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환자 돈없고 말안통하고 치료 못받아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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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환자 돈없고 말안통하고 치료 못받아 숨져
  • 최미연
  • 승인 200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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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뇌출혈 증세를 일으킨 한국인 환자가 의사소통 능력 부족과 미국 의료 시스템 및 의료보험 제도에 대한 무지, 엄청난 금전적 부담 등으로 인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한달 이상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숨졌다고 뉴욕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전문가와 해당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인 환자의 죽음이 해당 병원들의 진료거부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에게는 종종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미국 의료체계의 맹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에서 목수일을 하던 문철선씨가 자녀 교육을 위해 관광비자로 미국에 온 것은 10개월 전. 보스턴의 친척 집을 거쳐 뉴욕시 한인 밀집지역인 퀸스의 플러싱에 자리잡은 문씨는 건축현장 등에서 일하면서 나름대로 행복한 미국생활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미국에서도 틈만 나면 축구를 즐겼던 문씨가 지난 6월6일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축구시합 도중 극심한 두통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갔다 통증을 참지 못하고 앰뷸런스에 실려 갔던 것이 문씨와 가족들이 겪은 고행의 시작이었다.

플러싱 병원 메디컬 센터 응급실에 실려간 문씨는 단층촬영을 한 뒤 뇌출혈 분야의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있는 자메이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병원에서 다시 단층활영을 한 문씨는 병원 직원들로부터 72시간동안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대기하다 6월9일 퇴원지시를 받았다고 문씨의 부인이 밝혔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문씨의 부인은 "퇴원할 때 받은 유일한 지침은 타이레놀(두통약)"을 복용하라는 것 뿐이었다"고 말했다. 병원직원들은 문씨가 퇴원하기 전 의료보험이 있는지를 물었고 문씨 부인은 "없다"고 대답했다.

문씨 부부는 거의 영어를 하지 못했고 병원에 있던 통역은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해 이들은 병원과의 의사소통에 혼란을 느꼈지만 어쨌든 병원직원들이 말한대로 두 차례 병원을 더 찾았으나 문씨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문씨 부인은 퇴원 후 두번째로 이 병원을 찾았을 때 이전 입원비와 치료비 등으로 모두 4천500달러의 병원비를 부담해야 된다는 사실을 처음 통보받았고 이 돈을 갚을 수 없었던 문씨는 그 이후 다시는 의사를 만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문씨가 6월30일 의사와 면담 약속이 잡혀 있었으나 그가 이 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병원측은 또 6월21일에 추가로 실시된 단층촬영 결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씨 부인은 아무도 자신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씨 부인은 또 극빈자 의료보호 프로그램인 `메디케어'를 신청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자존심과 자신 및 자녀들의 체류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두통을 참아가면서 건축현장에 다시 일하러 나갔던 문씨는 7월6일 극심한 두통으로 다시 앰뷸런스에 실려 플러싱 병원으로 후송됐고 거기서 뇌의 응혈이 발견돼 브루크데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문씨 부인은 이 병원의 담당의사가 "왜 이 환자를 더 빨리 병원으로 데려오지 않았는가"고 물었다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문씨의 사례는 그와 마찬가지로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수많은 환자들이 응급실에서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법에 의해 보장받지만 일단 퇴원지시를 받고 나면 제대로 후속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4 ikorean.ca 아이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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