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재한 조선족 집중조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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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재한 조선족 집중조명 (1)
  • 흑룡강신문
  • 승인 200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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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수교10주년기념 특별기획  

한국사회에서 무시할수 없는 군체 (1)

-  기자 진종호 -

근 반세기동안 가깝지만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던 고국의 문이 우리를 향해 개방했다. 전에는 정치적 루명이 두려워서 숨죽이고 살던 우리였지만 한번 다녀오면 부자된다는 전설같은 이야기에 너도나도 혈육을 찾아, 연줄을 찾아 한국행을 시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조선족의 한국방문이 본격화 되기 시작, 1992년 중한수교후 이는 더욱 승화되기 시작했다.

초창기 수십년간 헤여졌던 고향방문, 친척방문이 순수한 목적이였다면 후반에 이어진 친척방문, 위장결혼, 산업연수, 상업고찰, 류학, 밀입국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한 한국행은 실로 금광찾아, 꿈을 찾아 떠나는 길이였다. 아무리 고달픈 가시밭길이였어도 한국행만 성공하면 부자된다는 "코리안드림"은 전반 조선족사회를 석권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행으로 세기를 넘어선 현재 한국에 체류중인 중국조선족은 13만명을 웃돈다고 한다. 성공적인 월드컵개최를 위해 올 3월 25일부터 5월 25일까지 한국법무부에서 실시한 불법체류자자진신고운영기간 신고한 중국조선족의 수가 9만 1736명에 달한다는 통계수자만 보아도 상기 수자가 결코 과장된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그 경위를 막론하고 재한 중국조선족은 한국사회의 무시할수 없는 군체적 존재로 성장하였으며 점차 자신들의 생존기반을 다져가면서 일정한 지역범위에 차이나코리아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그들은 대부분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 즉 다시말하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건축업이나 제조업 및 식당주방일에 종사하면서 흑룡강, 길림, 료녕, 연변 등 고향을 단위로 집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직이 쉽고 인건비도 비교적 비싼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지에 수백명, 수천명이 모여사는 소규모의 조선족동포타운은 10여개에 달하며 만명을 릉가하고 일정한 상권을 형성한 대형 조선족동포타운도 서너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실례로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 구로동일대; 영등포구 대림동, 신길동일대; 금천구 가산동, 독산동일대이며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주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 매산동일대와 안산시 원곡동, 공단동일대 및 성남시 중원구 중동, 금광동일대, 부천시 원미구 중동, 인천광역시 남구 용현동, 부평구 부평동 등지에도 조선족들이 상당수 달할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조선족들의 생활과 실상을 반영하는 여러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에 단골 배경으로 등장하고 MBC특집드라마 " 가리봉엘리지"의 히트붐을 타고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일대는 대표적인 조선족동포타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족동포거리로 불리우는 가리봉 1동의 500메터가량 이어지는 먹자골목은 중한문화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조선족의 정체성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치나 된장찌개같은 민족의 정통음식을 선호하면서도 기름진 각종 중국료리들을 즐겨찾는 조선족들의 식성을 리용한 중국음식점, 식품가게들이 빼곡이 들어서 온통 중국어 간판들 천지다. 그리고 중국어노래방도 많아 때로는 중국의 어느 거리로 착각할 때도 있다. 주말이면 이곳은 고향사람들이나 친구들을 만나 향수를 달래며 타향살이의 서러움과 고달픔을 나누는 장소가 되여 가게마다 초만원을 이룬다. 요즘은 TV를 보고 호기심으로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도 늘어 초창기 서너개에 불과하던 음식점이나 식품가게, 호프집, 노래방이 현재는 20여곳으로 늘어났지만 가게마다 성업인것으로 알려졌는바 가리봉 3거리의 은하수노래방같은 곳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가게 보증금도 보편적으로 500만원가량 되던것이 2000여만원으로 껑충 뛰여 올랐지만 그래도 빈가게가 생겨나기만 하면 금방 새주인이 생길정도이다. 이곳에 가게를 가지고 있던 한국인들도 비싼 권리금을 받고 조선족들에게 가게를 양도한후 타곳으로 이전하는 현상도 비일비재 하다. 이 거리를 중심으로 주변에 서너평(약 10평방메터 남짓)에 달하는 단칸짜리 월세방도 초반에 5만원가량 하던것이 지금은 한화 15만∼20만원으로 솟구쳤지만 집을 구하려는 조선족들로 부동산중개소문전이 쇄도하고 있다. 가리봉 1동 사무소일군들의 말에 따르면 정확한 수자를 딱히 파악할수는 없지만 가리봉일대에 거주하는 조선족이 약 3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 매스컴들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조선족들에게는 오히려 인기가 더 높은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일대는 새로 부상하는 조선족동포타운이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의 대림역과 지하철 2호선 구로공단역을 중심으로 형성한 이 중국조선족집거구는 교통여건이 편리해 주로 지하철이나 버스같은 대중교통을 리용하는 조선족들의 최적의 주거환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곳은 한국산업화의 견인차역할을 했던 공단지역이여서 로동자들이 거주하던 단칸짜리 월세방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집거하기가 편리했던 점도 있다. 대림조선족동포타운의 모습도 가리봉동과 대동소이 한데 지하철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대림주유소에 이르는 거리를 중심으로 중앙시장, 두암시장 주변에 조선족거리를 형성, 대부분의 조선족음식점이나 식품가게, 호프집, 노래방들이 이곳에 집중되였다. 가리봉일대에 연변지역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대림동에는 흑룡강지역 사람들이 다수인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선족들의 한국내 구직이나 세집마련이 주로 고향사람들의 소개로 많이 이루어 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도 세집의 품귀현상은 여전하며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몰려드는 조선족들로 부동산중개소들마다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불완전한 집계에 따르면 현재 대림동일대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조선족은 근 4만명에 달할것으로 추산,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같은 대형시장 주변에도 가게를 얻어 해산물이나 특산품들을 판매하는 중국조선족들이 많아 일정한 조선족동포타운을 이루고 있으나 비교적 흩어져 대림동이나 가리봉동 같이 중국조선족의 정체성을 여실히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에 조선족동포타운이 형성되면서 주변의 한국인 가게들도 중국조선족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바 전문조선족들을 상대로 한 부동산중개업소가 생겨났는가 하면 구로공단인력사무소, 대림리건직업소개소 같은 곳은 조선족들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림동 터주대감이라고 자처하는 k슈퍼마켓 한국인 사장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 조선족들이 모여들면서 그의 가게매출액도 배로 늘어나 IMF위기를 무난히 넘길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이곳은 별정통신업체들의 시장쟁탈지로 되어 초창기 1만원에 20여분밖에 통화하지 못하던 중국전화카드가 180분까지 늘어나고 통화질도 향상되였으며 흑룡강, 연변 등 다양한 지역전용전화카드도 생겨나 조선족들에게는 어부지리다.

조선족동포타운의 형성은 조선족들의 한국내 경제, 문화, 사회등 여러 면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일정한 상권을 형성함으로써 조선족들의 소득향상과 식생활 불편해소에 기여를 하였고 상호 협력증진에도 유리하였다. 또한 조선족인권관련단체들에서 이곳을 무대로 활동을 전개해 조선족들의 인권과 권리를 상당히 찾고 있으며 임금체불, 산재보상 등 문제점도 많이 해결하여 조선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정부에서도 점차 조선족동포문제에 중시를 돌리고 조선족관련정책들을 수정하고 있는것으로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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