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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도대체 말이 안 된다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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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8  1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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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세상을 살면서 즐거운 일도 많지만 괴로운 일도 많습니다. 슬픈 일도 있고, 하기 싫은 일도 있고, 용서가 안 되는 일도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어떤 일이 닥쳤을 때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이 일이 옳은 일인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건 논리적인 접근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입니다. 그 때 쓰는 우리말 표현이 <말이 되다>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보자면 <참 말이 안 되네!>, <그게 말이 되냐?>, <어, 말 되네!>와 같은 표현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씁니다. 말을 하는 데 ‘말이 되네, 안 되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참 재미있습니다. 말인데 당연히 말이 되어야겠지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말 안 되는 세상도 있고,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말이 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말이 안 되는 경우는 어떤 보기가 있을까요? 나쁜 사람이 천당을 간다고 하면 어떤가요? 말이 되나요? 잘 모르기는 하지만 말이 안 되는 건 분명합니다. 세상이 그런 모양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과 공감대가 있는 거죠. 권선징악(勸善懲惡)은 강요가 아니라 공감입니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모두 알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나쁜 사람이 복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이 안 되는 세상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도대체 말이 안 되는 것 같죠.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요? 어떤 세상을 살고 싶을까요? 우리는 사람입니다. 인간이 인간 아닌 피조물과 구별되는 것은 아마도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만큼 말은 사람의 소중한 특성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구절은 정말 크게 다가옵니다. 아무 말씀이나 태초부터 있지는 않았겠죠. 말씀은 진리이기도 하고 삶의 기준이기도 합니다. 말이 정말 중요합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게 말이지만 우리는 늘 말의 한계도 느끼고 삽니다. 말로 할 수 없는 놀라움이 있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습니다. 정말 미안할 때 우리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뚝뚝 눈물을 떨굴 뿐이지요. 커다란 슬픔과 기쁨은 우리 표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말을 잃기도 하고, 말문을 닫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그 때가 바로 감정만으로 소통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말은 우리가 인간임을 깨닫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사실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단순히 사실이 아니라 ‘사실이어야 하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태초의 말씀이나 진리도 같은 의미일 겁니다. 태초에 있었던 말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 합니다. 그렇게 말이 되는 세상을 우리는 살려고 하는 겁니다. 말을 하려면 우리의 감정이 보여주는 말을 해야 합니다. 내 감정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말이 안 된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말이 안 되는 장면을 보게 되면 화가 납니다. 정말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말이 안 되고,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우리는 울면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정말 말이 되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말은 그냥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닙니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기준이고 증거입니다. 사람을 사람으로서 살게 해 줍니다. 그래서 저는 말이 고맙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말이 정말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아니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까? 말에는 말 되는 말과 말 안 되는 말이 있습니다. 일에도 말이 되는 일이 있고 말이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말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전쟁을 좋아하고, 가난하다고 무시하고, 장애가 있다고 천시하고, 약한 이를 괴롭히는 세상이 도대체 말이 되는 세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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