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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무효가 된 혼인
강성식 변호사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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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5  14: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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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학창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모친과 함께 살게 된 A는, 부친과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그렇게 20년 정도 지났을 때 즈음, A는 갑자기 부친이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사망한 부친은 숙부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숙부가 연락을 해왔던 것이다. A는 부친의 장례를 치르면서, 부친이 사망할 경우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3천만 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숙부는 A의 부친이 항상 A에게 미안해하며 살아왔고, 그 보험금은 부친이 A를 위해 가입하였던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A는 부친의 장례를 잘 마친 후, 사망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보험사에 연락을 하였다. 보험사에서는 A가 부친의 유족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서류로 부친의 혼인관계증명서 및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올 것을 요구하였고, 그 서류들을 발급받은 A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부친은 모친과 이혼한 이후 5년 만에 중국 동포 여성 B와 혼인신고를 하였으며, 사망 당시까지도 B와 혼인신고가 유지된 상태였다. A는 숙부에게 B에 대해서 물어보았으나, 숙부도 B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다며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A는 숙부를 통해 부친이 평소 만나던 몇 안 되는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간신히 찾은 부친의 친구로부터 기막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부친이 모친과 이혼하고 혼자 생활하던 중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금 5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얼굴도 본 적 없는 중국 동포 여성과 혼인신고를 해주었다는 말을 그 친구에게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해준 부친의 친구도 그 중국 동포 여성이 누구인지는 몰랐으며, 본 적도 없다고 했다.

보험사에서는 서류상 A가 부친의 딸로, 그리고 B가 부친의 배우자로 등록되어 있으므로, B의 동의가 없으면 A에게 보험금 전체를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또한 보험금 문제를 떠나서라도 A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 B가 부친의 배우자로 등록되어 본인과 가족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찜찜하였고, B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그러나 결국 B를 찾지 못한 A는 좋은 해결방법이 없을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 법무법인에 방문하였다.

A의 사정 설명을 들은 우리 법무법인은, B를 상대로 혼인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할 것을 제안하였다. 만약 A의 부친과 B가 실제로 혼인생활을 할 생각이 없이 혼인신고만 하였다면,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그들의 혼인은 무효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혼인무효 확인판결을 받는다면, 혼인신고가 잘못되어 있는 부분을 말소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

B의 주소나 연락처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혼인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 B의 주소를 모르는 채로 B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에서 B의 주소를 기재하여 제출하라는 명령(주소보정명령)을 받으면, 그 명령을 지참하고 주민센터(동사무소)에 방문하여 B의 등록된 주소지에 관한 서류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B는 외국국적이었기 때문에 우리 법무법인은 주민센터에서 B의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를 받아서 B의 등록된 주소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등록된 주소지로 법원 서류를 보내도, B는 그 주소에 살지 않는 모양인지 법원 서류가 B에게 송달되지 않았다. 여러 차례의 송달 실패 끝에 결국 B가 서류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이 이루어졌고, B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이 이루어졌다.

담당 판사는 B가 법원에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는 A의 부친과 B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우리 법무법인은 A의 숙부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한편, A를 통해 부친의 친구들과 부친이 과거 거주했던 주소지의 집주인들로부터 진술서를 받아, A의 부친이 B와 혼인신고 이전과 이후에 한 번도 B와 함께 살았던 사실이 없었으며, A 부친의 주변 지인들 누구도 B를 알지 못한다는 부분을 법원에 설명하였다.

그리고 A의 숙부는 법정에서, ‘수년간 A의 부친과 함께 살아왔지만 B를 만난 적도 없고, B에 대해서 한 마디도 들은 사실이 없으며, B와 혼인신고를 했다는 말조차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하였다. 담당 판사는 A 숙부의 증언까지 들은 이후, 고심 끝에 혼인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하였다. A는 마침내 가족관계를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었다.

혼인할 의사가 없이 혼인신고를 하는 행위, 즉 위장결혼을 할 경우 형법 제228조 제1항의 공정증서원본 부실기재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로 처벌될 수 있다. 또한 이 사안의 경우와 같이, 가족들이 뜻하지 않은 고통을 받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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