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젊은 세대에 고국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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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젊은 세대에 고국말 인기”
  • 김진이기자
  • 승인 200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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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고리끼문학대학 이발렌찐 교수

“세계 각처의 학술대회 많이 참석했지만 이번 학술대회가 가장 재미있다. 어제 우리가락을 배우는 시간에 정말 몇십년동안 부르지 않았던 노래를 불러봤다. 한글 문법강좌도 새삼 재미있고. 내가 나이가 들어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또 새로운 지식을 배우게 돼 기쁘다.”

배움의 기쁨을 말하는 이발렌찐(75·고리끼문학대학) 교수의 표정이 환하다. 고려인 2세로 블라디보스톡이 고향인 이교수는 37년 강제이주 대상으로 까자흐스탄으로 옮겨갔다. 당시 레닌그라드 대학(현 쌍페테르부르크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에 배치됐다. 구 소련시절 대학을 마친 사람들은 국가가 근무지를 정해주었다. 출판사, 세계문화연구원 상급 연구사로 35년간을 일했다. 당시 한국어교육자협의회를 만들었고 모스크바 외교관 양성소에서 한글을 가르쳤다.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이발렌찐 교수는 억양만 빼고는 표준말에 가까운 우리말을 구사했다. 우리말을 지켜야한다는 굳은 신념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내가 처음 한국문학 전공한다고 했을 때 다 이상하게 생각했지. 이제 35년 지나 생각하면 참 잘했다 싶어.”

2000년 한국정부로부터 한글발전유공 포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교수는 지금의 고려인들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2, 3세들을 물론이고 고려인 지도자들도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고 한국말 교육을 위한 투자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고려인 연합회와 고려연방문화자치회라고 고려인들의 큰 조직이 두 개 있는데 그 지도자들도 전혀 한국말을 못해요. 내가 조바실리나 여러 대표들에게 예전부터 한국말교육을 위한 투자를 하라고 했는데 자기들도 배우지를 않고 지원도 하지 않아.”

러시아에는 현재 60개 지역에 한글학교가 있다. 200여명의 교사들이 한글을 가르치는데 교사들이 부족하고 그나마 현재 교사들의 한국어 수준도 별로 높지 않다. 이발렌찐 교수는 한국정부가 교사들을 파견해주고 고려인들을 위한 교재 제작을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15년전 이발렌찐 교수가 만들어 이끌고 있는 한국어교육자 협의회는 이들 60개 지역 한글학교 교사들을 위한 연수를 1년에 한번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교수는 최근 한국어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10년전부터 상황이 달라졌지. 젊은 애들이 고국말 배우려하고. 이곳에도 한국기업들이 많이 들어와서 한국말 배우면 취업도 쉬워진 측면도 있고. 자기말을 모르면서 어떻게 고국을 대표할 수 있나? 앞으로는 고려인들도 한국말로 고국을 설명할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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