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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에 대하여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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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2  10: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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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3월이 시작되고 있는 중이다. 봄날의 생기를 북돋아주듯 며칠 전에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땅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물이 있어야 한다. 태양의 빛을 받아 대지의 만물이 움직인다는 것은 음과 양의 조화를 의미한다. 세상은 이렇게 음과 양의 접합과 교차로 돌아간다. 이것을 노자(老子)는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 했다.

가끔 중국인과 이야기 하다보면 그 사람들의 사고가 참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늘 긴장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한심하고 어이없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조급하고 안달이 나서 죽겠는데 그 사람들은 아주 태평하다. 왜 그럴까? 중국인은 아주 현실적이다. 거창하게 미래를 구상하고 준비하는 사고를 하지 않는다. 오늘 안 되면 내일 하는 거다. 안 되는 일을 어떻게든지 하려는 것은 우리의 ‘미덕’이다. 그러나 중국인에게 그것은 ‘미련’이다. 미련스럽다는 의미다. 중국의 임어당(林語堂)이 쓴 글의 일부를 인용해 보자.

“중국의 휴머니스트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인생의 참 목적을 발견했고, 또한 그것을 알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 중국인에게 있어서 인생의 목적은 내세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기독교의 가르침과 같이 인간은 죽기 위해서 살고 있다는 사고방식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또한 불교에서 말하는 지극히 형이상학적인 열반(涅槃)의 세계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성취하는 데서 느끼는 만족감에 인생의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무 헛된 영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인은 진보를 위한 진보를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 또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에게 있어 진정한 인생의 목적은 간단히 말해서 소박한 삶을 즐기는 데 있다.”

중국 어린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시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가벼운 구름이 미풍을 따라 둥둥 떠다니는 아침
꽃향기에 취하여 나는 강가를 거닐었네.
꽃들은 내 마음이 이다지 행복한 줄도 모르고
“저 들떠 있는 노인을 좀 봐라” 라고 말하겠지.

그러나 주희(朱熹)의 이 시는 즐거운 시적 감정을 단순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시 속의 노인처럼 꽃향기가 주는 행복한 감정에 도취되고 싶은 것이다. 중국인들이 바라는 인생의 최고의 선(善)이 바로 이런 감정을 느끼는 생활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생활의 이상은 특별히 야심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다. 이렇듯 철저히 현실적이다. 그래서 임어당은 이렇게 부연한다. “서양인들은 물건을 만들고 얻는 재능이 많은 대신 그것을 즐기는 능력이 적고, 이와 반대로 중국인들은 그들이 가진 조그마한 것을 즐길 수 있는 재능과 결의를 가진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인과 서양인의 차이다.”

요즘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종신 집권이 많은 매체에 올라오고 있다. 당연히 서방 세계에서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중이다. 우리 또한 우리식의 잣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굳이 중국 사람들의 불만이라고 하면, 바로 이런 서방의 편향적인 판단이다. 왜 자기들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느냐? 이런 거다.

서방의 기준에 합당하면 옳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틀리다는 관점은 대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이 중국인의 생각이다. 나도 이런 중국인의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서방의 시각은 중국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해가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폄하가 된다. 최소한 중국의 입장에서는 서양의 문화가  ‘중화 문화’를 함부로 폄하하는 데에 동의할 수가 없다. 자기들이 하면 로맨스고 중국이 하면 불륜이라는 시각에 불만이 있는 거다. 현실적인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교실과 공원에서 총질이 난무하고 폭탄이 터져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모습이 서방의 현실 중 하나다. 선거 기간에 벌어지는 온갖 야합과 상대를 헐뜯는 추태가 민주주의의 장점은 아닐 것이다.

중국인들의 사고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러면서도 아주 소박하고, 무엇보다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지난 5천년의 문화 속에서 그런 습성이 유전자처럼 타고 난 사람들이다. 나는 중국인들이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심각한 개인 주권의 침해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장기집권이 될지 내년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지금까지 잘 해 왔으니 그 정도면 계속 더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청조의 강희 황제는 61년을 재위하면서 역대 최고의 명군으로 이름을 날렸다.

북경에서 북쪽으로 230km 떨어진 곳에 청더(承德)라는 도시는 중국 황제들의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1703년 강희(康熙)제 때 시작된 이곳의 공사는 공사기간만 무려 90년이었다. 중국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황제를 향한 천명(天命) 의식이 있는 듯하다.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사고(思考)가 아니다. 그러나 맹자의 주장처럼 천명, 즉 하늘의 뜻이 사라지면 황제도 물러나야 한다. 민심이 천심이다. 우리의 촛불혁명도 비슷한 성격일지 모른다. 우리가 어느 날 서양의 문화를 흡수하여 돌연변이가 된 것이 아니다. 여전히 우리도 동양 문화의 태생적 기질을 갖고 있다. ‘헌팅턴’이 오죽하면 문명의 충돌을 이야기 했겠는가?

중국의 문화, 중국인의 보편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가능성에 대하여 우리는 나름의 제대로 된 시각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영원한 적도 없고 친구도 없는 것이 냉엄한 국제 관계의 진리다. 대 중국 사업도 그렇다. 상대와 좋은 협상을 하려면 먼저 상대를 제대로 깊이 있게 이해해 주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자기를 이해해 주는 상대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법이다. 아직도 사드의 영향이 어쩌고, 중국 사람은 절대 믿을 게 아니라는 등의 ‘하수들이 즐겨 쓰는 말’은 양국 관계 내지는 중국 사업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도, 제품의 경쟁력도 모두 실력이다. 실력도 없으면서 자꾸 상대의 탓을 하면 결과는 늘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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