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입을 위한 터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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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가입을 위한 터키의 선택
  • 김상진
  • 승인 2004.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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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유럽연합 으로 가는 가시밭길
요즘 터키의 정치/사회면에 가장 많이 오르 내리는 쟁점이자, 정치인들중 누구도 선듯 자기 주장을 소신있게 밝히지 못하는 문제가 지금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중인 형법 개정안 이며 이중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간통죄" 신설 부분 이다.

1996년 폐지된 간통죄가 부활되면, 여전히 가부장적 터키 사회에서 또 여성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야당과 여성/시민 단체에서의 반대가 1차적인 쟁점이 되었었다.

그러나 그 문제는 절대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 지도층의 확고한 방침에 따라 다소의 반대와 무리가 있더라도 밀고 나가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자, 힘의 논리에 따라 그렇게 되어져 가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지는 듯 보였었다.

그러나 최근 터키를 방문하고 돌아간 EU 집행부 인사의 발표에 따라, 터키는 다시 이문제가 정치적인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이 된 것이다.

즉,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간통죄 입법 움직임이 유럽연합 안에서 터키의 개혁 의지에 대한 인식에 상처를 주고 혼란을 촉발하고 있다”고 밝혔고, 핀란드 전 대통령이자,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 대한 독립보고서를 작성하는 책임자인 마르티 아티사리는 “인간 관계를 법제화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그리고 유럽연합 확대위원회의 터키관련 보고서 제출 시한인 10월 6일 까지 이 법안 처리에 대한 터키의 확실한 결정이 없으면 터키의 EU 가입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가 상정될 것이며, 이는 터키 현정권 최대의 과제이자 숙원인 EU 가입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따라 현 정권의 2인자로써 현직 외무부장관인 압둘라 귤 장관은 긴급히 야당 지도자인 데니즈 바이칼 CHP 당수와 협의를 갖고, 이번 형법 개정안에서 "간통제"조항을 삭제 하는 것으로 협의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이러한 사소한 문제로 인해 터키의 EU 가입에 지장을 줄수없음을 밝히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러나 바로 몇일후, 터키의 타입 엘도안 수상의 의원연설에서 "간통제" 문제는 터키의 내부 문제이며, EU는 터키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 라는 내용의 강경 발언을 한 것이다.

그토록 EU가입을 위해 열심히 뛰고있는 터키 수상의 입에서 이렇게 민감한때 그와같은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아서는 집권여당의 내부에서도 이 문제로 인해 의견통일이 되지 않고 있으며 EU측이 터키 내부문제에 지나친 간섭을 한다는 여권내의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 되고 있으나, 적어도 수상과 외무장관 사이에 아무런 사전 조율이나 협의 없이 이렇게 정 반대의 입장이 몇일 사이에 발표 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어쨌든 터키 수상은 현재 벨기에를 방문 중이며, 벨기에 수상과 EU 가입에 대한 문제를 협의 중에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양측 수상의 협의 내용에 "간통죄" 부분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라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법을 찾을 것인가.터키는 EU 집행부가 제시한 시한인 10월 6일 까지 형법 개정안 처리 (즉, 간통죄 조항 신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여권 내부의 반발이 있는 것이 사실 이기에 결과에 대한 추측을 하기는 좀 이른 감이 있다.

EU 가입을 위해 터키가 걸어가는 길이 험하기만 하다.

그동안 터키의 EU 가입을 위한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쿠르드 반군 지도자인 압둘라 외잘란을 사형선고 했다가 EU의 제동으로 사형제도 자체를 폐지하지 않았던가.

또한 사회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많은 지적을 받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자존심을 상해가며 노력해 왔는가.

그동안 갖가지 이유와 트집으로 터키의 EU 가입에 제동을 걸어왔던 많은 EU 국가들은 독일을 중심으로 터키의 EU 가입을 인정해 오는 분위기까지 만들었지만, 아직도 터키는 언제일지 모르는 EU 가입을 위해, 2004년 12월까지 EU 가입을 위한 일정을 내 놓으라고 EU 에 요청을 해 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런 싯점에서 EU와의 감정섞인 자존심 싸움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결국 이번일은 터키 수상의 자존심을 꺽고 "간통죄" 신설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 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산넘어 산이 아니던가.

