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동포3세 유학생활일기 사이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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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동포3세 유학생활일기 사이트 `인기'
  • 연합뉴스
  • 승인 200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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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2 15:39 송고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국과 일본의 네티즌들 사이에 재일동포 3세
구미(여)씨가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의 한국 유학 생활을 홈페이지(www.koomi.net)에 올린 구미씨는 현재 국내
모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다. 그녀는 오는 11월 예정된 졸업작품전까지는
자신의 신상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는다고 천명, 궁금증이 더 증폭되고 있다.

구미씨의 인기는 지난 7월초 그의 홈페이지가 유머대학에 소개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고 급격하게 늘어난 방문객으로 한때 홈페이지 접근이 어려웠을 정도였다.

홈페이지는 인사말과 등장인물을 만화로 소개한 `잘보세요'코너, 어학연수 시
절부터 지금까지 실제경험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유학만화, 유학일기, 생활일본어,
일본 Q&A, 게시판 등으로 꾸며졌다.

네티즌들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항목은 유학만화와 유학일기. 유학만화 `교포가
족' 편에는 구미씨가 처음으로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내용이 들어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라면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마치 자신에게 신
비한 비밀이 생긴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구미씨는 또 `에바몸'에서 깡마른 신체의 자신을 등장시켜 일상 생활문제를 다
루고 있으며 대학생활도 1~4학년으로 구분, 다양한 소재의 만화로 선보이고 있다.

그녀는 유학일기에서 `오브라이트한 외로움', `고추색한 서울맛', `만두한 이름
선택', `맛있는 붕어빵한 최고부부들', `냉면한 일본인 국물한 한국인', `자장면한
글로벌화' 등 문법에는 맞지 않지만 톡톡 튀는 제목으로 자신이 한국 생활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서술하고 있다.

다음은 `냉면한 일본인 국물한 한국인'의 한 부분.

"한국 남자들은 한참 더운 날, 냉방도 별로 안 되는 좁은 식당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친구 몇 명과 함께 뜨거운 찌개 같은 것을 먹는다. 보기가 괴롭다. 혹시 `시
원하다'인가. 한국에 살면서 이 말이 깊은 것을 알았다. 냉면은 `시원해~'인데 된장
찌개 같은 것은 `시원~하다'이다."

한국 유학생활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문화적 차이와 그에 대한 단상을 구미씨
나름의 독특한 표현과 방법으로 재미있게 구성한 이런 글에 대해 수십 명의 네티즌
들이 답글을 달아놓고 있다.

게시판에도 방문객들의 다양한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구미씨는 일일이
친절한 답글을 주고 있다.

일본 Q&A에서는 게시판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내용에 대해 역시 만
화를 곁들인 그녀의 생각을 정리해 놓았다. 욘사마(배우 배용준)가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를 그녀는 `성격 좋으면서 부드럽고 강하며, 언제나 나를 사랑해주고 지켜
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라고 했다.

홈페이지의 인기가 올라가다 보니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구
미씨는 극구 사양하고 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졸업작품전에 사용하기 위해 유학만
화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모든 것은 졸업 이후로 미루고 싶은 생각에서다.

구미씨는 1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재일동포 3, 4세들이 흔히 겪게 되는 정체
성의 문제에 대해 "살아오면서 많은 차별을 경험했다"며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중간자 역할을 통해 서로 문화와 사고의 차이를 극복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히
고 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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