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와 마카다미아 열매 거둘 후임자 찾습니다”
3년 전 2015년 3월에 이곳 케냐타 대학교 안에 있는 교수 관사로 이사한 뒤 그 기념으로 바나나 나무 일곱 그루를 심었었다. 당시 집들이에 온 교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고, 대령님, 지금 심어서 언제 따 먹어요?”라며 어차피 먹지도 못할 것 키우려고 노력만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
그 때 나는 “내가 못 먹으면 다음 사람이 이사 와서 먹겠지 뭐”라고 대답했는데 벌써 처음 심은 일곱 개 나무에 열린 바나나는 다 따서 교민들과 함께 나눠 먹었고 다시 다른 새끼가 커서 따 먹은 것만도 다섯 그루가 된다.
6년 전 2명으로 시작한 한국 유학도 지금 85명이 됐듯이 7개의 바나나 나무가 어느새 80개가 넘는 바나나 군락지로 변했다. 보고만 있어도 속된 얘기로 배가 부를 지경이다.
얼마 전 같이 일하는 교수 한 분이 우리 집 바나나 밭을 보면서 마카다미아 나무도 심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서 엊그제 네 그루를 사다가 심었다.
케냐의 마카다미아는 정말 맛있기 때문에 구덩이를 널찍하게 파고 더 정성스럽게 심었다. 마카데미아는 6~7년은 돼야 열매가 맺는다고 한다. 지금 심은 나무가 1년 정도 되었으니까 최소 5~6년은 있어야 맛을 볼 수가 있는 셈이다.
내 나이가 현재 70대 중반이니 80은 넘어야 열매를 구경할 수 있는데 좋은 후임자가 나타나면 따 먹기 전이라도 기꺼이 넘겨주고 싶다. 아마도 후임자는 성공한 유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바나나와 마카데미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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