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보법 폐기, 대화를 통해서 추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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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보법 폐기, 대화를 통해서 추진하라
  • 강성봉
  • 승인 2004.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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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대립이 드디어 재외동포사회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장관과 국회의장에게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공식적으로 권고하면서 첨예화된 대통령과 사법부, 여야의 갈등으로 발전하더니 재외동포사회로 고스란히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외동포들은 해외에 거주하기 때문에 남과 북, 혹은 여와 야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외동포사회가 이런 양상을 보이는 까닭은 한편으론 그것이 국내와 밀접히 연관되어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한편으론 국가보안법이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라고 해서 빗겨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동포들은 저마다 자신이 서 있는 이념적 기반에 따라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을 달리 표명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동포사회는 국가보안법으로 국내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받았고 아직도 그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국가보안법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그동안 수많은 인권을 침해해왔고 그 법이 존속하는 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은 상존한다는 점을 가장 큰 폐기 이유로 든다. 반면에 국가보안법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조건에서는 인권침해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마지막 보루로서 국가보안법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 소득이 1만달러가 넘었고 남북한 경제력 격차가 30배 이상 나는 상황에서 양측 다 이제 한발씩 물러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보안법이 없으면 체제유지가 어렵다는 주장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음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권리 중 하나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이고 국가보안법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반면에 정부 여당은 북한과도 대화를 해야한다고 인정하면서 국가보안법의 유지를 주장하는 야당이나 보수세력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했는가 반성해야 한다. 야당이나 보수세력을 대화하고 설득해야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척결해야할 대상으로 본다면, 그것은 국가보안법을 만든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발상 하에서 국가보안법 폐기를 추진하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여 국력의 낭비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 개폐와 관련해 사태를 한발 건너서 바라볼 수 있는 재외동포 사회가 좀 더 국제적이고 성숙한 입장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암네스티 인터내셔널과 유엔 인권위와 같은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인권기구들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 이상으로 인권침해 가능성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에게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여러 차례 권면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은 태생적으로 한시법이므로 폐기될 수밖에 없다.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분위기를 성숙시켜나가야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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