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플라이룸’ 펴낸 김우재 오타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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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플라이룸’ 펴낸 김우재 오타와대 교수
  • 신지연 재외기자
  • 승인 2019.01.3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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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의 사회와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다뤄…대학 밖에서 기초과학 실험실 '타운랩' 시도 계획

▲ ‘플라이룸’ 저자 김우재 오타와대 교수 (사진 신지연 재외기자)

초파리 유전학자로 유명한 김우재 오타와대 교수가 초파리의 사회 그리고 생물학의 두 분야인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을 다룬 ‘플라이룸’을 출간했다.

김우재 교수는 오타와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겨레’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과학에 대해 왕성한 필력을 자랑해 왔다. 또한 오타와에서 민주평통 오타와지회 자문위원과 오타와 한인장학재단 사무총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플라이룸’은 ▲1장 사회(기초과학의 지표, 초파리) ▲2장 과학(초파리, 시간의 유전학), ▲3장 역사(초파리, 생물학의 두 날개)로 구성돼 있으며, 1월 26일 오후 5시 김우재 교수의 자택에서 출판 기념파티를 열었다.

이날 파티는 피아니스트인 부인 크리스틴 리(전 오타와한인장학재단 ‘봄맞이 자선음악회’ 음악 감독)가 준비한 정갈하고 담백한 수채화 그림 같은 한식 만찬과 어린이들의 흥겨운 피아노 연주가 쉼 없이 이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플라이룸’에 관해, 과학에 대해, 삶에 대해, 육아에 관해, 오타와의 매서운 겨울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김 교수의 ‘플라이룸’ 출판을 축하하고, 앞으로 진행될 ‘타운랩’ 및 미래 이어질 책 출판의 성공을 기원하는 축하와 응원의 박수로 모임은 마무리됐다.

출간 기념 파티를 마치고 김우재 교수와 마주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 출판 기념 파티를 마무리하며 기념촬영 시간을 갖고 있다, 뒷줄 가운데 플라이룸 저자 김우재 교수, 그앞이 부인 크리스틴 리 (사진 신지연 재외기자)

Q: ‘플라이룸’은 어떻게 책으로 나오게 됐나?

김우재 교수(이하 김) :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을 만드는 설계도, 즉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유전학이라고 불립니다. 유전학은 다양한 생물 종을 통해 탐구돼 왔지만, 20세기 초 미국 뉴욕의 조그만 플라이룸(fly room)이야 말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학 연구를 완성시킨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 포항공대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마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에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으로 연구분야를 바꿨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개미와 꿀벌을 좋아했고, 행동을 연구하고 싶던 꿈을 늦게나마 이루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초파리의 행동을 유전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게 됐고, 오타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실험실에서의 연구 이외에도, 저는 과학의 역사를 다루는 과학사, 과학의 발견과 연구에 담긴 철학을 다루는 과학철학 그리고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과학사회학을 꾸준히 공부해 왔습니다. 그렇게 과학에 관한 글을 쓴 지 15년이 조금 넘었고, 지금은 여러 매체를 통해 과학과 사회 그리고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글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학자가 실험실이라는 상아탑에서만 연구하는 것이 과학을 사회와 격리시켜, 현재처럼 기초연구가 소홀히 취급되는 현실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막스 델브뤽의 말처럼, 과학자는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도 또 격리되기 위해서도 자신의 연구를 통해야만 합니다. ‘플라이룸’은 그런 고민이 담긴 제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플라이룸’에 앞서 출판된 ‘초파리의 사생활’은 어떤 책인가?

‘초파리의 사생활’은 ‘과학하고 앉아있네’라는 팟캐스트 대담을 책으로 엮은 대담집입니다. 당시 이미 김영사와 ‘플라이룸’을 계약해 둔 상태였고,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구상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초파리의 사생활’ 에서는 아주 짧게 ‘플라이룸’에서 펼쳐진 이야기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플라이룸’은 리디북스를 통해 전자책으로 출판된 상태이니, 해외 거주하는 교포 여러분께서도 쉽게 구입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 ‘플라이룸’ 표지

Q: ‘플라이룸’이 한국에서 책으로 나왔을 때와 오타와에서 ‘플라이룸’ 출판 기념 파티를 가진 지금을 비교하면 어떠한가?

김 :  공적인 매체에 글을 쓰기 시작한건 10년이 좀 넘었습니다. 저는 종이 매체가 아닌 인터넷 매체로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 첫 세대 작가입니다. 2008년 과학창의재단이 발행하는 사이언스타임즈에 ‘꿈의 분자’라는 분자생물학의 역사를 다룬 글을 연재한 게 제가 공식적으로 작가로 등단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 꾸준히 글을 써왔고, 2014년에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출판사인 김영사로부터 연락을 받게 됐습니다. 그렇게 세 권의 책을 계약하고 교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외국에서의 교수 생활이 쉽지는 않았고, 글 빚은 계속 미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이 나온건 기적 같은 일입니다. 제가 인생의 항로를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을 즈음에야 책을 쓸 수 있었으니까요. 오타와의 지인들이 함께 기뻐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Q: ‘플라이룸’을 통해 전달하고자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김 :  플라이룸은 제 1장 사회, 제 2장 과학, 그리고 제 3장 역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장은 독립된 단행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상이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모든 장을 관통하는 주제는 ‘과학이라는 활동의 사회적 의미’와 관련돼 있습니다.

저는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기초과학자로 사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고 도미 후 캐나다까지 오게 됐지만, 캐나다에 와서도 기초과학에 대한 홀대와 무지가 횡행하는 현실을 보며, 이건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책은 기초과학의 의미를 다양한 각도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 점을 주지하면서 책을 읽으면 좋습니다.

기초과학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 현실을 살아가는 과학자는 이제 더이상 망가져가는 과학계를 무시하고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플라이룸’은 현장의 과학자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어떻게 사회와 조우하고 또 사회는 과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과학은,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과학이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런 사회가 불행해 보인다면, 과학을 위해 모두 한 걸음을 내딛어 주시길 바랍니다.

Q: ‘플라이룸’ 이후 또 다른 계획은?

김 : 저는 세계적으로 대학이 상업화되고, 점점 더 사회를 불행하게 만들어가는 시스템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학 밖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타운랩은 과학자가 되는 경험의 진입장벽을 낮춰,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과학이 무엇인지 실천으로 교육하는 소규모 실험실 사업입니다. 저는 타운랩을 통해 기초과학이 새로운 방향의 살 길을 도모하고, 또 사회가 기초과학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운랩은 훗날 오타와에서 시작됐다고 기록될 것 같습니다. 타운랩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언제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타운랩’은 이미 한국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고, 곧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과학이 사회와 조우하는 새로운 방식을 곧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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