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스펠드 장관은 ‘9·11 테러 3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워싱턴의 자택에서 이라크 전에 파병한 동맹국 대사들을 초청하는 만찬을 열었다.
감사의 뜻을 표한다는 취지였다.
이날 행사에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폴 브레머 전 이라크 주둔 미 군정 최고행정관, 피터 페이스 합참차장 등 미 행정부와 군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고, 럼스펠드·파월 두 장관이 공동으로 외교 사절단을 영접했다.
이날 호주에서 몽골에 이르기까지 25명의 각국 대사가 참석했으나, 한 대사는 이 모임에 불참한 채 버지니아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인 이성미 정신문화연구원 교수의 저서 ‘내가 본 세계의 건축’의 출판기념회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 대사관 직원과 교민 등 80여명이 참석했고, 1만3,000여달러(약 1,500만원)에 달하는 행사 비용을 동포 기업인이 부담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대사는 이에 대해 “당초 만찬 리셉션 초청을 받았을 때 행사의 성격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파월 장관이 참석한다는 얘기도 없었다”며 “당일 북한의 양강도에서 버섯구름이 보였다는 정보가 있었고 다음달 뉴욕타임스에 북한의 핵실험준비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 본국 정부 관계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느라 행사 시작인 오후 7시가 지나버렸다”고 말했다.
한 대사는 “이미 럼스펠드 장관 쪽 행사 참석이 늦은 상태에서 다소 늦게 가더라도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부인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며 “럼스펠드 장관 행사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불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