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개의 섬 출신의 후예들 -인종문제가 미국이해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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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섬 출신의 후예들 -인종문제가 미국이해의 키워드
  • 김제완
  • 승인 2004.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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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장태한교수 <아시안아메리칸-백인도 흑인도 아닌 사람들의 역사>
자유의 여신상은 자유 평등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나라로 알려진 미국의 상징물이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엘리스섬을 방문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물론 미국인들조차도 에인젤섬과 설리번섬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에인젤섬에는 아시아인 이민자들이 거쳐야 하는 검문소가 설치돼 있었다. 1910년 문을 연 에인젤 섬 검문소는 아시아인 이민을 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이민자수용소였다. 중국계 이민자들은 에인절섬에 내린후, 합법적으로 미국에 왔다는 것이 증명될 때까지 최소 3일에서 최고 3년까지 이곳에 갖혀있어야 했다.

흑인들을 맞이한 곳은 설리번섬이었다. 동물처럼 쇠사슬에 묶인채 노예선에 실려 온 흑인 노예들은 굶어죽거나 학대에 못이겨 죽어갔고, 병들면 헌신짝처럼 바다에 버려졌다. 혹독한 노예선의 여정에서 겨우 살아남은 흑인들이 도착한 곳이 바로 설리번 섬이었다.

엘리스 섬과 대비되는 에인절섬과 설리번섬, 미국 교과서에는 이 두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엘리스 섬이 미국의 관문이었다고 나와있을 뿐이다. 엘리스섬이 자유를 상징한다면 에인절섬과 설리번섬은 창살과 억압, 그리고 노예제도를 의미한다.

소수민족학 ethnic studies 연구자인 미국 리버사아드 대학 장태한교수(48)가 지난 8월말 서울에서 한글판 저서 <아시안아메리칸-백인도 흑인도 아닌 사람들의 역사>를 펴냈다. 장교수는 이 책에서 인종문제는 미국이 고민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중 하나이고 동시에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라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의 본질이 '인종'이며 인종문제를 모르면 미국을 알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만큼 인종문제는 미국사회의 모든 분야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이며, 미국을 분열시키는 요인인 동시에 미국건설의 원동력이다. 한마디로 인종문제가 미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라는 것이다. 이 책의 첫장을 상징적인 세개의 섬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이런 때문이다.

장교수가 인종문제에 천착하게 된 동기도 흥미롭다. 인천고 3학년때인 74년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후 한국에서 교련 시간을 유난히 싫어했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미군에 입대한다. 서독에서 나토군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미국사회의 인종문제를 직접경험하기도 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장교수가 인종문제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되었다. 미군 복무당시 백인은 백인끼리 흑인은 흑인끼리 패가 나뉘어 있었고 그는 중간에서 이쪽저쪽 왔다갔다 하면서 인종의 벽을 실감했다.

그뒤로 지금까지 세개의 섬에 도착한 이민자의 후예들은 여전히 맞서고 대립하며 미국사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세개의 섬은 그러므로 미국내 인종문제의 기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준다. (7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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