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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하루 세 끼의 의미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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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2  10: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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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끼>라는 말은 원래 식사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원래는 때를 의미합니다. 그래서인지 옛 어른들은 끼라는 말 대신 <때>라는 말을 쓰기도 하였습니다. 때를 거르지 말라고 하는 표현이 그런 의미입니다. 아직도 방언에서는 끼라는 말 대신에 아예 때라는 말을 쓰는 곳도 많습니다. 우리가 신체적으로 느끼는 시간 중에 밥 먹는 시간만큼 정확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배꼽시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배고픔을 알리는 시계소리처럼 꼬르륵 소리는 정확히 내 몸 상태를 보여줍니다.

남아시아에 가보면 출가한 스님들은 식사를 오전 12시 전까지 합니다. 보통은 11시쯤에 마지막 식사를 합니다. 아무래도 뱃속이 차면 머리가 맑지 않다는 생각에 기초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음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려는 생각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남아시아의 스님들은 음식을 먹을 때 맛을 느끼면 안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수행을 위해서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게 아닐까 합니다.

끼라는 말을 식사라는 의미로 분명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는 <끼니>라는 말을 씁니다. ‘니’가 구체성을 더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와 비슷한 구성으로는 쌀을 담는 <가마>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때는 <가마니>라고 합니다. 왜 이런 구성이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재미있는 현상은 분명합니다. ‘니’의 의미와 기능은 수수께끼입니다. 끼니라는 말을 들으면 여기에는 음식에 대한 욕심은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되면 먹는 거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표현입니다. 일하기 위해서, 수행을 위해서 끼니를 때우는 것입니다. 보통 끼니는 때우거나 챙겨먹는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걸러서는 안 되는 겁니다.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세끼를 먹어야 한다는 것도 선입견일 겁니다. 우리말에서 식사는 시간 개념과 일치합니다.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말이 곧 식사의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점심이라는 말 대신에 낮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점심은 순 우리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로 간단한 식사를 의미하던 말입니다. 식사를 나타내던 말이 오히려 때를 나타내는 말로 바뀐 특이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적으로만 보자면 우리의 식사는 아침과 저녁만 있는 겁니다. 두 끼인 셈이지요. 실제로 선비들은 두 끼 식사를 하였습니다. 물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도 두 끼를 먹지는 않았겠지요. 사이사이에 참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새참이라고 합니다. 식사 사이에 먹는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왠지 출출하면 밤참을 먹기도 하였습니다. 새참은 일에 힘을 더해 주고, 밤참은 가족 간의 정을 돈독하게 해 줍니다.

저는 끼니라는 단어를 보면서 음식에 대한 집착을 봅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저는 음식은 맛있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맛있는 음식에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먹기 위해서 사는가, 살기 위해서 먹는가에 대한 질문은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배가 고프고 굶는 사람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먹는 게 아니라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건 좋지만 음식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집착을 경계하던 수행자나 옛 선비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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