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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정말 그만이다!!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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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5  10: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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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어떤 불행한 일이 닥치면 이제 이런 일은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는 순간순간 이제 그쳤으면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만이라는 말이 끝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만을 나쁜 의미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만>이라는 말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사실은 그만이라는 말이 참 좋아서 며칠 동안을 설레었습니다. 오늘은 그만이라는 표현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만>이라는 말은 그 정도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여러 장면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이 의미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만하다>라는 말은 ‘하던 일을 그만 멈추다.’는 의미인데, 그 속에는 그 정도면 되었다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일을 그만하고 쉰다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물론 내 의지가 아닌데 그만하게 되었을 때는 답답함과 아쉬움이 있겠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만하는 것에는 본인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상대가 지나치게 일을 하는 경우, 쉬지 않고 하는 경우에 우리는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말을 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입니다. 물론 남을 괴롭히는 사람에게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좀 그만해라’라는 표현의 느낌을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살다보면 어느 정도면 될 때가 있습니다. 칭찬도 나무람도 마찬가지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지나친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하지 말라는 말, 정지하라는 말, 세우라는 말을 ‘그만’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저는 그만이라는 표현에서 만족을 봅니다. 단순히 멈추라는 의미나 끝을 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말에서 그만은 그 정도면 되었다는 뜻인 겁니다. 그만 되었다는 말이 나오는 장면에서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만을 좋은 의미로 보았으면 합니다.

누가 다쳤을 때도 우리는 <그만하기 다행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다친 사람 앞에서 다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 정도면 괜찮은 거라는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다친 사람이나 불행을 맞이한 사람에게 다행이라니요? 아마 이런 표현을 외국인에게 설명하면 이상하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사람에게 그만하기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면 놀라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말에는 우리의 긍정적인 세계관이 담겨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다행이 아닌 게 없습니다. 더 나쁠 수도 있었는데 덜 나쁜 것이니 다행이지요. 우리는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액땜>이라는 말도 합니다. 앞으로 닥칠 더 큰 액을 막아주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작은 액으로 때운 겁니다. 나쁜 일은 늘 더 큰 나쁜 일을 대비하라고 보내는 신호입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더 큰 일을 막게 되었다는 일종의 안심을 줍니다. 그만이라는 말에서 저는 안심의 미학도 발견하게 됩니다.

<그만이다>라는 말은 끝이라는 의미도 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칭찬도 됩니다. ‘우리 사이는 이제 그만이야!’라고 하면 끝이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맛이 그만이다, 경치가 그만이다, 사람이 그만이다’라는 말에서는 그 정도면 더 좋을 수 없다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그만이 끝의 의미와 최고의 의미를 함께 갖는다는 점에서 역시 극과 극은 통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나쁜 일은 그만 생겼으면 합니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도 그만하였으면 합니다. 미움도, 슬픔도, 아픔도 이제 그만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의 뜻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안 좋은 일도 생길 겁니다. 그런 경우에는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과 정말 그만인 곳에서 맛이 그만인 음식을 먹으며 기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합니다. 정말 모든 게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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