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왕복 시간 다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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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왕복 시간 다른 이유는?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4.08.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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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onghangjin (작성자의 다른글) 조회수 7019 추천수 2 입력시간 2004.08.20 10:39

비행기를 타고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지구 저편에 있는 나라를 다녀온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갈 때와 올 때 비행시간에는 1시간 이상의 차이가 생깁니다. 지상 약 만 미터 상공에 부는 강한 편서풍 때문인데요. 제트기류라고 불리는 이 강풍 대를 이용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연료도 절약하고 비행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바람을 안고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연료소모도 크고 시간도 더 걸립니다. 즉 한국에서 유럽으로 갈 경우보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올 경우가 1시간 정도 비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서쪽으로 비행할 경우에는 아예 이 강풍 대를 피해 고도를 높여 비행을 합니다.

제트기류에 대한 이 정도의 이해는 누구나 갖고 있어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제트기류가 기상이변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한 지역에 가뭄이나 혹한, 집중호우가 계속된다면 거의 틀림없이 제트기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트기류를 경계로 북쪽에는 차가운 공기가 남쪽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자리 잡고 있는데 제트기류가 강하면 강할수록 이 두 공기는 잘 섞이지 않습니다. 빠른 물살의 시냇물을 쉽게 건널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럴 경우 그 지역에는 똑같은 기상현상이 지루하게 이어지기 쉽습니다.

기상 이변의 주범, 제트기류

2002년 잇따라 발생한 동유럽의 홍수나 지난해 같은 곳에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도 유난히 강한 제트기류 때문에 같은 기상현상이 이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면에 제트기류가 마치 뱀처럼 꾸불꾸불 움직일 경우에는 남과 북의 공기가 쉽게 섞여 날씨가 쉽게 변합니다. 맑고 궂은 날씨가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평상시의 날씨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죠.

제트기류의 속도는 초속 약 50m안팎입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180km나 됩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서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제트기류는 엉뚱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일본의 한 기상학자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풍선에 폭탄을 실어 제트기류에 올리면 동쪽나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일본의 동쪽에 미국이 있으니까 제트기류에 풍선폭탄을 띄워 미국 본토에 떨어뜨려 폭파시킬 수만 있다면 큰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풍선 속에 소이탄이나 작열폭탄을 넣어 풍선이 터질 때 폭탄을 떨어뜨린다는 계획은 정부의 O.K 사인을 쉽게 얻어냈습니다.

기상학자와 군 관계자들은 곧 풍선폭탄의 제작에 들어갔고 1년 뒤 풍선폭탄 제조에 성공했습니다. 1944년 11월 드디어 풍선폭탄이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다음해 5월까지 6개월 동안 띄운 풍선폭탄이 무려 9천개나 됐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미국은 전체 풍선폭탄의 10%가량인 9백여 개의 풍선폭탄이 미국 본토에서 터졌다는 공식발표를 했습니다.

제트 기류를 이용한 일본의 미 본토 풍선 폭격

미국이라고 해서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트기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미국은 1944년 가을 B-29전폭기에 폭탄을 가득 싣고 제트기류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일본에 다가갔습니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빠른 바람에 폭탄을 떨어뜨려도 명중률이 낮아 효과적인 폭격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미국은 작전을 바꿔 1500m에서 2000m의 낮은 고도에서 폭탄을 투하했습니다. 2차 대전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폭탄 투하 장면에는 우여곡절이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자연현상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인간들의 욕심이 늘 문제입니다.

공항진(S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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