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멘 난민문제 해법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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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멘 난민문제 해법 (하)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7.0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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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지역은 사전 입국비자 필수, 난민정책 장기 계획 마련 필요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아랍 국가의 다양한 난민 정책

일반적으로 난민 심사는 국가보다는 난민 신청자가 누구냐에 따라 난민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한다. 예멘인들은 난민 인정 기회를 더 잘 주는 나라로 독일과 스웨덴을 꼽았다. 그렇다고 난민 신청자 모두에게 난민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IS 조직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온 난민 서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예멘인들은 자국 내 다른 안전 지역이나 이웃 국가로 떠나는 피란민이 많았고, 예멘을 떠나 다른 국가에 가서 난민 지위를 획득한 사람은 아주 적다. 예멘은 2015년 국내에서 고향을 떠난 피란민이 150만 명이었고 사우디, 지부티,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수단 등 주변국가로 떠난 사람은 11만 7천 명이었다. 그 중 50만 명의 예멘인들이 사우디에 살고 있다.

예멘인들은 비행기로 터키나 요르단 또는 말레이시아로 가서 거기서 다른 나라로 향하기도 했다. 예멘은 걸프 협력회의(GCC,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아랍에미리트)에 속해 있다. 그런데 이들 국가들은 인구 증가, 경제와 치안이 염려되어서 내전 이후에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시리아와 예멘에서 온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랍 국가에서 가장 오래된 피란민 또는 난민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요르단에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시리아와 레바논이다. 50만 명은 나머지 아랍 국가에 살고 또 50만 명은 유럽과 미국에 산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1948년 요르단으로 가서 요르단 국적을 받았다. 그런데 그들에게 국적을 물어보면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다”고 답한다. 요르단대학교에서 가르칠 때 팔레스타인 학생이 와서 “저의 아버지가 팔레스타인 출신이고 저도 팔레스타인 사람이에요, 요르단 토박이들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차별해요”라고 했지만 그는 요르단에서 태어났다.

아랍의 난민과 피란민

아랍인들은 일반적으로 외국으로 나간 경우 ‘난민(라지이)’이라고 하고 자국에 남아 있는 경우에는 ‘피란민(나지흐)’이라고 한다. 아랍어 ‘나지흐(naajiH, 피란민)’는 새로운 국가에 가서 살려고 조국을 떠났지만 언젠가 돌아갈 것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라지이(laaji’, 난민)’는 정치적 박해나 전쟁이나 기아를 피하여 다른 나라로 도망한 사람들을 가리키므로 제주도에 온 사람들은 라지이이다.

이라크인들이 내전 이후 요르단, 시리아, 터키, 독일,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로 떠났다. 2018년 이라크 정부는 유럽에 살고 있는 이라크인이 개인의 자발적인 의도가 아닌 강제 귀환되는 것은 거절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독일은 이라크인들이 취업과 직업훈련을 받고 이라크로 돌아가는 것에 환영했다. 2017년 이라크인 8천명이 자발적으로 독일을 떠나 이라크로 돌아갔다. 독일이 2016년부터 난민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여행비 등 재정지원을 제공하면서 자발적인 귀환을 강화하는 정책을 폈다.

독일의 '자발적 귀환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에는 난민 인정 신청자뿐만 아니라 심사 중에 있는 사람도 포함됐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여행비는 국가마다 차등을 두었는데 아프간 사람은 500유로를 받고 이집트인들은 300유로를 받게 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귀환자들이 매년 늘고 있는데 2015년에는 35,000명 그리고 2016년에는 54,000명이었다. 2017년에는 ‘초기 플러스(+)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난민신청을 포기하고 귀국하기를 원하는 자에게 1,200유로를 주고 난민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한 자에게는 800유로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유럽 국가들은 테러와 난민은 사안이 다르다는 입장에서 테러와 난민문제를 분리하되, 난민정책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동유럽 국가들은 파리 테러를 계기로 자국의 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이유로 난민 수용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이었다(김중관, 2016: 40). 물론 테러와 난민은 구분되어야 한다. 2018년 6월 28~29일 브뤼셀에서 유럽 난민의 위기의 해법을 찾고자 했지만 유럽에서 난민 문제는 이제는 정치적인 문제로 바뀌었다. 난민 문제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간에 갈등이 고조되었다. 이제 유럽에서 난민 문제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시리아인들은 내전 이후 요르단, 레바논, 터키, 이집트, 이라크, 독일, 그리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영국, 사우디, 알제리, 아르메니아 등지로 떠났는데 2017년 요르단, 터키, 레바논, 이라크, 이집트 등 5개국으로 이주한 시리아인은 도합 500만 명이었다. 그런데 유럽 국가에서 시리아인을 난민으로 인정한 숫자는 소수였다. 2017년까지 독일이 시리아인을 난민을 인정한 숫자는 295,000명이고 영국과 프랑스가 난민을 인정한 숫자는 몇 천 명에 불과했다. 유럽 국가들도 아랍의 난민이 많아지자, 터키로부터 그리스로 가는 이주 통로를 막아 버렸고 터키를 통한 유럽 이주가 막히자 리비아에서 남부 이탈리아로 가는 뱃길을 이용했다.

