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대한 동포 "24시간을 지키고 있으니 부모님들이 더 반가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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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대한 동포 "24시간을 지키고 있으니 부모님들이 더 반가워해요"
  • 임용위
  • 승인 2004.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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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파크의 박용만 사장이 들려주는 '청소년 사랑'
멕시코에서는 우연한 기회로 아이템이 정해져서 사업에 뛰어들게 되는 한인동포들이 많다. 그건 멕시코에 정착하게 된 과정이 우발적으로 진행됐던 공통적인 한인들의 배경과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연유와 동기가 대체적으로는 만족한 결과를 못 주고 중도에 좌초된다거나, 심지어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 나서야 두 손 두발 다 들고 문닫고 항복(?)하는 불행한 동포 소식들이 한인사회에 종종 들리기도 한다.
인터넷 PC방 한인업소인 '사이버 파크(Cyber Park)' 역시 박용만(42)사장이 PC방을 운영하게 된 배경도 그 '우연함'에는 여느 한인 사업주들과 다를 바가 없다. 다행인 것은 4개월 째 기존의 한인 PC방을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 순조롭게 번창하는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인 모습으로 눈에 띤다.
그럴만한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건 서너 번 사이버 파크를 이용하거나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금방 그 이유를 알 수가 있다. 하루 24시간 중에 언제고 박용만 사장이 사이버 파크의 카운터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모습은 발견된다.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고객들을 응대하는 모습은 '노하우'라고 보기보다는 '무대포식 경영전략'으로 비쳐질 수가 있다. 그러나 멕시코 한인경제가 온통 바닥으로 주저앉고 있는 추세에서 박 사장의 이러한 수고 전략은 '사업장을 굳건히 지키는 나름대로의 경영방식'이라고 그는 말한다.
"비록 고생은 좀 되지만, 가게를 떠나있는 시간이 좀체 없기 때문에 이득을 보고 있는 점이 더 많다."는 박용만씨는 20대 전후의 청년 동포들이 주 고객을 이루고 있는 사이버 파크가 건전하고 유익한 만남의 장소로 자리를 잡아가게 된 점을 가장 큰 효과로 꼽는다고 말한다.
4년 간의 멕시코 정착생활 이전에 박씨는 고국에서 잘 나가는 공장 운영주였다. IMF의 한파를 맞게된 이유도 있었지만 멕시코에 물품을 배송하면서 돈을 받으러 잠시 들렀다가 주저앉게 된, 보통의 한인들이 겪어온 엇비슷한 경험이 동기가 되어 멕시코 한인동포의 대열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가족과 함께 멕시코에 터를 잡기 시작해 벌인 일이 컴퓨터 자수 공장. 시티 외곽지역에서 4년째 운영하고 있는 자수공장은 박씨의 아내 고명래씨의 손길로 다듬어지고 있다.
시티에서 공장과 연관하여 사무도 보고 사업과 관련해서 손쉽게 사람을 만나볼 사무실을 물색하던 중에, 박씨의 눈에 들어왔던 장소가 지금의 사이버 파크. 24시간을 사이버 파크에 몸 담고 있는 이유가 PC방 운영과 함께 개인의 사업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뜻에 있다고 이해하니 '무대포'가 결코 '무대포식'이 아니란 것이 금방 납득이 간다.
박씨가 하루 온 종일을 사업장을 지키는 일로 해서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바로 청소년 고객들의 부모들이다. 시티에서 딱히 방과후 갈만한 장소가 없는 아이들이 주로 몰리는 장소가 PC방이고 보면 밤늦게까지 진을 치고 앉아있는 청소년들의 학부모는 늘 귀가 시간에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같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고객으로서 뿐만 아니라 내 자녀 내 조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선도하고, 또 부모의 허락을 반드시 받은 아이들에 한해서 늦은 시간의 PC 방을 허용하는 방침을 굳혀 오다보니, 이젠 아이들 손을 잡고 직접 가게에 청소년 자녀를 맡기는 부모들이 늘었다."고 박씨는 말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일부의 편견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아주 건전하고 유익한 프로그램 위주의 오락을 즐기고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PC방을 이용한다는 점을 자신 있게 전해드리고 싶다.'고 설명한다.
초창기 사이버 파크란 간판이 막 내 걸릴 때만 해도 청소년 고객 중에 한 두 사람 눈총 받을 짓을 골라서 하는 이아들, 즉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거나 아예 인사를 모르고 사는 아이들, 반말 비슷하게 내 던지는 아이들이 종종 있어서 "PC방을 괜히 시작한 게 아닐까"하는 후회도 했었다는 박씨는 "별다른 방법은 없었지요. 호통도 치고 곱게 타이르기도 하면서 PC방 안 와도 좋으니까 다른데서 그런 안 좋은 일 눈에 띠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도 놓곤 했지요. 우선은 애정을 가지고 대하면서 선도하다보니 지금은 가장 인사도 깍듯이 하고 아주 모범이 되는 고객이자 한 가족이 되었다"면서 너털스레 웃음을 짓는다.
20% 가량의 현지인 고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가 "빠른 인터넷 속도와 포근한 분위기, 거기에 한국사람 특유의 인정 넘치는 서비스에 호감을 갖고 찾아오는 한국형 인터넷 PC사업이 한인들에게 딱 들어맞는, 그나마 현재로서는 한인들에게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가."하고 박씨는 말한다.
공장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동포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없어서 한인사회를 거의 외면하고 지내왔다는 박용만씨는 "사이버파크를 운영하면서 비로소 한인동포들의 많은 애로점을 알 수 있게 되었다"면서 "현재, 그리고 앞으로 한인경제 및 한인사회를 주도해서 이끌어나갈 30대 후배 동포들이 현지법을 잘 지키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사업을 펼쳐나가기를 희망한다."며 "본의 아니게 흐려지고 어두워진 한인사회를 후배들이 원상 회복하는 차원에서 잘 가꿔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피력.
새로이 발족하는 상공인 연합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토로해 보이는 박 사장은 "적법한 절차를 다 완비하고 운영하는 가게에서 하루 24시간이 그렇게 맘 편할 수가 없다."며 "될 수 있으면 소나로사 지역의 한인 사업주들이 다같이 맘 편하게 장사도 하고 이웃과 가까워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뭐를 더 바라겠냐?"는 소탈한 소망을 내 비치기도 한다. 고명래씨와의 슬하에 준규(초등4) 수진(초등3) 두 자녀를 두고 근면 성실하게 살아가는 박용만씨 같은 한인들이 터주대감격의 역할로 한인사회에 차고 넘치기를 은근히 기대해 보았던 사이버 파크의 방문순간이었다.
임용위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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