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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폼페이오와 볼턴의 동양 사유(思惟)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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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5  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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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끝났다. 전 세계인의 눈은 싱가포르로 향했었고 이제 그 성과를 놓고 많은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70년 만에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한 자리에 앉아서 평화를 이야기하고 비핵화를 의논한 사실 하나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은 어느 날 우연히 전화 몇 통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 중간에는 우리의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이 있었고, 미국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이 있었다.

그 동안 필자가 가장 관심을 갖고 바라본 것은 미국 측 두 사람의 성향이었다. 그래서인지 북미 정상회담은 우여곡절의 사연을 안고 있다. 자칫하면 두 동강이 날 뻔 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왜 그런 사연을 북한과 미국은 만들어야 했을까? 결과적으로 북미의 교섭과 정상 간의 만남을 성공시킨 사람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었다. 여론에서는 볼턴의 패배라는 수식어를 쓰기도 했다. 그렇다면 폼페이오와 볼턴의 차이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

혹자는 볼턴이 지나간 정부의 차관보 시절에 제안했던 리비아식 ‘CVID’가 무리수였다고 한다. CVID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말한다. 우리 동양식으로 말하자면 “한 번에 모든 것을 끝낸다.”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애당초 북한에게 당치도 않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볼턴은 동양인의 사유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반면에 폼페이오는 미 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한 군인 출신이다. 상대를 공략할 때 어떤 작전으로 가야 하는지를 안다고 봐야 한다.

미국과의 전쟁이 서양을 상대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상대는 중동과 동남아(베트남)였고 잠재적으로는 중국일 수도 있다. 그가 사관학교에서 동양의 문화를 공부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잠재적인 적국의 문화와 특성 정도는 배웠을 것이다. 상대를 알지 못하고 전쟁을 하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정도는 장군의 기본 상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을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방식으로 달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볼턴 보다는 잘 알고 있었다.

동양인은 먼저 관계를 형성하고 그 다음에 사업을 하는 사고가 있다. 사람이 중심이지 일이 중심이 아니라는 의미다. 남한과 북한은 천 년의 유교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중국이 아무리 공산당 일당 지배의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도 여전히 중국인들의 유전자에는 공자와 맹자의 유교 관념이 흐르고 있듯이 우리의 유전자도 고려 500년과 조선 600년의 유교 문화라는 정신이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구걸하지 않고, 아무리 가난해도 멀리서 온 손님에게는 극진하게 대접하는 관습이 있다.

때로는 자존심이 목숨보다 귀하다는 신념을 갖고 살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가 먼저 다가와 신뢰와 믿음을 주면 기꺼이 그와 대화를 할 수 있고, 마침내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펑요우(朋友)”는 친구라는 의미 이상의 뜻이 있다. 아무나 친구가 될 수도 있지만 진정한 펑요우의 의미는 다르다. 어렵고 힘들 때 돕지 않는 친구는 그가 속한 집단과 사회에서조차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 친구가 중앙의 고위직에 있다고 해도 시골에서 찾아온 옛 전우를 모른 체 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닌 사회가 중국 사회이고 동양의 문화다.

볼턴의 리비아식 비핵화 전술은 미국인의 사고방식이고 서양인의 사유방식이다. 서로 약속하고, 계약서를 만들고, 신의 성실의 원칙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서양의 사고방식이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서양법의 중요한 근간을 이루는 것도 그들의 이런 사유방식에서 나온 건지도 모른다. 물론, 동양인도 계약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동양의 사유는 계약서를 쓴다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신의와 의리가 있다면 굳이 계약서라는 것을 써야 하는가? 이런 방식이 우리 동양인의 선비 정신이다. 어쩌면 계약은 선비에게 수치다.

폼페이오는 먼저 북한을 방문하여 김정은과 관계를 맺는 것이 두꺼운 공동 선언문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을지 모른다. 북한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과감히 미국에서 양보할 때 북한은 반드시 그에 합당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런 절대적인 판단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볼턴은 그런 동양인의 전통적인 사유를 간과했고 그래서 북한을 믿질 않았다. 예일대 법학박사 출신다운 사고였다. 누가 옳았을까? 아직은 확실한 대답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모두 평화라는 최종 목표를 향하고 있다면 볼턴 보다는 폼페이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는 동양인의 사유를 이해했고 그래서 북한을 다루는 방법에서 볼턴 보다는 한 수 위였다. 체면과 명분, 자존심과 신뢰라는 동양의 사유를 알고 적진으로 갔다. 폼페이오는 고수고 볼턴은 하수라는 뜻이다. 부디 고수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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