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으로 간 영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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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탕'으로 간 영사국장
  • 김제완
  • 승인 2004.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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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 전 영사국장의 영전을 지켜보며
지난 여름 국내동포사회에서 재외동포문제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던 김선일씨 피살 사건이 남긴 파장이 이제 꼬리를 드러내고 있다. 지나면서 보니 외교부에 지나치게 책임이 집중되지 않았는가 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헌법 2조2항의 정신에 비춰보면 국회를 포함한 정부 전반이 공동책임자임에도 외교부만이 지나치게 여론으로부터 돌팔매를 맞았던 것같다. 그동안 충분히 혼이 났을테니 이제는 외교부를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준규 신임영사국장도 최근 어느 세미나장에서 이번 사건으로 외교부가 욕을 먹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영사시스템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충정을 토로한다.

구체적으로 전세계에 나가 있는 4백여명의 영사가 두배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관광객만해도 10배로 늘어났으니 영사업무가 그만큼 늘어났을 터인데 인원증원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동포사회에서 외교부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달 외교부 정기인사에서 단행된 김욱 전재외국민영사국장의 시카고 총영사 임명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외교관의 임지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냉탕 온탕"이란 말을 사용한다. 아프리카 아랍같은 오지는 냉탕이고 미국은 온탕이다.

그런데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실무책임라인의 정점에 있는 김전국장을 온탕으로 내보냈다. 그가 설사 유능한 관료이고 김씨사건을 잘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큰 사건에 대해서는 문책을 면할 수 없는 것이 관료사회의 관행이고 세상의 이치이다.

이번 김국장의 영전 인사를 묵과할 수 없는 이유는 각국 공관에 나가 있는 영사들에게 남겨주게될 나쁜 영향때문이다. 이번 인사발령은 외교부 관리들에게 국민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오직 조직에만 충성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있다. 외교부는 국민에 대한 부처이기주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영사정책은 기발한 대안이나 논리적인 정합성이 중요하지 않다. 사람을 다루는 문제이므로 진정성이 있는 정책이어야만 성공한다. 지금 이대로 나가면 동포사회에서 오랫동안 쌓여온 외교부에 대한 불만이 크게 폭발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동포사회를 너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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