 아니다. 몇년만 지나면 북한은 매년 60기의 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이고 핵분열 물질은 운반이 간편해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알 카에다 등에 밀수출될 수 있다.
  
  매파들은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도 최후의 수단으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으며 (그렇다 해도) 김정일이 보복적 자살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매파들은 아마 옳을 것이다.
  
  아니, 그들은 틀릴 수 있다. 그들이 틀리게 된다면, 이것은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다.
  
  북한은 1만3천개의 대포를 가지고 있고 1시간내에 40만개의 포를 쏘아올릴 수 있다. 여기에는 사린가스나 탄저균 탄두가 장착될 수 있고 이는 미군이 한국의 수도권을 표현하듯, '죽음의 상자' 안에 있는 2천 1백만명의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국방부가 예측한 바에 따르면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1백만명이 죽을 것이다.
  
  군사적 선택지가 너무 끔찍해 상상할 수도 없다면, 그리고 북한의 핵확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한반도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우리에게 압력을 넣는 것은 북한과 협상하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도 한국과 일본은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을 고려할 정도로 흥분해 있다고 이 두 나라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관련 링크 ( http://www.nytimes.com/2003/02/28/opinion/28KRIS.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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