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닷넷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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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언닷넷에 관심을
  • 임영상(한국외대 사학과 교수)
  • 승인 200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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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5월 8일(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바로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고려인 유공동포 초청 고난사 발표회’ 자리였다.

동포재단이 매년 해외의 유공동포를 초청하여 관련 인사 면담과 문화유적 탐방 등의 행사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고려인 이주 140주년을 맞아 특별히 고려인만을 초청하여 동포들이 살아온 ‘고난의’ 이야기를 증언할 수 있는 발표회 자리까지 만들어 준 것이었다.


이 행사는 동포재단 이광규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갑작스럽게 추진된 일이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초청된 고려인들끼리 하는 것보다 젊은 학생들과 전문연구자들이 들을 수 있게 하자는 생각에서 부랴부랴 발표회장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결국 오전에는 교수회관, 오후에는 대학원 강의실을 빌릴 수 있었다.

과정이야 어떠하든 원로 고려인들의 살아온 이야기는 그 자체가 ‘역사’였다. 10분 내외의  짧은 발표였지만 참석자들 모두 숙연한 마음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고려인 동포들의 삶만이 ‘역사’가 아닐 것이다.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고 있는 지구촌 한인들 모두 외치고 싶은 심정임을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그리고 중남미에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11월에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재외한인학회 임원들이 이광규 신임 이사장실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학회 임원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동포재단에 건의한 바 있다: “해마다 동포재단의 초청을 받는, 특히 생애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는 원로 동포들 가운데는 참으로 기록되어야 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역사의 격랑을 헤쳐 온 동포들의 이야기를 남겨야 하며 그것도 가능하면 영상으로 남겨야 합니다.”

 

200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외동포재단이 다섯 번째로 구축한 사이트 코리언닷넷(korean.net)에 동포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겨레신문이 운영하는 코리언네트워크(http://korean.hani.co.kr), 연변문화재단 언론위원회가 운영하는 연변통신(http://yanbian.yemoon.net) 등 사이트에 동포들의 훈훈한 숨결이 넘치는 것과 비교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코리언닷넷이 초라하거나 잘못 구축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방문자가 늘어나야 사이트의 저장물, 소중한 자료들이 유저[이용자]의 손에 들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동포들의 방문이 늘어나야 동포재단의 사이트로써 존재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지난 5월 8일 고려인 고난사 발표회는 동영상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언제 활용될지 궁금하다. 언제 이른바 ‘동포들의 소리’ 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용량이 문제가 된다면, 육성증언만이라도 가능할까.

LA 한미박물관은 한인 1,2세대의 ‘가족 이야기’를 처음부터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전시하려고 했다. 현재 박물관 운영의 어려움으로 남가주대학교의 Korean American Digital Archives 사이트(http://www.usc.edu/isd/archives/arc/findingaids/kamoral/index.html)를 클릭하면 지금은 대부분 고인이 되었지만 1,2세대 코리언 아메리칸의 생생한 육성증언을 들을 수 있다.

“끌리면 오라.” 사람이든 사이트이든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넷티즌들이 끌릴까. 결국 유저들의 입소문이 아닐까: “코리언닷넷에 들어가보니 귀중한 보물들이 널려있더라.” 다른 사이트에서는 잘 구할 수 없는 각종 원천자료, 특히 동포들의 생생한 글과 구술자료들이 그 기준이 아닐까.

이제 동포들이 스스로 할 수 있으면 직접, 번역이 필요하면 함께, 또한 연구자들을 통해 입수된 자료는 부분적으로 편집된 형태로 코리언닷넷에 올려질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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