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웃으면 집안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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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웃으면 집안이 행복하다
  • 김제완기자
  • 승인 2004.08.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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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9주년 광복절 행사 주 스위스 한국 대사관에서 열려
2004년 8월 14일 토요일 베른 한국 대사관 정원에서 광복절 경축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200명이 넘는 많은 한인 들과 스위스 남편 그리고 입양청년들이 참석했다. 특히 대한항공과 현대자동차의 협조로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으로 경품추첨이 있었다. 이외에 입양인들의 한마당 사물놀이 그룹의 신바람 나는 연주와 , 동아리회원들이 준비한 여러 게임등으로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박원화대사는 광복절 행사장인 대사관에 이르는 길목에 스위스 경찰관 2명이 배치되어 교통정리까지 해 주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스위스인 남편들과 대사관 직원들이 묵묵히 뒷 정리까지 힘쓰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아래는 이명숙 한인연합회장의 광복절 치사이다.

스위스 한인 연합회 회장, 이명숙-Traber

지난 광복절 행사에 “나와 광복절” 그리고 “미래를 보며 함께 가자” 라는 주제로 말씀을 드린 것을 기억을 하시는 지요? 나와 광복절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생각하며 살자! 제자리 걸음 하지 말고 앞을 보며 살아가자! 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의 정체성 확인과 관계가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내가 서양 사람과 결혼을 했고 버터를 바른 듯한 서양 말을 아무리 잘 할 수 있어도 내 자신은 내 본질에서(생긴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이 것은 죽는 날까지 우리와 동행을 합니다. 그런 동반자를 잘 가꾸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기에 앞서 오히려 우리가 극복해야 할 책임일 것입니다.

지난 7월5일 서울에 입양 청년들이 가서 숙박할 수 있는 “뿌리의 집” 1주년 기념식에 참석을 했었습니다. 스위스에서 생활하시던 김도현 목사님 내외분이 그곳의 책임자로 계십니다. 그곳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입양 청년들의 고향과도 같은 집입니다. 같은 입장의 형제들도 만나고 자원 봉사들의 도움으로 요리 강습도 받고 한국생활을 어떻게 시작하여야 하는가 하는 안내도 받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만난 불란서에서 온 입양청년의 말이 계속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내가 불란서에서만 있었을 때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한국을 알아가면서 나는 내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나는 불란서인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두개의 정체성을 겸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고 그가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은 불란서 청년 뿐만 아니라 우리 스위스에서 사는 모든 분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될 때에 스위스에서의 삶도 의미가 더해지는 것입니다.

8.15광복은 일본의 압박에서 해방된 사실 하나만을 말해 주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과거의 한 장면에 끝나지 않고 오늘날 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자유를 찾아 나설 수 있어야 합니다.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부끄럽지 않고 자신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태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속담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합니다.

우리 옛 말에 “암탉이 울면 집안 망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성들의 존재를 낮추어도 이만저만 낮추는 것이 아닌, 정말 듣기 거북한 말입니다. 이조시대의 가부장제도 중심으로 살아오던 시기에 여성들에게 수동적 역할만을 강조해오던 때의 말일 것입니다. 나는 왜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여성들의 활동범위가 집안에 한정되어 있던 시대에 모든 판단력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반면 남정네들은 바깥 세상 물정에 밝았을 것이고 사고의 능력도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여성들이 남정네 일에 끼어 들 때에 감정과 정에 치우친 베개 정사가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입니다.

귀가 여린 남정네들이 그런 마누라의 현명하지 못한 말을 듣고 처신을 하다가 일을 그르치게 하는 일들이 다반사였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자가 떠들어대면 집안 망한다고 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의사결정과정이야 어떻든 능동적으로 일을 벌리고 그에 대한 결정을 내린 남자들의 직접적인 책임이 더 크건만 일이 잘 못 되면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들은 회피 했다는 것입니다.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 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암탉이 울면 안 된다고 했는데 집안 일이나 잘하고 아이 나 잘 키우고 살아야지” 하는 부류의 여성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 암탉이 울면 안됩니다. 주위가 시끄럽습니다. 그러나 계속 침묵만 하며, 주는 모이만 먹고 닭처럼 인생을 살아간다면 정말 닭 만큼 두뇌가 쇠퇴해 질 것이 뻔 합니다. 그러면 나는 오늘 날에도 옛 사고 방식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울지 말고 웃으면 됩니다. 남편 앞에서도 웃고 남들 앞에서도 웃으면 됩니다. 웃으려면 우선 자신이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주눅이 들지 않아야 어깨를 펴고 웃을 수 있습니다.

여성 여러분, 주는 모이만 먹으려 들지 말고 닭장에서 나와 푸른 들을 산책하며 내가 먹이를 직접 찾아보려 합시다.(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삽시다.) 활짝 웃는 모습으로 자식도 키우고 이웃도 도웁시다.(사회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합시다.) 그리고 또 우리의 부산물로 주위 환경도 건강하게 만듭시다. 닭 똥은 거름으로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건전한 공동체를 이룩합시다.)

우리의 대선배 유관순 언니가 우리에게 보여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본을 받읍시다. 지금 한국의 17대 국회에 39명이라는 여성 국회의원 들이 있습니다. 우리도 더 이상 안이하고 나태한 삶의 테두리에 매여있지 말고 변화된 긍정적인 삶을 추구하려고 노력합시다.

남성 여러분들,
아직도 암탉이 우는 것을 두려워 하십니까? 귀찮아 하십니까? 그렇다면 울지않고 웃게끔 도와주세요. 상대가 웃으면 우선 내가 편해집니다. 찡그린 모습보다는 웃는 모습을 보면 훨씬 즐거워 지니까요. 웃으면 많은 문제들이 자동으로 해결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체험들 하셨을 것입니다. 체험이 없다고요? 당장 실천해 보세요. 수탉의 잘난 위엄 모습만 보이려 하지말고 (소은, 이한경 화백의 닭 그림) 조금 키를 낮추어 암탉의 팔을 잡고 함께 춤추며 웃어보세요. 암탉 또한 함께 더불어 힘껏 웃어보세요. 모두가 행복해 질 것입니다.

자 우리 모두 합창을 합시다! 닭들아 웃어라! 아주 크게 웃어라! 함께 새벽을 즐겁게 깨워보자!

뜻 있고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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