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코리아센터 설립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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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코리아센터 설립 추진’
  • 박정윤
  • 승인 2004.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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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모철민 주불 한국문화원장

인터뷰 : 모철민 주불 한국문화원장 (시기 및 장소 : 2004년 9월 2일 한국문화원)

부임 6개월 모철민 원장 ‘파리에 코리아센터 설립 추진’
‘불교와 대중문화 알리기,젊은층 공략이 현안’


올해로 설립 24주년을 맞은 주불 한국문화원이 9월을 기점으로 전면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동안 낙후된 시설과 인력 부족이라는 열악한 여건 하에 안방마님 역할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인프라 개선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지난 3월 말 부임한 모철민 문화원장.

모 원장은 문화원이 이제껏 ‘구멍가게식’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적절한 투자를 통해 이용자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하고 차별화 된 한국문화를 효과적으로 소개, 문화원을 제대로 ‘경영’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파리 부임 전 교통부,문화관광부,청와대를 두루 거쳤고 미국 오리건 대학에서 관광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하지만 이런 프로필을 모른다 할지라도 조금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의 문화 예술에 대한 조예와 경영 마인드를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모철민 원장은 문화원 운영의 전면적인 개선과 어느 때보다 풍성한 프로그램을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자신감과 설레임이 엿보였다.


Q 먼저 문화원 내 무료 프로그램인 문화강좌의 변화가 눈에 띈다. 한글 강좌의 경우 종전에 초급, 중급반 하나에 매주 1회 수업밖에 없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화원에서는 이런 의견을 적극 수렴, 이번 가을부터 한글 강좌의 수업 시간을 매주 2회로 늘렸고 높은 수준의 강의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 고급반을 신설했다. 수강인원이 150명에 달해 효율적인 강의 진행이 어려웠던 한글 초급반의 경우 3개 반으로 나눠 정원을 30명으로 대폭 축소시켰다.

또한 재불화가 방혜자씨가 서예 교실을 맡아 운영하게 된다. 기존에 한국화와 매듭 강좌에 서예가 추가된 것이다. 또 직장인들의 편의를 위해 오후 6시인 폐관시간을 목요일엔 저녁 8시로 늦췄다.

Q 앞으로 문화원에서 지원하는 전시회 운영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나.

우선 전시회의 내실화를 위해 전시 기간을 종전 2주에서 3주로 늘렸다. 대신 전시횟수는 연 15회에서 10회로 축소했다. 작가 및 작품 선정의 투명성을 위해 지난 7월 르몽드 기자 등 외부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회에서 올해 공모된 75건 가운데 젊은 유망 작가 위주로 7명을 선정했다.

또한 장소만 빌려 주는 일에 그치지 않고 전시회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한국인 전문 큐레이터를 고용해 기획, 설치, 홍보 등 운영 전반을 담당하도록 했다. 유망작가에 대해서는 평론을 의뢰하고 카탈로그 제작을 부담하는 등 특별 홍보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10월, 11월에 문화원에 좋은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Q 세계 문화의 도시답게 크고 작은 한국 관련 공연이 파리에서 끊이지 않고 열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류 붐과 국가적 관심에 힘입어 질적, 양적으로 향상된 듯하다. 이에 우리도 제대로 된 자체 공연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고로 주불한국문화원은 파리 서쪽에 위치한 현대식 아파트 건물 1층과 지하를 임대하고 있어 현관에 걸린 작은 태극기마저 없다면 문화원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세계 한국 문화원이 네 군데 그러니까 뉴욕, LA, 도쿄, 그리고 파리에 있습니다. 이 중에서 파리 문화원이 가장 낙후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 공연단들이 장소 물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봤지만 문화원 공간이 협소해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제가 임기 중에 강력히 추진하려는 사업이 바로 코리아센터 설립 사업입니다. 올해 중국 베이징에 시범적으로 코리아센터가 들어서는데 파리에도 전시회는 물론 공연, 영화상영, 세미나가 가능한 복합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파리에 코리아센터가 설립되면 공연장 문제가 해결될 뿐 아니라 문화원과 관광공사, KOTRA 등 공관 사무소와 기업 지사 등이 입주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설립 비용이 만만치 않아 예산 조율이 필요한 문제이며 시간은 다소 걸릴 것 같다. 그래서 200석 규모의 공연장만 별도로 대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문화원 시설이 개선된다. 이달 중 최신 멀티미디어 시설을 갖춘 미디어테크가 설치돼 한국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무용 등을 LCD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현관에는 반짝거리는 전자 안내판을 설치, 밖에서도 프로그램 일정을 볼 수 있게 했다.

문화원을 상징하는 로고와 엠블럼을 제작해 특색 없는 현판에 변화를 주고 이번 가을부터 각종 홍보물,초청장 등에 이를 활용할 예정이다.

Q 주로 하드웨어 차원에서 문화원의 변화를 말씀하셨는데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달라지는 점도 소개해 달라.

우선 제 기본적인 생각은 프랑스에 타문화와 차별화 되는 한국의 독특한 분야를 소개하자는 것이다. 그 첫번째로 불교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은 17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불교문화의 산실이다.

사회주의 하에서 종교 탄압을 겪은 중국이나 민간종교인 신도가 섞여 있는 일본, 혹은 티베트 불교와 달리 한국은 대승불교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 수많은 산사를 비롯해 화두를 근거로 수행하는 참선법인 간화선 전통과 불교에서 유래된 탱화, 승무와 같은 고유의 문화가 있다.

지난 4월 현각스님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예상보다 프랑스인들의 반응이 좋았는데 내년 상반기에 다채로운 불교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참고로 파리에서 35만부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메트로’ 8월 25일자에 이례적으로 한국 소개 기사가 한 면 전체에 실렸다. ‘한국으로의 여행, 사찰에서 명상에 잠기기’라는 제목의 템플 스테이를 소개하는 기사. 빌딩에 둘러싸인 창경궁, 해인사 팔만대장경, 송광사 사진이 같이 실렸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대중 문화도 알리고 싶다.대중 문화 가운데 영화는 이제 프랑스인들이 먼저 관심을 보일 정도로 일정 수준에 올랐다. 문화원과 시네마테크프랑세즈가 공동으로 내년 1월과 2월 두 달에 걸쳐 한국영화 회고전을 개최한다. 이번 회고전에는 50년대부터 최근 영화 ‘오아시스’에 이르는 50편의 대표적인 한국영화가 하루에 2편씩 총 100회 상영된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Dynamic Korea’라는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 주고 이들을 한국의 친구로 만들고 싶다. 프랑스 젊은이들은 타문화에 좀 더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왕성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한다.

올해 한국학이 개설된 대학 가운데 파리7대학, 루앙대 등 4군데에서 기획한 한국 관련 행사를 지원합니다. 또 오는 10월 파리정치대학 시앙스포에서 앙드레 파브르 교수를 초청,’독재정치에서 인터넷에 이르기까지’라는 제목으로 한국 민주주의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재불 한국 젊은이들로부터 다양하고 알찬 기획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끝.

 

박정윤 기자(allopj@yahoo.f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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