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호수에 ‘꿈의 달’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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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호수에 ‘꿈의 달’ 띄운다
  • 조선일보
  • 승인 2004.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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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美미술가 강익중씨, 12일 세계문화오픈 맞아
세계어린이그림 12만장 지름 15m 풍선에 붙여

[조선일보 정재연 기자] 재미 설치미술가 강익중<사진>씨가 달을 띄운다.
그런데 이 달은 하늘이 아니라 물 위에 뜬다. 일산 호수공원 위를 평화롭게 떠 다닐 달은 색깔도 알록달록하다. 이름은 ‘꿈의 달’.
전세계 어린이 그림 12만5000장으로 표면이 도배된 지름 15m짜리 초대형 특수 풍선이다. 달은 ‘세계문화오픈 2004’ 행사에 맞춰 12일 오후 모습을 드러낸 뒤 나흘간 호수에 떠 있을 예정이다.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아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강씨는 ‘3인치 그림’(가로·세로 7.62㎝)으로 유명하다. 작은 그림을 모아 대형 설치작품을 펼치곤 하는데, 미니 작품 하나하나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문이다. 20년째 미국 뉴욕에서 작업해온 작가가 ‘꿈의 달’뿐 아니라 10일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삼라만상 2004’ 설치를 위해 한국에 왔다. 7일 만난 강씨는 “달은 원, 하나, 화합, 염원, 추석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어린 시절 보았던 달을, 어머니·아버지·할머니·할아버지가 보았던 하나된 조국의 달을 띄우고 싶었습니다.”
강씨는 지난 1999년부터 각종 단체·병원·학교를 통해 어린이 그림을 모아왔다. 전세계 141개국 어린이들이 ‘나의 꿈’이란 주제로 그려 보낸 그림을 가지고 1999년 파주에서 ‘십만의 꿈’, 2001년 뉴욕 유엔 본부에서 ‘놀라운 세상’ 설치를 선보였다. “일산 호수공원에 이어 대동강, 현해탄에 ‘꿈의 달’을 띄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강씨가 추진하는 어린이 그림 프로젝트의 종착역은 ‘꿈의 다리’. 남북한 사이로 흐르는 임진강 위로 역시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만든 평화의 다리를 거는 것이 꿈이다. “전세계 어린이가 보내온 작은 그림은 세상을 보는 창문이고, 세상을 구성하는 벽돌입니다.
그림을 통해 30~40년 후 미래를 가볼 수도 있으니 그림들은 곧 어린이들이 만든 타임머신이기도 하지요.” 멕시코 어린이가 중동 평화를 기원하기도 했고 ‘보지 않기, 듣지 않기, 말하지 않기’란 그림에 ‘아프리카에서 사는 법’이란 제목을 붙인 우간다 어린이도 있었다.


작가는 ‘왜 평화를 주제로 이런 대형 작업을 펼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그는 이에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은 우리나라만이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항체를 만들 수 있다. 평화는 미국의 힘, 중국의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한다고 했다.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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