이제 EU는 어떤 사항을 터키에 요구하며 나올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터키는 EU의 요청과 간섭에 무기력한 YES 만 해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어렵고 힘든 EU 로의 길을 걸어가는 터키 정부의 입장은 과연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경제적인 면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EU에 가입을 하면 터키도 유럽 수준의 경제력이 바로 생기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현 정부의 홍보이기도 하다. 과연 그럴까? 그것은 이미 EU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의 상황을 보면 잘 알수 있을 것지만 그리 단순한 것 만은 아니다.

그것보다, 현 정권이 EU 가입에 사활을 걸고있는 속내는 따로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군부와의 파워게임 이며, 공화국 설립 이후로 터키의 헤게모니를 쥐고있는 군부의 힘을 약화하고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민간이 회복하자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가 민주화의 흐름속에 있는 이때에 터키의 군부 통치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이며, 현 정권이 국회의석의 절대 우위를 차지해서 헌법개정 정족수 까지 확보한 이 마당에 터키내의 헤게모니 경쟁에서 EU 가입을 통한 외세의 지원에 의지해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그것은 터키 공화국이 설립 되면서 부터 갖고있는 터키 군부의 권한과 위상이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터키는 제 1차 세계대전후 오스만터키 제국의 막을 내리고 군인인 무스타파 케말 장군에 의해 공화국 체계로 새롭게 출범을 하였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의식속에 있는 과거 오스만터키 제국으로의 회귀를 억제해야 했고, 그를 위해 엄청난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했고, 강력한 헌법과 공화국 체제 유지를 위해 그 직무를 군부에 부여하게 되었다.

군부는 "국가안보회의"라는 터키 최고의사결정기관의 50% 의석을 갖고있으며, 의장인 대통령에 이어 군사령관이 부의장을 맡도록 제도화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견과 영향력을 이 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행사해 오고 있다.

만일 현 정치인들의 부패와 사회 혼란등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군인들이 사회와 국가의 질서유지를 위해 쿠데타를 벌이게 되는데, 1960년 이후 10년 주기로 모두 세차례의 쿠데타(무혈)가 있었으며, 그때마다 국민들의 호응과 함께 사회/정치 질서의 회복후 군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군은 아직도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갖고 있는 것이 터키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있는 군부가 국민 지지속에 집권한 여당과의 헤게모니 경쟁을 벌여야 하는가가 또하나의 궁금한 사항이 된다.

현재 집권한 정당은 표면적으로는 종교색을 띄지 않는 다 해도 모두가 다 인정하는 종교(이슬람)색이 짙은 정당으로써, 공화국 창립과 함께 헌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종교의 정치 참여/간섭 금지 조항으로 인해 그동안 정치적으로 많은 불이익과 어려움을 참아왔던 종교적 인사들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슬람 종교와 종교심을 움직여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대신할 새롭고 참신한 (종교색이 강한)정당의 지지를 호소했고 그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탄생한 것이 현 집권당인 AKP (정의복지당)인 것이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그렇지 않아 보여도, 실제적으로는 종교색이 강한 정당이 집권하게 된 것이며, 이는 공화국 창립 정신과 헌법의 정신에 어긋나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 터키군부의 입장이 되다보니, 양 세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과 경쟁이 치열해 지게 되었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힘이 부족함을 알고있는 현 집권여당은 EU 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터키 군부를 와해 또는 약화 시킬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EU에 가입하게 되면, 터키 군부는 자동적으로 국가 경영및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막힐 뿐 아니라, 그 힘과 영향력도 현저히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사실상 EU 가입을 원하지 않는 아이러니칼 한 상황이 터키의 현주소 임을 생각해 본다.

너무나 정치적이고 민감한 사항에 대한 논의가 된 것 같아서, 정치인도 정치학자도 아닌 터키에 살고있는 외국인의 눈에 비친 현상만으로 짐작하고 판단하고 논의하기엔 무리가 없지 않겠으나, 정치적이라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을 보고 판단하고 유추해 본 상황 정도로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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