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관순 열사의 건국훈장 재심은 불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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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관순 열사의 건국훈장 재심은 불가한가?
  •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 승인 2018.07.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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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조서 작성과 심사가 부실했다면 재심해야 한다

▲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정부는 일제에 투쟁한 애국지사에게 상훈법에 따라 건국훈장을 수여한다.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장, 대통령장, 독립장, 애국장, 애족장 등 5등급으로 나뉜다. 건국훈장 아래의 훈격으로는 건국포장과 대통령표창이 있다. 건국훈장은 정부가 1949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에게 대한민국장을 서훈하면서 시작됐고 건국훈장을 받은 사람은 현재 1만1000여 명에 달한다.

유관순 열사와 헐버트 박사의 재심 필요성

3·1만세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는 3등급인 ‘독립장’ 수훈자다. 유관순 열사는 김구 선생(대한민국장), 신흥무관학교 창설 주역인 이회영 선생(독립장) 등과 함께 1962년에 서훈되었다. 그런데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등은 공적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유 열사의 등급이 너무 낮다며 훈격 상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훈 등급 관련 논란은 유관순 열사뿐만 아니라 다른 애국지사에 대해서도 제기되고 있다.

1905년 을사늑약 저지를 위한 대미 밀사요 1907년 헤이그만국평화회의 밀사였던 미국인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박사도 건국훈장 수훈자다. 정부는 1950년 3월 1일 그에게 독립장을 추서했다. 필자는 10여 년 전 국가보훈처에 질의해 헐버트 박사의 독립장 ‘공적조서’를 훑어봤다. 헐버트 박사의 50년 동안 계속된 독립운동에 비춰볼 때 독립장이 너무 낮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부실한 공적조서와 보훈처의 '재심불가 원칙'

공적조서에는 ‘해아(헤이그)밀사파견 협력’이라는 8글자만이 적혀있었다. 언제 작성됐는지도 확실치 않았다. 평생을 한국의 독립운동에 헌신한 호머 헐버트 박사에 대해 제대로 된 공적심사를 거치지 않고 훈장 수여가 진행된 것이다. 당시는 정부수립 초기이고, 외국인에게 급하게 훈장을 주다 보니 공적심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는 점은 이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뒤늦게라도 온전한 공적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필자는 국가보훈처에 헐버트 박사의 공적을 다시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한번 결정한 서훈은 다시 심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답변했다. 재심을 통해 등급을 조정하면 다른 애국지사에 대해서도 재심요청이 밀려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역사자료 발굴 과정에서 정부가 1950년 3월 1일 헐버트 박사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에게도 훈장을 수여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니스트 베델의 재심 전례

뉴욕타임스 1950년 2월 28일자를 보면 서훈을 받는 사람이 헐버트 박사 이외에 전 주한미국공사 호러스 알렌,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 등 10명이 더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대한민국 정부는 헐버트 박사를 포함한 11명 모두에게 똑같이 일괄적으로 독립장을 서훈한다고 보도했다. 필자의 눈에는 이들 중에는 독립장 수훈이 과한 사람도 있고, 더 높은 등급의 훈장을 받아야 할 사람도 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 기록을 살펴보니 영국인 베델은 1968년 대통령장에 추서된 것으로 나와 있다. 만약 뉴욕타임스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면 베델의 서훈 등급이 상향 조정된 것이다. 베델은 을사늑약을 전후로 헐버트 박사와 함께 일본에 대항하여 투쟁한 훌륭한 독립운동가다. 그의 희생은 대통령장이 오히려 부족할 정도다. 다만 그에 대한 서훈 등급의 조정이 있었다면 이는 재심의 전례로 간주될 수 있다. 국가보훈처는 1950년 베델에 대한 서훈 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공적조서 작성과 심사가 부실했다면 재심해야 한다

국가보훈처는 재심의 전례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유관순 열사의 서훈 등급 상향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유관순 열사의 공적조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공적심사가 헐버트 박사처럼 부실했다면 재심의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국가보훈처가 ‘일사부재리’라는 일반원칙을 고수하는 데 이의를 달고 싶지 않다. 다만 당시 공적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라도 다시 해달라는 것이다. 공적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는 일사부재리 원칙의 범주에 속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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