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한글 해부학 번역서 펴낸 에비슨과 김필순
상태바
최초 한글 해부학 번역서 펴낸 에비슨과 김필순
  • 정소영 기자
  • 승인 2018.09.28 2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 - 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 10월 14일까지 개최

▲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110여 년 전 최초로 해부학 번역서를 만든 에비슨과 김필순의 한글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기획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 - 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를 7월 19일부터 10월 14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고 있다.(사진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110여 년 전 최초로 해부학 번역서를 만든 에비슨과 김필순의 한글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기획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 - 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를 7월 19일부터 10월 14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해부학』은 김필순(金弼淳, 1878-1919)이 번역하고 에비슨(魚丕信, Oliver R. Avison, 1860-1956)이 교열해 1906년에 발간한 책이다. 

   
▲ 에비슨.(사진 국립한글박물관
▲김필순.(사진 국립한글박물관

한국 최초 근대식 병원 제중원의 제4대 원장으로 부임한 에비슨은 한국인 의사 양성을 위한 의학교육에 특히 열정을 쏟았다. 에비슨이 한국 학생들에게 서양의학을 가르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한 책은 해부학이다. 해부학은 서양의학을 배우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기초이자 전통의학과 차별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전통의학에 없던 새로운 개념을 조선인 학생들이 익히기 위해서는 한글로 된 알기 쉬운 의학 교과서가 필요했다.

에비슨은 해부학을 번역하기 시작해 책으로 펴내기까지 무려 10여 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처음에는 그레이(Henry Gray, 1827-1861)의 『해부학』을 번역했는데, 에비슨이 연구년으로 고국에 다녀온 사이 조수가 죽으면서 완성본이 함께 사라져 버렸다.

황당한 상황 속에서도 에비슨은 특별히 아꼈던 제자 김필순과 함께 1900년 두 번째 번역을 착수했다. 그러나 힘들게 재번역한 두 번째 완성본도 등사 직전에 불타 없어지고 말았다.

세 번째에는 번역 대상을 일본 해부학자 이마다(今田束, 1850-1889)의 『실용해부학』(1887-1888)으로 바꿨다. 거듭된 실패와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세 번째 시도에서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가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펴낸 관립 의학교의 『해부학』(1907)이나 다른 기관의 생리학 교과서들은 국한문 혼용으로 되어 있어 한자를 잘 모르는 이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김필순과 에비슨이 펴낸 『해부학』(1906)은 한글로 적고 낯선 개념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 설명했기 때문에 한자를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그레이의 『해부학』 번역을 두 번이나 실패하고 세 번째에 원서를 일본의 『실용해부학』으로 바꾸면서 일본에서 만든 의학용어를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배우는 이를 배려해 번역한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 한글 옆에 괄호로 한자를 적고 일본의 한자어를 우리식 한자어로 바꾸거나 새말도 만들어 번역했다.

에비슨은 한글 의학 교과서 번역을 통해 사람도 함께 키워냈다. 김필순(金弼淳, 1878-1919), 홍석후(洪錫厚, 1883-1940), 홍종은(洪鍾㒚, ?-?) 등의 제자들과 함께 서양의학 책들을 번역했고, 제중원과 이후의 세브란스병원 의학교에서는 1905년에서 1910년까지 『해부학』(1906)을 비롯한 30여 종의 한글 교과서가 발간됐다. 첫 결실로 1908년엔 김필순, 홍석후 등 처음으로 정규 과정을 마치고 최초의 의사 면허를 가진 조선인 의사 7명이 탄생했다. 한글 의학 교과를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쉽게 서양의학을 배울 수 있었다.

▲ 번역된 해부학 책.(사진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장에서는 어렵게 탄생한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해부학』 전질을 만날 수 있다. 권1은 뼈와 인대, 근육, 권2는 소화기를 비롯한 내장기관, 권3은 혈관과 신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말로 서양의학 지식을 전하고자 했던 스승과 제자 에비슨과 김필순의 피나는 노력과 열정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한글을 사랑했던 의사 에비슨과 그의 제자 김필순. 제572돌 한글날을 맞이해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개화기 한글 해부학 이야기>를 통해 110여 년 전 한글을 통해 새로운 근대 서양의학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를 갈망했던 에비슨과 김필순의 열정적인 삶과 한글 사랑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