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뒷전' 손님접대 '으뜸' 영사업무에 비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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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뒷전' 손님접대 '으뜸' 영사업무에 비난 봇물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4.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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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관광객 사고 파장 일파만파

2004-07-16 16:47:25


캘거리 관광객 사고 파문이 한국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본국의 유력언론들이 이번 사고에 대한 밴쿠버 총영사관의 무성의한 대응을 집중보도한 데 이어 외교통상부 본부에서도 상황파악에 나섰다.

한국의 <연합뉴스>와 <조선일보><중앙일보>등 유력 일간지는 본지 지난 호(7월10일자)에 첫 보도가 나간 뒤 12일 이 소식을 "동포신문 <코리아미디어>에 따르면" 이라고 인용하며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가 나가자 네티즌들은 각 언론사와 외교부 홈페이지 등에는 밴쿠버 총영사관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캐나다 여행객 대형사고 "영사관은 없었다" ' 제하의 <조선일보>기사에 댓글을 단 박제영씨는 "재외공관이 재외국민을 얼마나 하찮고 귀찮은 사람 대하듯 하는지 외국서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 안다" 며 영사업무보다 본국 손님 접대에 열중하는 재외공관의 행태를 비난했다.

장경구 (changkk23)씨는 <중앙일보>홈페이지에 "선진국과 후진국의 가장 큰 차이는 정부기관이 얼마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것" 이라며 "대한민국을 후진국으로 만든 담당자를 즉각 본국으로 송환되어야 한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본국뿐 아니라 토론토 <한국일보>와 인터넷신문 <아이코리언>등도 이 소식을 전하면서 재외국민 보호 문제를 부각시켰다.

외교부 재외국민영사국은 밴쿠버 총영사관으로부터 이 사고 관련 경과보고서를 받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최근 잇딴 외무공무원들의 '부적절한 행위'를 질책하며 현상황을 "절체절명의 위기" 라고 규정한 터여서 파장은 더욱 심각했다.

밴쿠버 총영사관은 경위서에서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사고 후 10시간은 공관이 사고제보를 접하기 이전이었고 상황파악에 나섰을 때에는 일부 부상자들이 이미 응급처치를 마치고 퇴원해 캔모어로 이동한 이후였다" 며 "경찰당국과 병원쪽에 확인했으나 제대로 연결이 안됐다." 고 해명했다.

총영사관은 이어 "문제는 홍옥자씨 등이 7월2일 재입원한 것인데 이는 퇴근시간 후에 발생했고 이후 휴일인 관계로 알 수가 없었으며, 5일 공관이 홍옥자씨의 재입원 사실을 알았을 때는 홍씨가 치료를 받고 6일 퇴원이 예정돼 있어 공관으로서 특별히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말했다.

박종기 밴쿠버 총영사는  "여행사의 사고처리 태도, 캐나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 공관에 대한 불평이 공관이 물리적으로 처리 불가능한 부분까지 일방적으로 이어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포사회에서는  "총영사관이 직원 한 명 내보내지 않고 무신경하게 처리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에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제도와 응급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세웅 밴쿠버 해병전우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재외공관이 한국에서 관련부처 귀빈들이 올 때와 동포문제를 다룰 때 현격한 차이를 느낀다. 본국에서 온 손님한테는 한인단체장들을 총동원해 만찬을 베푸는 데 반해 동포문제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이 사건이 아주 좋은 예이다. 그 곳에 공관이 생각하는 귀빈이 탑승하고 있다면 과연 그렇게 처리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김경록 목사는 "내 혈육, 친척이 그것보다 더 작은 어려움을 당해도 속이 상할 텐데 어떻게 그렇게 방치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동포사회와 공관이 좀 더 발전적인 관계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 총영사관이 현지 한인회장에게 사태파악을 부탁한 것을 놓고 재외공관과 한인단체가 좀더 민주적이고 성숙한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기훈 토론토 한인회장은 "정부기관이라고 동포 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동포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식이 서야 할 것." 이라며 "동포없는 곳에 한인기관이나 단체는 존재가치가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한인단체와 공관은 수평적인 관계로 상호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덕산 에드먼튼 한인회장은 “한인인구가 팽창하면서 한인회 업무가 10년전과는 크게 달라졌고 특히 영사관이 나와 있지 않은 이 지역의 경우 한인관련 문제가 있을 때 대처나 실행이 쉽지 않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영만 캘거리 한인회장은“이번 사고로 한인회가 경찰서, 병원, 기타 주요기관에 동포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 할 수 있는 라인을 형성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고 말했다.

밴쿠버의 원로목사인 반병섭 목사는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사고가 났을 때 언어와 문화가 생소하기 때문에 동포애가 더욱 필요하다."며 "이처럼 큰 충격과 공포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 담긴 위로와 격려일 것." 라고 말했다.

이영주 기자

yj@corea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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