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마리아인’ 공개 호소
상태바
‘착한 사마리아인’ 공개 호소
  • 코리아미디어
  • 승인 2004.08.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해여성이 나서 폭력위협 없애 달라”


곤경 처한 여성 구하려다 화 입어

8월4일 아침 밴쿠버의 양대 일간지인 <밴쿠버 선>과 <프로빈스>1면에는 눈두덩이가 시커멓게 멍들고 이마와 입술 등이 찢어져 꼬맨 처참한 얼굴 사진이 실렸다. 한밤중에 치한의 공격을 받은 여성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무자비하게 폭행당한 케빈 빈(20·사진·Kevin Venn)의 모습이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7월31일 새벽 12시45분 리치몬드 넘버3와 윌리엄스 로드에 있는 페트로 캐나다 주유소 앞. 주유소에서 밤근무를 하던 케빈은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같이 일하던 동료에게 911에 전화하라고 말한 뒤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에게 접근해보니 남자가 여자를 거칠게 흔들며 붙잡고 있었다. 케빈은 데이트 성폭행(date rape)일 것이라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 순간 남자가 깨진 병을 들고 그를 공격했다. 키가 6 피트(183cm)가 넘는 범인은 케빈의 이마를 찌른 뒤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때렸다.

범인과 여자는 곧 사라졌고 피투성이가 된 케빈은 혼자 집을 향해 걸어갔다. 뒤늦게 출동한 경찰은 핏자욱을 따라가 그를 찾았다. 밴쿠버 제너럴 호스피탈에 옮겨진 그는 8군데 40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다. 코와 광대뼈에는 복합골절상을 입었다.
그의 이야기는 전국지인 <글로브 앤 메일>에도 ‘착한 사마리아인’이란 표현과 함께 자세히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처참하게 폭행당한 그의 모습 자체가 세간의 눈길을 끌만 했다.

그러나 늘 있는 폭행사건으로 지나칠 수도 있었던 이 일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아무래도 세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대도시에서 그것도 한밤중에 이런 일에 나서는 사람이 그만큼 ‘희귀한 존재’가 됐다는 뜻이다. 더구나 그가 폭행을 당할 당시 동료 1명이 주위에 있었으나 별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케빈은 경찰의 권유로 기자회견에 나서 “그 여자보다는 내가 맞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다시 이런 상황이 와도 똑 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여성이 나타나 그가(폭행범) 우리 커뮤니티에 제기한 폭력의 위협을 없애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폭행 당시 여자가 남자를 ‘크리스’라고 불렀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들 남녀가 아는 사이라고 보고 있다. 남녀는 모두 20대 블론드 머리를 가진 백인이라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들이 현장에서 함께 사라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유소와 인근 가게의 보안 카메라는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현장을 기록한 비디오는 찾지 못했다.
리치몬드 RCMP의 데이브 윌리엄스(Dave Williams) 경관은 “곤경에 처한 이웃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그의 행위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오룡 기자
roh@coreamedia.com


2004-08-06 22:32:34

주요기사
이슈포토