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여만 가는 부시의 이라크전쟁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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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꼬여만 가는 부시의 이라크전쟁 개시
  • 프레시안
  • 승인 200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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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태/프레시안 기자
(www.pressian.com)

이라크 전쟁을 향해 가는 미 부시행정부의 앞길 곳곳에 적색신호가 켜지고 발목지뢰가 폭발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신문인 옵서버는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에 필요한 유엔 2차결의안 채택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전화도청 등 '더러운 술책'을 비밀리에 전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터키 의회는 1일 이라크전에 투입될 미군의 영토사용 허용을 내용으로 한 안건을 부결시켰으며 이라크는 무기사찰단에 의해 지목된 미사일을 파괴하는 등 유엔 무기사찰 활동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빌미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옵서버는 2일 자체 입수한 미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 기밀자료를 인용해 미국이 유엔본부에 주재하는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의 자택과 사무실 전화를 도청하고 이메일을 들여다보는 감시활동을 펴고 있다고 폭로했다. 옵서버는 국가안보국의 한 고위관료가 지난 1월 31일 관련자료를 작성했으며 옵서버는 이 관료가 NSA 상급관리들과 우방국 정보기관에 보낸 기밀문서를 입수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옵서버 "미국의 안보리 이사국들에 대한 더러운 술책"
  
  보도에 따르면 '1급 비밀'이라고 적혀진 이 문서는 이라크 문제에 대한 안보리 표결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최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NSA 요원들에게 "특히 유엔 안보리 이사국(미국과 영국은 제외)들을 대상으로 감시 작전을 강화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 문서는 이라크 공격에 필요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통과에 9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특히 앙골라 카메룬 칠레 멕시코 기니 파키스탄 등 6개국 대표단을 집중 감시할 것을 명확히 하고 했다. 이들 6개국은 전쟁을 주장하는 미국 영국측은 물론 사찰기간 연장과 강화를 지지하는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등 양쪽의 득표전 대상이다.
  
  문서는 또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의 투표 의향은 물론 정책, 협상자세, 자주성 등 미국 정책 집행자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을 것"을 지시하고 외국 정보기관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옵서버는 이같은 감시활동 강화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와 관련, "만일 옵서버 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는 정치적인 스캔들로 비화될 것이며 부시 행정부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의회, 이라크전 미군 영토사용 안건 부결
  
  이에 앞서 지난 1일 뷜렌크 아린크 터키 의회 의장은 이라크전에 투입될 미군의 영토사용 허용을 내용으로 한 안건이 찬성 264표, 반대 250표로 출석의원 과반수에 4표가 부족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터키를 통해 제4기계화 보병사단 등 지상군을 이라크 북부로 투입하려던 부시 행정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이라크 "전쟁만 피할 수 있다면 모두 파기하겠다"
  
  한편 이라크는 2일 유엔 무기사찰단에 의해 지적된 사거리 허용 한도를 초과하는 미사일 파괴를 계속하고 있으며 생화학 무기 폐기지점에 대한 발굴 작업을 통해 생화학 무기 제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과학 고문인 아메르 알-사디 중장은 "오늘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이라크가 무장해제를 위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며 "나의 유일한 임무는 전쟁의 구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디 중장은 파기된 생물무기의 양을 평가하기 위한 1차 전문가 회의가 2일 시작됐으며 유엔 사찰 요원들이 2개 지역에서 미사일 파괴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사디 중장은 알-아지지야 기지 등에 대한 발굴작업을 통해 이라크가 일방적으로 폐기한 상당량의 탄저균과 VX신경가스제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발굴로 이라크가 걸프전 직후인 지난 91년 일방적으로 폐기한 수t의 독성물질로 가득찬 폭탄 잔해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알-하캄 기지에서 탄저균이 폐기됐으며 VX신경가스제 1.5t도 알-무타나에서 "일방적으로 폐기됐다"는 이라크측의 주장이 이를 통해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또 지난 1일 유엔이 금지한 '알-사무드 2' 미사일 4기를 파기한 데 이어 2일에도 알-사무드 미사일 6기를 추가로 파기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공보부의 우다이 알-타이 대변인은 바그다드 북쪽 약 20km 떨어진 대규모 군수단지인 알-타지에서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6기의 미사일 파기 작업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알-사디 중장은 이로써 모두 10기의 알-사무드 미사일을 파기했으며 이는 과학자들에 대한 인터뷰 허용과 함께 사찰단에 대한 이라크의 '적극적인 협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하고 "알-사무드 미사일 주조실도 파괴했으며 지난달 28일부터 3차례에 걸쳐 과학자들에 대한 개별 인터뷰를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알-사디 중장은 미국이 전쟁준비를 계속하면 미사일 파기 작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미국이 합법적인 길을 가지 않으면 이라크가 사찰에 협력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콜린 파월 "이라크 무기사찰단에 시간 더 줄 수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1일 프랑스 RFI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무기사찰에 더 많은 시간을 줄 것"이라며 사찰연장 가능성을 시사하고 미국이 제출한 유엔 2차결의안의 통과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파월 장관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적인 해결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에 아직 2차결의안 통과를 위한 안보리 표결을 부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월 장관은 많은 이들이 원하는 대로 무기사찰기간은 연장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사담 후세인의 퇴진과 완전한 이라크의 무장해제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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