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가위눌려 우울한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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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가위눌려 우울한 한가위
  • 김정희기자
  • 승인 2004.09.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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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복지센터 동포들 서글픈 명절, 제대로 된 동포법 시행되기만 소망

<올 초 불법체류자 사면, 동포법 개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던 중국동포들은 현재 조선족복지센터(소장 임광빈목사)에 모여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모두들 명절이라고 고향을 찾아가는 추석 연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그리며 쓸쓸히 연휴를 보내고 있는 중국동포들을 찾았다.>

민족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한가위를 맞아 한켠에서 가슴저린 한숨만을 내쉬고 있는 이들이 있다. 평생 마음에 담고 살던 고국땅을 찾아왔다가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린 중국동포들이 바로 그들이다.

한가위를 맞아 다들 들뜬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 추석 연휴, 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다함께 모여앉은 중국동포들은 "명절이 되면 너무나 가슴이 아파 눈물만 난다. 부모 노릇도 못하고 가족들을 찾아가 보지도 못하는 답답한 심정을 누가 아느냐"며 원망섞인 한숨을 내쉰다.

현재 '조선족복지센터'에는 올해 초 장장 80여일동안 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불법체류자 사면, 동포법 개정'을 외치며 농성을 벌였던 중국동포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고 있다. 지난 2월 현재 있는 복지센터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이들은 오랜 농성이 시행령 하나 없이 말뿐인 동포법 개정으로 끝이 난 후 이곳에서 어렵게 생활을 꾸려오고 있다.

국내 중국동포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어진 조선족연합회의 허일웅 부회장은 "현재 20여명의 동포들이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며 "황석영선생 등 양심수 노인들을 비롯해 몇몇 센터를 찾아주는 이들의 도움으로 겨우 생활을 이어왔다"고 그간의 생활을 전했다.

진복자 총무의 "지난 몇 개월 동안 우리는 시장에서 떨어진 시래기들을 주워다 김치를 담가먹었다"는 말을 들으면 현재 이곳 동포들의 어려움을 짐작할 만하다.

이곳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불법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에 정부의 변덕스런 정책과 계속되는 단속에 일도 하지 못하고 힘겹게 살고 있는데도 동포들을 위해 일한다는 재외동포재단조차 국내에 들어와 있는 동포들에 대해 관심조차 갖지 않으니 그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처럼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돈을 벌어보겠다며 들뜬 마음으로 찾은 고국에서 무시와 홀대만 받다가 돌아갈 순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허 부회장은 "만약 다른 나라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그냥 이럴수도 있구나 하고 말겠지만 내 나라, 내 민족이라 생각한 한국이기에 더욱 서럽다"며 서운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자국 동포를 보호하기는커녕 범죄자 취급을 하는 고국에 서운함이 큰 만큼 잘못된 것은 꼭 고치고 가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년이 넘었다는 한 동포는 "정부에서는 고용허가제를 위해 단속을 거듭해 자진출국, 강제추방 등으로 2만여명을 내보냈지만 고용허가제로 그만큼의 사람들이 들어왔다"며 "결국 그들도 또다시 불체자 신분이 되어 현재 20만에 달하는 불체자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또 한 여성 동포는 "최근 중국에서는 그토록 고집했던 조선족학교를 포기하고 아이가 어릴때부터 한족 탁아소, 한족 학교에 보내고 있다"며 고국에 대해 반감만 높아지게 한 한국 정부가 백년이 넘게 지켜온 중국동포들의 민족적 자부심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 동북공정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들이 많다. "동북 3성을 꿋꿋이 지켜온 중국동포들은 홀대하면서 땅과 역사만을 찾겠다는 건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사람은 버리고 역사만 찾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

그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억울함들을 털어놓던 이들은 추석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니 고향에서 보내던 명절을 떠올리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고향과 명절 이야기에 그제서야 웃음을 짓는 이들을 보다보니 한켠에서 한숨어린 말이 귀에 와서 닿는다.
"차라리 한국을 몰랐다면, 한국땅을 밟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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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즈 윤준호대표 쌀 20포대 기증

IT업체 트래니즈 윤준호 대표는 최근 조선족복지센터에 20Kg 쌀 20포대를 기증했다.
고국땅에서 쓸쓸한 명절을 맞고 있는 복지센터 동포들에게 작으나마 정성을 전하겠다며 직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윤 대표는 준비해 온 쌀을 전했다.

복지센터 동포들은 어려운 때에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준 윤 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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