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보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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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보호소
  • 김제완
  • 승인 2004.08.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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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원 등 화성외국인보호서 방문



(화성=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전셋값을 못받아 출국을 못하는 데 보호소 간
부에게 부탁해도 해결이 안됩니다. (보호소에) 보증금을 내고 제가 나가서 3개월안
에 해결하겠습니다"

중국 동포 최모(40)씨는 16일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인권관리실태 조사를 위해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한 민주노동당 노회찬.최순영 의원과의 면담에서 열
악한 보호소 생활실태를 일일이 열거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씨는 10년째 불법체류를 하며 5천만원을 모아 전셋집을 마련하고 일부는 빌려
줬는데 모두 돌려 받지 못한 채 출국을 미루다 지난달 24일 단속반에 적발돼 보호소
신세를 지게됐다.

최씨는 "13∼14개국 외국인노동자들이 한방을 쓰는 바람에 타국인들의 체취에
며칠 잠을 못자고 밥도 못먹었다"며 "운동도 하지 못한 채 20여일 동안 방구석에 처
박혀 있다"고 토로했다.

우즈베키스탄인 L(33.여)씨는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단속반에 잡혔는 데
보호소에 온 뒤에는 진찰 한번 못받았다"며 면담시간 내내 아픈 가슴부위를 만지며
눈물까지 보였다.

목욕관리사 보증금 1천500만원을 받지 못해 8개월째 보호소 생활을 하는 중국동
포도 있다고 보호소측은 털어놨다.

면담에 앞서 의원들과 함께 둘러본 보호소 대기실에는 20∼30평의 좁은 방에 30
여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TV를 보거나 낮잠을 청하며 출국날짜를 기
다리고 있었다.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방안에 변기와 세면대가 설치됐으며 일부 방에서는 지린내
가 진동했고 이런 방에서 식사도 해결했다.

급식은 한끼에 1천200원 짜리로 열악했고 다양한 식단을 짜지 못해 외국인노동
자들의 불만이 가득했으며, 벽에 "Fucking Korea"라는 큰 낙서가 써 있는 방도 있어
섬뜩하게 했다.

이러한 보호소 생활은 지난 5월 외국인노동자 23명이 직원 2명을 폭행.감금한
뒤 집단탈주극을 벌인 배경을 가늠케 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월 실수령액 65만원을 받는 평균 연
령 53세의 용역경비원 34명을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법체류 노동자의 고용
주들을 찾아도 체불임금 지불 의사가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정부의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대책이 너무 안이해 인권문제뿐 아니
라 반한감정까지 생기는 것 같다"며 "강압적인 강제출국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 위
해 당내 기구를 만들고 법개정과 예산배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chan@yna.co.kr

(끝)

2004/08/16 15:2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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