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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국, 캐나다 그리고 나라 사랑’을 읽고
박은숙 캐나다 밴쿠버 해오름한국문화학교 교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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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4  15: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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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숙 해오름한국문화학교 교장
지난 12월 15일 캐나다 밴쿠버 6.25 참전유공자회는 ‘조국, 캐나다 그리고 나라사랑’ 출판기념회를 가졌습니다.

‘조국, 캐나다 그리고 나라사랑’은 한국 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상기시킴으로써 평화를 기원하고 전쟁에 참가한 장병들을 추모하자는 취지로 6.25 참전유공자회에서 발간한 책으로, 6.25 전쟁 참전용사로써 직접 경험한 전쟁의 진실과 이민생활의 실상을 담고 있습니다. 2012년 6월 발간된 ‘조국을 위해 이렇게 싸웠다’의 후속작이기도 합니다.

밴쿠버 6.25 참전유공자회 이우석 회장님은 발간사를 통해, 이 책은 밴쿠버 국가 유공자들의 생애의 기록으로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절대 가치를 죽음으로 막아선 분들의 이야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책 첫 장부터 비장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책자에 올린 글을 통해 따뜻하고 인자한 유공자회 어르신들과 보낸 지난 10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습니다. 모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처럼 해 뜨고 달 지면 별처럼 뵙던 분들의 삶이, 순간순간 보석처럼 빛이 났습니다.

김건 전 밴쿠버총영사님의 축사처럼, 사선너머 피로 지켜낸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토양이 됐고 태평양 너머 땀으로 일궈낸 고단한 이민의 역사는 캐나다 한인사회의 씨앗이자 마중물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통역관으로 영국군 복장을 하고 우쭐대던, 하얀 전대를 메고 죽어간 어린 중공군 병사에 대한 측은한 마음과 먼저 간 아내가 졸업 선물로 남긴 찐한 키스 장면도 담겨있습니다. 20여 년을 매일 아침에 만나 팀홀튼에서 마주한 커피의 주인공들이 모두 작고하고 홀로 남은 안타까운 이야기도 만납니다.

돌이켜보면 소설의 줄거리처럼 한 인간의 기구한 고난이 담긴 역경 같은 줄거리의 연속이었듯이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이 인생항로를 그림으로 뿌려놓은 듯한 생각도 담겨있습니다. 또한 북극의 거센 눈보라를 피부로 느끼며 순조롭지 않았을 타국살이의 고충이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북한 방문을 통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심정을 표현한 ‘마음은 급한데 기차는 느렸다.’는 말이 폐부에 닿았습니다. 낙동강 물이 피바다로 변하는 참혹한 순간과 ‘6.25는 말이 없다’에는 ‘살았다는 것과 사는 것’ 살았다는 것은 가족과 함께 라는 의미가 담겨 있지만 사는 것은 밥만 먹고 산 것이었다는 글에 ‘나는 밥만 먹고 산 것이었다’라는 글귀가 여전히 눈에 밟힙니다.

일본 식민지 시절 창씨개명과 우리말조차 쓸 수 없었던 아픔, 군수품으로 빼앗긴 놋 밥그릇의 이야기는 콧등이 시큰했습니다. 치열한 전투를 겪고 살아남은 동지와의 해후, 인민군 도망군에서 의사가 되기까지의 역경, 헤엄쳐서 한강을 건넌 이야기 모두 늘 곁에서 함께 따뜻한 밥을 나눈 어르신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역전의 용사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즈음, 우리 모두의 가슴에 평화의 꽃을 남긴 분들의 발자취였습니다.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운 한국전쟁에 대한 노랑머리 갈색 눈의 캐네디언 참전 어르신들의 자부심에는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의 촛불 추모식 모습도 담겨있습니다. 양귀비와 함께 붉게 물든 노병의 심장을 느낄 수 있었으며, 월남전을 겪으며 강대국과 맺은 방위공약이나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은 결코 신뢰해서는 안된다는 다짐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시인의 시 속에 ‘바람의 묘지가 된 황야에서 백 번제를 드리오리니’와 같은 조국 통일의 날을 염원하는 간절함이 담겨있습니다. 전쟁의 상흔을, 세월을 다듬으며 물살을 뒤척이며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다독이고 한 자락 그리움을 안고 드래져 흘러간다고 하신 어르신의 시와, 청춘을 전쟁터에서 보내고 부정한 꼴을 볼 수 없어 이민 생활의 밥그릇도 걷어 찬 이야기는 이민사의 산 기록입니다.

평화의 사도 앞에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흐르거라, 우리는 전진 한다를 목놓아 부르던 때를 떠올리며 감격하던 모습과 평화의 사도 기념비는 평화와 자유와 사랑의 상징이요, 캐나다와 한국 간의 우정의 표징으로 인류 역사 영원한 평화의 상징으로 평화의 사도로 살리라는 다짐도 보았습니다.

한국인 이민자로 캐나다 주정부 최초의 산림관이 된 이야기, 사람의 몸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피를 덮어 쓰고 살아남은 이의 옹진광산굴 대학살의 글에는 옹진군의 젊은 학생들이 반공유격대를 편성해 지켜낸 우리 조국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제는 노인들만 기억한다는 6.25에 대한 아픔과 이산가족의 슬픈 현실과, 제가 남긴 토피노 가는 그 길은 산 자의 몫인 순례의 길로 60년 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분들이 겪은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민은 조국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영토를 넓히는 거라는 디아스포라적 소신과 언어와 문화, 경력 단절로 인한 역경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든 분의 차별성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삶의 중요한 선택으로 태권도와 아내, 그리고 캐나다 이민으로 꼽은 분의 이야기에는 바짓가랑이에 5키로의 못을 삼키고 일어선 이민자의 고난한 삶과 동부의 추운 겨울 엔진이 터져나간 자동차를 끌고 새벽녘에 도착한 가게창문 앞에 앉아 기다리던 아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평화의 사도 기념비가 한-카 교역의 징검다리이며 캐나다의 관문인 밴쿠버에 영원히 새겨진 이정표로 한인과 캐나다인의 가슴에 영원한 기념의 장소로 남겨졌음을 확신하는 평화의 사도 건립공로로 국민 포장을 수상한 분의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분단 조국의 아픔을 온몸으로 체감한 젊은이가 자유와 희망의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너와 절망의 덫에서 죽음 직전까지 내 몰렸어도 포기하지 않는 한 성공한 사업인의 모습이 늠름하게 담겨있습니다. 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정직한 장사꾼이라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달빛 속에 어머니와 바라 본 평화의 사도 기념비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와 뒤센형 근위측증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이야기, 한국전 참전 용사를 아버지로 둔 버나비 시장의 말을 통해 캐나다에서의 시민은 정부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버나비 시의 정책 결정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에 대한 긍지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전체 시민의 약 1/3이 여러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고 캐나다는 도전을 바탕으로 모험심이 있는 사람들이 개척해 온 나라라는 것을 강조하며 자녀에게 삶의 좌표로 균형을 잘 지키라는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끝으로 호국회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박하고 간결하고 서민적이어서 바로 정이 드는 그곳은 단순한 사무실이 아니라, 6.25와 월남전에 참전한 용사들의 전당이며 조국을 위해 피 땀 흘려 싸웠던 전우들의 집이라 말합니다.

조국, 캐나다 그리고 나라 사랑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바친 조국선열의 숨결과 그 넋을 기리기 위한 마음이 향유처럼 흘러내립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갖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캐나다 속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이민자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조국, 캐나다 그리고 나라 사랑’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우리의 값진 역사가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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