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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반도 변화의 큰 물결- 기본에 충실하자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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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1  10: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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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이따금 햇살이 구름 사이로 비추는 오후에 잠시 사무실 밖으로 나가 주변의 풍경을 바라본다. 밭에는 지난봄에 뿌린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이제는 푸름이 가득한 풍성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무실 옆의 소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튼 까치집에서는 벌써 새끼가 부화하여 어미를 따라 하늘을 날고 있다. 모과나무는 어김없이 작고 단단한 열매를 잉태하여 열심히 키우는 중이다. 전형적인 한국의 여름이다.

삼라만상이 계절을 따라 변하는 모습에서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그 이유는 세월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실감 할 수가 있어서다. 세월 속에 숨겨진 사실이 자못 새삼스럽다는 뜻이다. 사계절의 순환이 우리의 삶에서 시작이고 끝이라면 너무 지나친 과장일까? 그러나 음양이 오행을 낳고 다시 사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동양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인생도 결국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이라는 과정을 밟고 가는 것은 아닐까?

바야흐로 왕성한 여름의 계절이다. 밭에서 자라는 옥수수와 고추는 튼튼하고 맛있는 열매를 맺겠다는 각오로 오늘도 장마와 무더위를 한꺼번에 상대하고 있다. 밭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니 농사도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농작물이 가득한 단순한 밭으로 보일지 몰라도 3층 높이에서 보이는 푸른 밭의 풍경은 나름의 질서와 농부의 오랜 경륜을 보여주고 있다.

길옆에는 옥수수를 심고 그 가장자리에는 호박을 심고, 다시 안쪽으로는 땅콩을 한 이랑 심고 가운데 자리에는 병충해에 약한 고추가 오와 열을 맞추어 심겨져 있다. 비록 농사에는 문외한이지만 3천 여 평의 저 밭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는 분명히 보통 농사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농작물의 배열과 정돈방식에 고도의 전문성이 묻어난다. 소나무에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부화한 까치는 어떤가? 비바람 태풍이 불어와도 끄덕 않는 집을 설계 도면도 없이 기가 막히게 짓는 생물이다.

일 년은 사계절을 동반하며 오늘도 흘러가는 중이다. 많은 변화가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을 지나면서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변화의 가운데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는 듯하다. 그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농부의 솜씨가 원래부터 타고난 것이라 그렇게 맵시 있는 밭을 일구는 것일까? 까치는 어떤가? 매일 쳐다보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문득 순종과 기본의 원칙을 배워본다.

농부가 오로지 자기 능력만으로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다. 비가 안 오면 가뭄이 되고, 장마철에 비가 너무 와도 방법이 없다. 자연(自然)이 그에게 주는 환경에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까치의 경우도 그렇다. 비바람 몰아치면 새끼를 품에 안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농부와 까치는 기본에 아주 충실하다. 잡초를 뽑을 때 뽑아주고 울타리를 치고 고춧대를 세워야 할 때면 반드시 그 일을 한다.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무더운 여름에는 가꾼다. 아무리 더워도 밭에 나가 일을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미련스럽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농부의 소명이자 순종이다. 까치도 봄에 부화하여 열심히 새끼를 키운다. 겨울에 알을 낳는 것이 아니다. 숙명이고 본능이다. 사계의 변화에 맞서질 않는다. 순종하며 따른다. 기본에 아주 충실하다. 시원한 곳에서 쉴 자유가 있지만,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그걸 아무 때나 써 먹질 않는다.

바야흐로 한반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마치 여름날의 태풍처럼 폭우를 동반하기도 하고 거대한 파도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태풍을 막을 도리는 없다. 과학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묵묵히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간 여름 하늘은 너무나 청량하고 푸르기만 하다. 역시 순종하며 기본을 지켜나갈 때 우리에게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 작금의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도 태풍 같은 변화의 소용돌이를 지나는 중이다.

매일 억측이 난무하고 부정적인 언사가 넘친다. 그러나 분단된 한반도에 평화의 큰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틀림이 없다. 힘들어도 참고 가야 하는 길이다. 그럴수록 순종하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농부의 마음처럼, 새끼를 부화하여 하늘로 날려 보내는 까치의 본능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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