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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자존심과 자존감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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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5  14: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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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종교에서 말하는 ‘유아독존(唯我獨尊)’이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나 모두 자존(自尊)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린 모두 귀한 존재이지요. 부모님의 사랑으로 이 땅에 태어났고,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존재이니 귀한 겁니다. 드문 것이 귀한 것이라면 하나밖에 없는 ‘나’야말로 진정으로 귀한 사람일 겁니다. 그런데 말은 쉬운데 실제로 이렇게 느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정말 귀합니까?

자존심(自尊心)은 참 좋은 말입니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니 좋은 감정이 느껴집니다. 자존심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우리말에서 자존심은 좀 이상하게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난 척의 느낌으로도 사용합니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라는 표현에서는 너 같은 게 무슨 자존심이 있는가 하는 느낌을 드러냅니다. 무시이고 멸시입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일을 했다는 표현도 합니다. 이 말도 이상합니다. 자존심이 무슨 명예나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존심은 버리면 안 되겠지요.

자존심이 있어야 떳떳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래야 누가 나를 무시해도 견딜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존심은 잘난 척이 아닙니다. 자존심은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비록 가진 게 없어도, 내가 비록 부족하더라도 나를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려면 잘 살아야겠죠. 하루를 귀하게 살다보면 더 자존심이 생길 겁니다. 엉망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을 귀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요즘에는 자존감(自尊感)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자존심이나 자존감이나 특별히 다른 개념은 아닐 텐데 자존심이 부정적으로 자주 쓰이니 자존감을 대신 쓰는 게 아닌가 합니다. 자신을 존중하는 감정을 자존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자존감과 같이 쓰는 표현으로는 슬프게도 ‘떨어지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높이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높이자는 말 앞에 대부분 ‘떨어져 있으니’라는 말이 붙어 있으니 문제입니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시대입니다. 외모가 중요해 지면서 타고난 자신의 모습에서 자존감을 잃습니다. 어쩌면 가장 자존감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자신의 모습인데 말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로도 자존감을 잃습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것이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기운 없어 합니다. 옷 때문에 자존감을 잃고, 가방 때문에 자존감을 잃는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이것은 쉽게 바꿀 수 없는 나의 현실입니다.

학교에 가면 여러 가지 이유로 자존감에 상처를 입습니다. 친구나 선생님은 내 자존감에 상처를 줍니다. 콕콕 찌르기도 합니다. 공부를 못하면 바보 취급을 받습니다. 친구와 잘 못 어울리면 따돌림을 당합니다. 특이한 생각을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자존감을 유지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학교는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회사나 사회에 나가면 자존감은 도대체 버틸 수가 없습니다. 갑을 관계에서 자존감은 사치스런 단어일 수 있겠네요.

그래서일까요? 자존감에 대한 책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입니다. 저마다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존감이나 자존심의 시작은 내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깨달음에서 시작합니다. 말로 아무리 설명해도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은 깨달음, 깨침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자존감을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을 귀하게 생각해야 진짜 자존감입니다. 여러분은 자존심, 자존감이 있습니까? 정말 내가 귀합니까? 정말 이 세상 모두가 귀하게 느껴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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