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적 자긍심 한껏 느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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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 자긍심 한껏 느껴서 좋아요."
  • 임용위
  • 승인 200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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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적도 우수한 '청소년 사물놀이 팀'
동포신문사는 올 한해 전반기의 멕시코 한인사회를 빛낸 인물로 '청소년 사물놀이 팀(자도 최남윤)'을 선정했습니다.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 때마다 북·장구·짚꽹과리 등 네 가지 우리 민속의 타악기를 들고 연주하며 비록 프로 재간꾼들의 솜씨에는 견줄 수 없는 실력이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배운 솜씨를 발휘해 현지인들에게 흥겨운 우리 가락을 소개하고 동포들에게는 민속 연주의 흥취를 한껏 만끽하게 하는 한국문화 전령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봅니다.
크고 작은 한인문화행사 때마다 등장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갈채를 받아온 청소년 四物놀이 팀을 만나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designtimesp=30656>

호남향우회 송년의 밤 2부 행사의 연주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조은영(16)양 등 사물놀이 팀 6명은 전에 비해서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한인문화원 개원식 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한인청소년 사물놀이팀'은 한국음식주간(대사관 주관), 한인청소년 문화축제(한인회 주최)를 비롯해 크고 작은 한인행사에만 6차례 공연한바 있는, 우연찮게 명실상부한 멕시코 한인사회의 문화사절단으로 발판을 굳히는 결실을 이룩했다.
학업에 전념하면서 모범생으로도 주위 어른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6명의 우리 청소년들은 "사물놀이에 심취해있는 동안만큼은 흥겹고도 힘찬 가락 장단에 한국인으로서의 민족적 자긍심을 한껏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입을 모은다. 최남윤(W식당 대표)씨의 지도로 제법 아마추어 범주의 기량은 넘어서서 대중들 앞에서 자신감을 발휘하기 시작한 청소년 사물놀이 팀은 한글학교의 초등학교시절부터 특별활동반의 사물 악기를 다뤄온 아이들로 선발돼 구성되었다.
무조건 틈을 내서 짬짬이 연습하고 공연만 하는 청소년들이 아니라는 사실은 '사물놀이가 어떤 것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또렷또렷하게 답하는 아이들의 사물놀이에 대한 각별한 이해에서도 그들의 우리 민속연주의 남다른 사랑을 충분히 엿볼 수가 있었다.
"사물이란 원래 절에서 불교의식 때 쓰인 법고(法鼓)·운판(雲板)·목어(木魚)·범종(梵鐘)의 네 악기를 가리키던 말이었어요. 그것이 뒤에 가서 북·짚목탁·태평소로 바뀌었고 지금은 다시 북·장구·짚꽹과리 네 가지 민속타악기로 바뀌게 된 것이죠." 꾕과리를 맡아 연주하는 정재하(15)군의 설명이다.
주로 어떤 제목의 연주를 하느냐고 묻자 "호남우도농악(湖南右道農樂)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오늘은 특별히 호남향우회의 밤이기 때문에 이 곡을 연주한다."며 "그밖에 짝두름, 비나리, 설장고놀이, 판굿, 길군악칠채 등이 있는데 아직 다 배우지 못했다."고 의젓하고도 반듯한 표정으로 정재하군은 덧붙인다.
"사물놀이를 하게 되면서 많이 뿌듯해지기도 했지만 걱정도 많이 한다."는 김수연(12)양은 "말과 행동을 늘 조심스럽고 예의바르게 해야한다는 것이 걱정거리"라며 "친구들이 많이 좋아해 주고, 어른들이 칭찬할 때마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에 몸가짐을 각별히 조심한다."는 야무진 답변도 서슴지 않는다.
장고를 맡아 팀과 3개월 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원진섭(14)군은 "사물놀이를 하면서 한번도 동생이나 친구들과 싸워 본 적이 없다."면서 "우리 악기를 손에 들고 있으면 엄숙해지고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지는 게 그 이유인 것 같다."고 말한다. "특별히 무슨 일이 생기거나 멕시코를 떠나지 않는 한은 사물놀이를 더 많이 배워서 현지인들에게 보급도 하고싶다."고 조진군(14)군이 진섭이의 말을 거든다.
이미 이들 청소년들의 사물놀이 공연에는 열렬한 현지인 팬들이 많이 생겼다. 바로 멕시코에 한류열풍의 열기를 몰아가고 있는 안재욱 팬클럽 회원들. 이들 몇몇 회원들(회장을 중심으로 한)은 우리 청소년들의 연주공연 때마다 항상 맨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진지한 모습으로 경청하면서 몇몇은 손짓으로 악기 다루는 흉내까지 한다.
"사물놀이를 몹시 배우고 싶어하는 안재욱 팬클럽 회원들에게 몇 번 손발을 맞출 기회가 있었다."는 이채원 한인회 부회장은 "우리의 정서가 그들과 잘 맞아떨어지는 사물놀이가 우리의 청소년 팀과 현지인 팀이 하모니를 이루고 공연하는 모습을 내년에는 볼 수 있을 것이다."면서 "사물놀이가 한국과 멕시코의 문화교류를 이어가는데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라고 말한다.
한창 학업에 열중해야할 학생의 신분으로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틈틈이 여가를 선용해 고국의 전통적인 가락을 배우고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남다른 민족애가 2004년의 후반기에도 유감 없이 발휘되기만을 빌어본다.
임용위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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