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의 요르단 경제, 걸프 3국이 형제애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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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의 요르단 경제, 걸프 3국이 형제애 발휘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6.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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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경제구조와 정치 위기, 국가 경제의 총체적인 개혁만이 살 길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연료가격의 인상과 IMF 구제 금융의 일환으로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불만이 쌓인 요르단 국민들의 시위가 5월 30일에 시작하여 갈수록 거세지자 6월 4일 하니 알물끼(Hani al-mulqi)가 총리직을 사임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위기가 오면 총리를 사퇴시키는 것이 요르단식 해법이었다.

요르단 시위대는 빵에다가 “부패”와 “배고픔”이란 글자를 쓰고, 경제 개혁, 소득세법 개정안 반대, 서비스 제도 개선, 경제 정책 변화, 생활수준 향상을 부르짖었고, 시민들이 들고 있는 피켓들 중에는 “나는 미래가 걱정스럽다”고 썼다고 영국 BBC 아랍어 뉴스가 전했다. 요르단은 지난 10년간 4번의 세법 개정이 있었고 공공부채가 350억 달러가 넘는다.

시리아 난민 유입과 외국원조 축소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은 요르단은 지금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하면서 역내 지역의 불안정, 시리아의 수십만 난민 유입, 외국의 무상 원조가 줄었던 것이 요르단 문제의 원인들이라고 했다. 6월 5일 국왕은 새 총리 오마르 알랏자즈(Omar al-razzaz)에게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 달라고 주문했고 그는 의회 상하원을 방문하고 나서 “이번 소득세 법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IMF는 2016년 7억 2,300만 달러를 요르단에 허락하면서 그 조건으로 경제개혁을 요구했는데 그 개혁 중에는 새로운 세법 개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요르단 정부가 이미 알고 IMF차관을 도입한 것이었다. 요르단은 전체 인구가 700만인데 시리아에서 온 130만의 난민들, 그리고 금년 초 빵 보조금을 없애고 판매세가 도입되자 빈곤층과 중산층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심해졌다.

그렇다면 이번 시위의 원인은 경제문제인가? 아니면 정치 문제인가? 카타르의 알자지라 TV는 세금과 물가에 대한 요르단의 시위가 정치체제에 대한 저항이라고 했으나 물가, 직장, 세금 등 경제적인 문제가 주된 이유이고 18.5%(남성 15.4%, 여성 30%)가 넘는 실업률도 크게 작용했다. 2010~2016년 경제성장률이 평균 2.6%로 이전 평균 7.1%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는데 2016년 2%이었고 2017년에는 2.1~2.2%이었다. 2017년 요르단 무역 적자가 증가하고 국가적 경제 위기로서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면서 요르단의 정치적 위기를 가져오게 했다.

취약한 경제구조와 정치적 위기

2017년 요르단대학교 전략연구소는 IMF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요르단의 경제 성장, 인플레이션, 공공재정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시키지 못했다고 하면서 IMF프로그램은 결국 요르단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투자 유치 가능성을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요르단 경제 위기는 2011년 이후 요르단으로 피난한 130만 시리아인, 이집트의 가스 공급 중단, 이슬람 국가 조직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테러를 시작하면서 국경이 폐쇄된 일 그리고 걸프국가와 원조 수혜 국가들로부터 무상공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출은 2015~2016년 7~8% 감소했는데 2017년 요르단의 수출 분야는 광산업, 화학과 화장품, 의료, 식품과 농업과 가축, 직물, 공학과 ICT, 포장과 종이와 문구류, 플라스틱과 고무, 건설과 목재, 가구이었고 건설, 포장, 종이, 문구류, 가죽, 직물의 수출은 크게 감소했다. 2014년 이후 이슬람 국가(IS) 조직의 테러 때문에 관광산업이 위축되었으나 2017년 1~10월에는 관광객 수가 전년도 대비 8.9%가 증가하였다. 2006-2015년 요르단 원조 수혜 규모는 약 160억 달러인데 이 중에서 52억 달러는 유상 차관 형태로 지원되었다. 요르단에 대한 원조는 주로 EU, IMF, 독일, GCC, 미국, 프랑스, 일본, 세계은행 등에서 왔다.