왜 예멘인들이 제주도를 택했나?

일부 언론에는 예멘인 취업을 위한 난민 브로커가 있었다고 한다. 예멘인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제주도로 온 것은 제주도의 무비자 입국과 에어아시아 항공이 제주도 직항을 개설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 이미 정착한 예멘인들이 아랍어로 쓴 SNS의 글에는 한국에 이주하는 방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내용 중에는 난민 신청자는 아랍에서 직접 한국으로 입국하지 않고 중간 기착지에서 며칠간 머물고 들어오라고 했다. 그렇게 해야 한국 공항에서 그들을 여행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일단 한국에 입국한 뒤 30일 또는 90일까지 거주 연장을 한 다음에 난민 신청(정치, 종교, 인종 등)을 하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예멘인들이 내전을 피해 왔다면 제주도에 머물지 않고 왜 제주도를 떠나 서울로 가려고 했을까? 예멘인 입국자들이 주로 남자 청년인 까닭은 무엇일까?

난민 심사와 사전 입국비자 필수

첫쨰, 원론적으로 난민은 어디서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난민 신청자가 난민법의 본래 취지에 부합되면 난민 인정 심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난민법 제2조 1항에서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자’라고 되어 있다. 제주도에 온 예멘인들이 난민인지 아닌지 난민 심사관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둘째, 예멘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이 이런 문제를 가져왔기 때문에 현재 내전 중이거나 충돌이 있는 지역에서 우리나라로 입국하려는 자는 반드시 사전에 입국 비자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나라가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한 이슬람국가들의 정치적 상황을 면밀히 재조사하여 사증 면제 국가를 재조정해야 한다.

'자발적 귀환 프로그램'과 '초기 플러스 지원 프로그램'

셋째, 우리나라 정부가 국내 청년층 실업률과 노동 시장, 사회적 불안감과 국민적 정서, 난민의 한국 사회 적응과 동화, 난민 제도의 악용사례(체류 연장과 취업의 수단), 국가 치안과 안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난민법을 개정하겠지만 독일처럼 ‘자발적인 귀환 프로그램’이나 ‘초기 플러스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좋을 것이다. 이미 한국에 살고 있는 난민들과 난민 신청을 진행하려는 사람 또는 1차 신청에서 거부당한 사람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다.

넷째, 외국의 사례를 찾아보자. 이집트는 이주민들이 자주 들어 왔다가 자국으로 돌아가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수단, 이라크, 시리아 사람들이 이집트에 와서 사는데 그들 대부분은 난민 신청을 하지 않고 살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다. 정착의 기회를 찾는 이들에게 정거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더 나은 정착기회 찾는 난민들의 임시 정거장 

2014년까지 이집트에 머문 시리아인들은 32만 명이었는데 난민 기구가 인도주의적 난민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은 10만 4천명이었다. 이집트 정부는 난민들의 자녀들이 공립학교에 들어가 수업을 받도록 허락하지만 난민을 위한 특별한 혜택은 없고 취업이나 건강 검진은 따로 제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랍인들이 자국의 정치적 혼란이나 전쟁을 피하여 이집트에 온 경우, 일부는 이집트보다 더 나은 유럽 국가를 찾아 떠나고 싶어 해서 이집트의 난민 사무소에 등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는 언젠가 시리아로 돌아가 시리아 땅에 묻히고 싶어 한다. 아랍인들이 내전을 피하여 자신의 생명을 보호받는 것 이외에 자신과 자녀들에게 더 나은 삶을 찾아주고 자국보다 더 좋은 나라로 가고 싶어 한다.

미국의 경우, 아랍인들 중에서 교육받은 계층의 사람들을 선별하여 난민으로 받아들인 때가 있었다. 미국 사회에 기여할만한 사람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난민 캠프가 따로 없었기 때문에 난민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살면서 그들은 지역사회에 할랄 식당이나 모스크를 짓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미국에 정착한 무슬림 난민 중에는 미국 문화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장기적인 난민정책 마스터 플랜 마련해야

다섯째, 우리나라 난민 정책은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에 대하여 전쟁 당사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나라가 외교적 채널을 가동하여 예멘인 입국자를 예멘 주변 아랍 국가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난민들이 한국에 오래 머물기 보다는 그들이 기술을 배워서 예멘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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