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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하늘이라는 말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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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2  14: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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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하늘>이라는 말은 매우 구체적으로 보이지만 매우 추상적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잘 모르면 하늘이라고 합니다. 아주 커도 하늘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때도 하늘에서 왔다고 합니다. 하늘을 보면 어디서부터가 하늘인지 알기 어렵고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옛 사람에게는 지금 우리보다 더 신비롭고 두려운 곳이 하늘이었을 겁니다. <하늘나라로 갔다>는 말이 죽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을 보면 하늘은 정말 알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하늘같은 은혜>라고 하면 은혜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의미입니다. 하늘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저는 하늘을 보면서 수많은 상상을 합니다. 하늘을 자세히 보면 하늘이 둥글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다란 구(球) 속에 지구가 놓여있습니다. 하늘이 넓게 감싸는 모습에서 안심하게 됩니다. 하늘은 그런 느낌입니다. 동양에서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고 하여 하늘을 원으로 보았는데 저와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구(地球)>라는 말은 땅이 동그랗다는 말이니 생긴 지 오래지 않은 표현이겠네요.

옛 신화를 보면 하늘에서 온 사람이 많습니다. 환웅의 이야기도 하늘에서 온 왕의 이야기입니다. 혹자는 외계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표현만 놓고 보면 외계인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고, 구름을 타고 천둥 번개와 함께 오는 모습은 잘은 모르지만 외계인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하늘에서 왔다는 의미는 그 마을 사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어디선가 이주해 온 것이죠. 이주민을 그럴 듯하게 묘사할 때 하늘에서 왔다고 합니다. 저쪽 마을에서 왔다는 말은 어쩐지 덜 멋있어 보입니다. 하늘은 신비롭지만 어딘지 모르는 곳을 의미합니다.

<하늘처럼 생각한다>는 말은 참 좋은 말입니다. 하늘처럼 생각하는 것을 차별의 의미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표현이 아마 남편을 하늘같이 생각하라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하늘같은 남편이라니 아내는 땅인가 하면서 차별의 느낌을 키웠을 겁니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는 생각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땅도 나쁜 것은 아닙니다. 땅을 어머니라고 하는 것에서 어떤 차별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포근함과 넉넉함이 느껴지지요. 지모신(地母神)이라는 믿음의 간절함도 있습니다. 풍년을 기리는 마음이지요. 생각해 보면 풍년은 땅의 힘만으로도, 하늘의 힘만으로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비옥한 땅이 있어야 할 것이고, 적당한 햇살과 비, 바람이 있어야겠지요. 물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거기에 사람의 성실함일 겁니다.

하늘처럼 생각한다는 말에서 서로를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한자어로는 경(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남편만이 아니라 아내도 하늘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예전의 임금은 하늘이라는 칭송을 들었습니다. 자신을 신처럼 생각하는 왕도 있었죠. 하지만 임금은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백성은 하나하나 하늘입니다. 백성을 하늘처럼 생각하지 않고서는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합니다. 습관이 아니라 진심이기 바랍니다. 그럼 정치는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서로서로를 하늘처럼 생각하면 세상은 달라집니다. 사실 많은 종교는 이런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이라는 말은 정확히 이런 생각을 보여줍니다. 표현이 달라져있을 뿐 생각은 같습니다.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서로를 존경하고 고마워하면 세상은 그대로 하늘나라입니다. 하늘이라는 말에서 귀한 마음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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