이런 상황에서 새 총리 지명자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요르단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총리 지명자 오마르 알랏자즈가 선택할 폭은 제한되어 있다. 아마도 그는 전 정부의 정책적인 실수를 수정할 수 있는 경제 팀을 선택하거나 요르단 국민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나 사회적 명성이 있는 인물들의 도움을 얻고자 할 것이다.

총리 지명자의 아버지 무니프 알랏자즈(1919~1984)는 시리아 태생의 정치인이자 의사였고 아랍 사회주의 바아스 당의 민족주의 리더십에서 두각을 나타난 인물이었다. 요르단의 자발 알루웨입다(Al-Lweibdeh)에서 신임 각료들을 엄선하고 있는 새 총리 지명자는 정부 구성이 끝나면 여러 기관과 단체의 신임을 얻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17번 바뀐 내각, 새 총리 앞길도 가시밭길

1999년 압둘라 국왕이 왕위에 오른 뒤 17번 정부가 바뀌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 각료들이 바뀐 셈이다. 총리가 아무리 정책을 잘 세워도 그의 정책을 지지하고 경제 개혁과 연관된 국가 기관들의 협조가 지속되어야 하는데 절충주의적인 인물로 알려진 새 총리가 현안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첫째, 요르단은 의회가 총리에게 장관 임명에서 지역 안배를 해달라고 한다면 새 총리가 이런 요구를 뿌리치고 그가 생각한 능력 위주의 각료를 선임했을 때 의회가 얼마나 그를 지지해 줄까?

둘째, 가장 힘든 정부를 이끌어가야 하는 민주적 개혁 성향의 총리(58세)가 빈곤층이 가장 영향을 받는 시장 개혁을 위해서 점진적인 정책 변화를 꾀할 때 새총리가 몇 년이나 총리직에 머물 수 있을까?

셋째, 총리 지명자가 교육부 장관직에서 얻은 좋은 평판, 금융기관에서의 그의 출중한 경력 그리고 소통을 중시하고 젊은 층과의 개방성을 갖고 있다는데, ‘불만에 가득 찬 국민들’을 얼마나 다독거릴 수 있을까? 요르단 사회에 잠복해 있는 도전들과 국민적 통합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넷째, 요르단 국민들 중 일부는 그를 ‘구원 투수’라고 부르지만 그가 국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고 가게 한 과거 정부의 국정 운영에 변혁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이번 시위에서 청년들이 크게 외쳐댔던 구호들 중의 하나가 이것이었다.

다섯째, 일부 국민은 알랏자즈 정부가 “새로운 사회 발전의 도약기”(마르할라 알나흐다)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요르단 국민과 국가 간의 사회적인 약속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새 정부를 떠맡게 된 새 총리 지명자에게 과거 정책들(특히 경제 분야)에서 광범위한 변혁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요르단은 천연 자원이 부족하고 요르단의 자산은 인적 자원이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대학은 시장이 요구하는 학생들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고, 대학원은 연구 중심의 대학원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요르단 사회는 와스따(음서)가 공개경쟁을 막아버리거나 수치 문화가 사회적으로 천한 직종에는 취업을 못하게 한다.

걸프 3 형제국과 4자 긴급회담

요르단 압둘라 국왕은 “지금 요르단이 현재의 위기로부터 갈 길을 찾지 못한다면 알 수 없는 위험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6월 10일 사우디 살만 국왕의 요청으로 메카에서 요르단 안정과 경제지원을 목적으로 4자 회담이 열렸다. 요르단은 자체적으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빠른 처방은 없다고 관망하고 있었는데, 사우디 살만 국왕이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 방안을 숙의하자고 4자 회담을 소집했다.

요르단 압둘라 국왕, 사우디 살만 븐 압둘아지즈 국왕, 쿠웨이트 싸바흐 알아흐마드 알싸바흐 국가 수반 그리고 아부다비의 왕세자 무함마드 븐 자이드이다. 사우디와 요르단은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양국 관계를 바탕으로 이번에도 형제국가(종교적)의 단결과 전략적 협력을 보여주고 있다. 요르단에 대한 투자는 사우디가 130억 달러의 투자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아랍에미리트였다.

이번 4자 회담을 통해 요르단이 단기적으로 회생의 불씨를 일으킬 수 있을지 몰라도 본질적인 요르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국가 경제의 총체적인 개혁이 단행되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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